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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02 촛불 하나 5
  2. 2007.03.19 포트 펀스톤(Fort Funston) 2
  3. 2007.03.01 술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4

촛불 하나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4. 2. 22:51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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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2002 5 15 촛불 하나 그린 그림이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3,969,500 달러에 팔렸다.  그림 크기는 35 3/8 x 37 3/8 인치.  그러니까 현란한 색과 선명도를 자랑하는 50인치 텔레비전 정도 크기이다.  요새 텔레비전은 아마도 2000달러에서 300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텔레비전은 대기업들에 의해 공장에서 제작된다.  그림의 작가는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라는 이름의 생존하는 독일인이다.  1966년에 사람이 읊은 구절은 사람이 말이라서 귀에 담겨 있다.  나는 많은 아마추어 사진들이 세잔(Paul Cézanne) 최고 작품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906년에 작고한 프랑스 화가 세잔이 말을 들었다면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나 리히터를 찾아 독일로 걸음을 향했을 것이다. 

              세잔이 누구인가?  19세기 마네(Manet) 시작해서 드가(Degas), 르느와르(renior), 카셋(Casset), 모네(Monet), 로트렉(Lautrec) 그들의 이름을 뮤지엄에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임레션니즘(impressionism) 물결 속에서 육면체, 원기둥, 원뿔만으로 세상을 그려내겠다고 고집을 부린 화가가 그다.  자신의 사람을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면서 원기둥, 욱면체, 원뿔이 !”하고 소리지른 사람이 그다. 

              고집이 반석이 되어서 20 세기 미술계의 슈퍼스타 피카소(Picasso) 마티스(Matisse) 작품 세계가 자라났다.  19세기 말과 20세기 미술계를 이어주는 다리로 미술사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작가 세잔피카소가 얼마나 큰지를 알아낸다면 세잔의 크기를 재는 어렵지 않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 샌프란시스코 모마(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쳐다본다.  2 말부터 5 말까지 피카소와 미국 예술(Picasso and American Art)’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의 주제는 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스페인 사람 피카소가 얼마나 쟁쟁하고 많은 미국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 주제이다.  

              전시 큐레이터는 스튜어트 메이비스(Stuart Davis), 윌리엄 쿠닝(Willem de Kooning), 알쉬일 고르키(Arshile Gorky), 그라햄(John Graham), 야스퍼 존스(Jasper Johns), 로이 리히텐스테인(Roy Lichtenstein),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데이브드 스미스(David Smith), 막스 웨버(Max Weber) 미국 작가들이 피카소의 그림을 열심히 공부했음을 보여준다.  이들 누구인가?  이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바꾸어버린 작가들이다.  그러니 피카소는 20세기 중반 출중한 미국 작가들의 영감이고 영웅이었던 것이다, 세잔이 피카소에게 그랬었던 것처럼.  

              이쯤에서 다시 리히터의 구절을 씹어 본다.  나는 많은 아마추어 사진들이 세잔(Paul Cézanne) 최고 작품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966년의 리히터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리히터를 세잔과 비교한 사람이 있었을까? 

               리히터의 구절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구절이 겹쳐진다: “신은 죽었다(God is dead).”  구절의 공통 분모는 현실을 무겁게 눌러 내리는 오래된 버릇과 굳어진 사고 방식에 대한 단절이다.  그런 이야기를 있는 사람이 바라보며 그려온 그림이 과거의 그림들과 그리고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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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펀스톤(Fort Funston)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3. 19. 15:11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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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그림들 사이로 길은 갤러리들과 뮤지엄들 안에 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는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들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서쪽 변에 길게 누워있는 오션 비치.  갈대밭 둔덕을 가르며 달리는 그레이트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운전, 급작스럽게 뛰어오른 가스 값은 잠시 잊어버리고, 시원하다.  날씨 좋고 바람이 느긋한 행글라이더들이 종종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그레이트 하이웨이에서 스카이라인 블라버드(Skyline blvd) 길이 바뀌는 초입 부분이다.  행글라이더들이 모이는 곳은 포트 펀스톤(Fort Funston)이다.  스카이라인 블라버드 혹은 35 고속도로를 타고 뮈어 드라이브(John Muir Drive) 지나 처음 나오는 바다로 향하는 작은 길로 들어가려 핸들을 오른쪽 돌린다.  오른쪽에 포트 펀트톤이라고 이름표가 반듯이 서있다.  속도를 떨어뜨려 조금 들어가면 아스팔트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에는 주차가 쉽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는 이야기가 틀리다.  남쪽에서 35 고속도로에 올라타 포트 펀스톤으로 가려 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들어가 만나게 되는 뮈어 드라이브에서 유턴을 , 처음 나오는 바다로 향하는 작은 길로 우회전해야 한다. 

              포트 펀스톤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다.  주차장 서쪽 구석에 음료 분수가 있고 휠체어 구덩이 화장실도 있다.  휠체어로 통행이 가능한 중앙 산책로가 있고 짧지만 가파른 모래 둔덕을 내려가 해변으로 산책을 수도 있다. 대중 교통 수단으로 오기 이곳의 평일 해변은 항상 사람들도 부산한 오션 비치와 다르다.  조용히 혹은 사치스럽게 바다를 즐길 있다.

              해변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위에는 좁은 산책로들이 잡초들 사이로 줄줄이 선을 그어놓고 있다.  절벽 아래에서 바라보면 올라오는 해발 54미터의 현기증을 감당할 있다면 절대적인 수평선과 현상적으로 들락날락 거리는 파도들을 한눈에 담을 있다.  도시의 빡빡하게 그어진 없이 많은 선들로 붉어진 , 컴퓨터 모니터에서 떨어지기 힘든 생활에 혹사된 , 손에 이동 전화기와 다른 손에 잡힌 운전대 사이에서 없는 , 이곳에서 넉넉한 휴식을 찾는다. 

              절벽 위에 바다와 떨어진 산책로는 35 고속도로와 가깝다.  길은 육지와 멀세드 호수(Lake Merced) 시선을 이어준다.  옆에 줄지어 나무들이 좋은 날에는 산책로 위로 그늘을 새져 준다.  위에서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 보인다.  문득 지형이 낯익다.  마네의 그림 위에 점심 식사 떠오른다. 그림 속을 심심하게 걸어 다니면서 다른 그림을 생각한다.  이것을 직업병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주말에 곳에 가면 많은 종류의 개들을 수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풍경과 개를 함께 좋아하는 .  개들을 묶어서 다녀야 된다는 법이 아직 이곳에 적용되지만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혀를 늘어뜨려 흔들며 뛰어다니는 개들과 짧은 발을 거친 숨으로 이동시키는 작은 개들.  늙은 개들과 아기 강아지들.  발들 그리고 . 

              아무래도 이곳 풀밭 위에서 식사는 참아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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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Edouard Manet), 풀밭 위의 점심, 1863
Oil on canvas
214 x 269 cm (84 1/4 x 106 1/4")
오르세이 뮤지엄,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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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혜원 신윤복(1758~?)

주막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로 날아가는 시간은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며 소요되는 비행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다.  기류를 역행해서 가는 것과 순행해서 가는 때문에 2시간의 차이가 생긴다.  광화문에서 며칠 전에 만났던 선배에겐 구절들 중에 단어가 맘에 차지 않았다.  어째서 서울로 날아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냐?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고, 서울에서 미국 도시로 향하는 것이 날아가는 것이지.”

              가족들의 모습을 필두로 한국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하나 늘어난 주름살로 따뜻하고 정겹게 웃어주시는 부모님들.  부쩍 키며 달라진 얼굴들로 나타난 조카들.  조카들 기르느라 뭉뚝해진 형제 자매들의 몸매며 모습이 사진 속의 모습과는 다르다.  30 넘게 곳에 자리하고 계시는 부모님들 거처의 풍경은 아파트들로 바뀌어져 있다. 

청계천부터 시작해서 모습이 많이 예쁘장하게 바뀐 서울.  서울 시장의 손길 때문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서울은 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말도 바뀌었다.  가족들과 앉아 시청했던 뉴스에서 남자 앵커가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짝퉁 전화기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한다.   병원에 잠깐 들렀을 때는 탈의실이 갱의실로 바뀐 것에 슬쩍 아연해했다.  날씨도 했다.  삼한사온이라는 전형적이었던 차가운 겨울의 모습은, 해가 비치는 며칠과 없는 재색 하늘의 며칠로 나뉘어져 따뜻했다.  잠깐씩 들렸던 부산과 대구의 공기에 비해 서울의 공기는 많이 탁해져 있었다.  하지만 북경에서 살고 있다는 화가 부부에 따르면 서울의 공기는 좋은 편이란다.  북경의 공기를 호흡하다가 서울에 오면 감사할 따름이란다. 

외국계 보험회사들의 간판이 길거리 여기저기에 많이 붙어있고, 간판이 가득 인사동 거리는 예술의 거리로 보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명동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인산인해는 인사동뿐이 아니었다.  종로, 명동, 강남역,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부산역, 대구역은 한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걸음 옮길 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부닥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압구정동은 어지간하게 옷을 차려 입지 않고 가면 눈초리를 받는 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볼만 하겠다 싶었지만 시간이 안되 가보았다. 

저잣거리에 늘어선 선술집들의 소주도 변했다.  알코올 도수 이십 오도는 호랑이 담배 피울 이야기고 이십 도도 옛날 이야기다. 이젠 이십 도를 넘지 않는 소주가 주류란다.  그래선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인지, 소주 병마시던 친구가 이젠 병을 마셔야 한단다.  그런 그들과 이틀 만나고 마시고 하루는 술병이 나서 골골거리며 쉬고 나가서 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미국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멀어졌던 .  포도주 잔이나, 맥주 , 또는 소주 병이면 주량이 차서 서울에서 어떻게 친구들과 어울리나 했던 것은 피식 웃음이 나는 기우였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 동네 친구들과의 기억과 습관이 되살아났고, 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학교 친구들과의 기억과 습관이 되살아났다.  사회 친구들도 그랬다.  머리로는 잊혀져 있던 것들이 몸에 남아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렇게 행동하는 습을 처음 대면하는 처가 참 신기한 사람이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술 한잔도 잘 못하는 처가  신기하다.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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