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ine Taylor, Bomb Landscape 3. Sumi ink, colored ink and colored pencil on paper. 93 ¾ x 76 ½ inches. Copyright Artist
화가가 얼마나 침울해질 수 있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화가는 그가 좋아하거나 말거나, 골목 길가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만큼 혹은 고양이 보다 예민하게 태어난다. 그들은 일년의 태반 이상을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그림을 예민하게 쬐려 보고, 한탄하고, 화를 내며 작업실 문을 요란스럽게 닫고 거리로 나간다, 마치 다시는 작업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작업실 밖의 세상에서 화가에게 제일 궁금한 것은 다른 화가들의 작업들이다. 그러니 화가는 그가 살고 있는 도시의 갤러리들이며 뮤지엄들을 들락거리게 된다. 그렇게 발을 옮겨 놓은 갤러리에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면,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고, 작업을 하고 싶은 욕구가 느껴진다.
죠세핀 테일러(Josephine Taylor)의 작품들은 종이에 먹과 칼라 잉크, 그리고 하얀 연필로 만들어진다. 그녀의 그림들은 몸, 체액, 끈으로 연결되는 육체적 관계를 다룬다. 근자에 들어 그 관계들은 강한 먹색이 지배하는 공간에 자리잡는다. 먹으로 채워진 공간을 벗어난 이 곳 저 곳에 단조로운 살색들이 어두워지고 밝아지면서 이목구비, 손가락, 발가락 등 눈에 익은 모습들을 묘사한다. 이목구비들은 여러 가지 긴장된 감정들을 보여준다.
그녀 작품의 기둥은 드로잉이다. 그녀는 자신의 드로잉이 가지고 있는, 관객의 관심을 끌어내는 힘을 통해 관객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그 경험이 그녀가 자라나면서 느꼈던 사랑과 증오를 한 쌍으로 하는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관객으로서 그녀의 그림을 즐길 때, 그녀의 이야기는 그림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일 뿐, 더도 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림들이 가지고 있는 치열함과 농밀함(그것들을 그림에 담아낸 그녀에게 찬사와 경의를!)을 이야기로 우려내는 길은 관객들의 몫이다. 그녀의 그림들은 캐더린 클라크 갤러리(Catharine Clark Galley, 150 Minna St. San Francisco) 안쪽에 3월 초까지 걸려진다.
갤러리들을 돌아다니고, 친구를 만나며 겨우 며칠이 지나면 화가는 다시 작업실 문을 열고, 그리다만 그림에 눈을 맞추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림을 안 그리면 좀이 쑤시는 것이다. 신이 내린 무당이 굿을 안하면 몸이 쑤시는 것처럼 말이다.
꼭 침울한 시간들로 작업실이 홍수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다가 보면 아주 간혹 그림에 몰입되어 황홀한 순간이 찾아온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이 한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그리고 그 순간이 담겨진 그림은 명화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 한 두 순간도 몇 주, 몇 달이 지나, 그 순간이 담겨진 그림을 보면, 단순한 자아도취였을 경우가 많다. 그 황당함은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다.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혼자 씁쓸해지기 쉽상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하고 난 화가에게, 빈 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인생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단지 ‘테오 반 고흐 같은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어디 있을까’ 한다.
그런 여러 가지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과 그림에 확신을 유지할 수 있는 화가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작업실 문을 연다. 세계 경제가 불황이라도 문을 연다. 급작스럽게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 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 또 다른 경매회사 크리스티(Christie’s)의 조직 재편, 뉴욕 첼시의 화랑들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그것이 작업실 문을 여는 빈도수를 떨어뜨릴 수는 있겠지만, 문은 계속 열린다.
2/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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