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
그림들 사이로 난 길은 갤러리들과 뮤지엄들 안에 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는 그림으로 들어가는 길들이 몇 개 있다.
샌프란시스코 서쪽 변에 길게 누워있는 오션 비치. 그 옆 갈대밭 둔덕을 가르며 달리는 그레이트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운전, 급작스럽게 뛰어오른 가스 값은 잠시 잊어버리고, 은 시원하다. 날씨 좋고 바람이 느긋한 날 행글라이더들이 종종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그레이트 하이웨이에서 스카이라인 블라버드(Skyline blvd)로 길이 바뀌는 초입 부분이다.
행글라이더들이 모이는 곳은 포트 펀스톤(Fort Funston)이다. 스카이라인 블라버드 혹은 35번 고속도로를 타고 존 뮈어 드라이브(John Muir
Drive)를 지나 처음 나오는 바다로 향하는 작은 길로 들어가려 핸들을 오른쪽 돌린다. 길 오른쪽에 포트 펀트톤이라고 이름표가 반듯이 서있다. 속도를 떨어뜨려 조금 더 들어가면 아스팔트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에는 주차가 쉽다.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는 이야기가 틀리다. 남쪽에서 35번 고속도로에 올라타 포트 펀스톤으로 가려 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들어가 만나게 되는 존 뮈어 드라이브에서 유턴을 한 후, 처음 나오는 바다로 향하는 작은 길로 우회전해야 한다.
포트 펀스톤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다. 주차장 남 서쪽 구석에 음료 분수가 있고 휠체어 구덩이 화장실도 있다. 휠체어로 통행이 가능한 중앙 산책로가 있고 짧지만 가파른 모래 둔덕을 내려가 해변으로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대중 교통 수단으로 오기 힘 듯 이곳의 평일 해변은 항상 사람들도 부산한 오션 비치와 다르다. 조용히 혹은 사치스럽게 바다를 즐길 수 있다.
해변 옆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위에는 좁은 산책로들이 잡초들 사이로 줄줄이 선을 그어놓고 있다. 절벽 아래에서 바라보면 올라오는 해발 54미터의 현기증을 감당할 수 있다면 절대적인 수평선과 현상적으로 들락날락 거리는 파도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도시의 빡빡하게 그어진 셀 수 없이 많은 선들로 붉어진 눈, 컴퓨터 모니터에서 떨어지기 힘든 생활에 혹사된 눈, 한 손에 든 이동 전화기와 다른 손에 잡힌 운전대 사이에서 쉴 새 없는 눈, 이곳에서 넉넉한 휴식을 찾는다.
절벽 위에 바다와 좀 떨어진 산책로는 35번 고속도로와 가깝다. 이 길은 육지와 멀세드 호수(Lake Merced)로 시선을 이어준다.
길 옆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볕 좋은 날에는 산책로 위로 그늘을 새져 준다.
길 위에서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이 보인다.
문득 지형이 낯익다. 마네의 그림 ‘풀 밭 위에 점심 식사’가 떠오른다. 그림 속을 심심하게 걸어 다니면서 다른 그림을 생각한다. 이것을 직업병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주말에 이 곳에 가면 수 많은 종류의 개들을 볼 수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풍경과 개를 함께 좋아하는 지. 개들을 묶어서 다녀야 된다는 법이 아직 이곳에 적용되지만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혀를 늘어뜨려 흔들며 뛰어다니는 큰 개들과 짧은 발을 거친 숨으로 이동시키는 작은 개들. 늙은 개들과 아기 강아지들. 네 발들 그리고 세 발.
아무래도 이곳 풀밭 위에서 식사는 참아야 할 듯 하다.
마네(Edouard Manet), 풀밭 위의 점심, 1863
Oil on canvas
214 x 269 cm (84 1/4 x 106 1/4")
오르세이 뮤지엄,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