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교(石橋), 사자춤, (Shakkyo, the Lion Dance)
슌쇼 가추가와(일본인, 1726-1792),
비단에 잉크, 염료, 금,
1787-1788 경
페인팅 워크샵이 시작되기 전에 일찍 온 학생들과 모델이 오기 전까지, 요즘 전시들 중 흥미로운 것들을 골라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돌비 체드윅 갤러리(Dolby Chadwick Gallery, 210 Post St., Suite 205, San Francisco)에서 4월 3일부터 시작되어 5월 24일에 끝나는 알렉스 카네브스키(Alex Kanevsky)의 전시와 아시안 아트 뮤지엄(Asian Art Museum, 200 Larkin St., San Francisco)에서 5월 4일까지 계속되는 ‘드라마와 욕망: 1690-1850 떠도는 세상으로부터의 일본 페인팅들(Drama and Desire: Japanese Paintings from the Floating World 1690-1850)’이 그것들이었다.
카네브스키 그림들의 주제는 간혹 정물화와 풍경화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물화다. 그림을 볼만하게 만드는 구조는 층층이 쌓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인 빈틈 사이에서 자라난다. 인물은 그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흐려지고 날카로워지면서 흘러내려간다. 그 구조는 그리 낯설지 않은데, 이유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과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그림자가 느껴져서 이다. 흘러내리는 디테일들과 빈틈, 여러 겹의 덧칠은 다운 타운의 길바닥 한 구석처럼 현대적이다.
카네브스키의 그림들과는 전혀 다른 일본 페인팅들은 고유의 가볍게 화사한 색들이 간지럽게 가늘고 섬세한 선들 사이에 스며들어 200년 전 일본의 화류계 인물들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표정과 옷, 머리 모양들은 이색적이고, 그림을 구성하는 구조, 전개하는 방식, 색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특해서 어느 나라의 그림들과 다르다. 그러니 19 세기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이 일본 그림들을 보고 충격과 영감을 받은 사실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도중 워크샵 모델이 들어왔다. 중키의 날씬한 흑인 모델 미아. 삼 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전통 일본 페인팅의 여인과 다르게 이색적이다. 나는 그녀가 몇 일전까지만 해도 영어와 프렌치만 구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찌 어찌하다 보니 이개 국어를 하지 하고 그녀에게 묻게 되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자랑스럽게 이태리어도 한다고 답해온다.
그 답을 옆에서 들은 나이 많은 학생 한 명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태리어. 둘의 대화가 흘러가고, 워크샵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교실 가득하게 붓 소리가 채워지고 워크샵이 끝났다.
아까의 그 학생이 이태리어를 계속했던 게 민망했던지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길에서 배운 이태리어를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놓치지 않는단다. 그러더니 자기가 20대였을 때는 팔 개 국어를 했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아르마니아어, 아랍어, 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지금은 내가 기억 못 하는 한 개 국어를 더 했단다. 사뭇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평상시에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행동하는 인물이어서 였다. 그의 평범한 얼굴 뒤로 8개 국어가 돌아가고 줄은 짐작도 못했으니 즐거운 놀람과 함께 팔 개 국어를 하는 머리 속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더불어 팔 개 국어를 하는 사람을 그리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를 한 번 그려봐야겠다.
2008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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