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오후에 슬쩍 비치던 빗발이, 어제, 오늘 계속해서 줄기차다. 휴가로 찾은 인구 2백만의 밴쿠버(http://vancouver.ca/)도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시간대에 속하니까 따져보면 비나 눈은 우기에 만나야 한다. 그러니까 여름에 만나는 비는 별로 반갑지 않다. 하루 정도, 혹은 부슬비는 맡으면서 달리기를 해도 괜찮은 데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강도가 좀 세다. 그래도 어제 오후에는 그냥 실내에서 어정거리기가 그래서 약수터에 가 물도 떠오고, 그라우스 산(Grouse Mountain)에 올라갔다가 다운타운까지 다녀왔다.
린 상수원(Lynn Headwaters)에 자리한 약수터는 북 밴쿠버의 숙소에서 달리기하기에 딱 좋은 곳에 위치한다. 빈 물통 두 개를 들고 그곳까지 설설 달려가는 건 할만하다. 물이 꽉 찬 그것들을 들고 돌아오는 길? 엄두가 안 난다. 핑계가 산동네 꼭대기의 숙수. 그래서 차로 가서 물을 떠 왔다.
약수터를 기점으로 차 길과 등산로가 나뉘어진다. 등산로 입구에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개인정보를 기록하는 종이와 불곰 사진을 동반한 글을 읽는다. 만만치 않은 등산로다. 개인정보를 종이에 남기는 이유는 조난을 당할 때를 대비해서다. 종이에 기록을 남기고 조난당한 후 헬기로 구조되면 그 비용이 무료고, 그 반대면 구조 비용이 날아든다.
그라우즈 산(Grouse Mountain, http://www.grousemountain.com, 1221m)은 밴쿠버의 정상이라는 세칭이 붙는다. 가파른 산정상까지 백한 명이 탈 수 있는 케이블 카 스카이라이드(The Skyride)를 타고 1.6 km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간다. 미국산 소나무(Douglas fir)들로 빽빽이 덮인 덩치 큰 산이 구비구비 누워 눈길 가는 곳까지 주욱 늘어져있는 모습, 멀리 밴쿠버의 도시풍경, 들락 날락 거리는 태평양 바다, 바다 위의 짐배들, 요트들, 저 멀리 경비행기 한대. 괜찮다.
산 위에는 스키장, 고아 불곰 두 마리, 럼버 잭쇼(lumber jack show, 벌목공들의 생활을 재미나게 엮은 쇼), 오 미터는 족히 넘을 열 개도 넘는 나무 조각들(벌목공, 사슴, 곰, 인디안, 등), 그리고 족히 이 미터 넘게 쌓인 눈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날씨 좋았던 지난 주 금요일에 왔을 때와 달리 구름에 가려져 시야가 답답했다. 철망 뒤 고아 불곰 두 마리도 어디로 숨었고, 럼버 잭 둘이서 커다랗게 웃으면서 열심히 톱질도 하고, 고인 물덩이 위 통나무 위에 올라가서 서로 상대방을 물에 빠뜨리려고 두 발을 열심히 놀린다. 가끔 신나게 웃는 사람들이 관중들 중에 몇 있다.
추위에 쫓겨 산을 내려와 다운타운 구경을 간다. 북 밴쿠버에서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려면 1번 하이웨이(Trans Canada Hwy)를 타고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Lions Gate Bridge)를 지나 탁월한 전망과 아름다운 숲길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죠지아 가(Georgia Street) 양 옆으로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다운타운을 알린다. 규모가 샌프란시스코보다 크고 엘에이보다 깨끗하다.
사진설명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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