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아트 뮤지엄
18세기말 시작되어 19세기 중반에 영국인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해 완성된 증기기관은 세상을 바꾼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화가들은 튜브에 담긴, 화학적으로 제작된 총천연색 물감들을 들고 스튜디오를 뛰쳐나와 야외에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인상파 화가들이다. 그림의 주제도 귀족들의 얼굴과 종교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길거리의 사람들, 야외 소풍, 무용하는 소녀들, 사창가의 여자들이 캔버스에 피어난다.
20세기 초반 사진기술이 꽃 피고, 후기 산업사회가 시작된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몇 달을 기다려 얻어지던 초상화의 의미가 값싸고 빠른 강력 복제 기술 사진에 의해 흐려진다. 회화의 죽음이 화가들 사이에 회자된다. 1935/36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에세이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을 쓴다. 계속 발전되는 후기 산업 사회는 지구를 작게 만든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지구촌(Global village)’과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와 함께 포스트 모더니즘이 사람들 입에 담긴다. 책을 보다 눈이 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불한당들의 세계사’, ‘상상동물 이야기’ 등은 동 시대 문학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회화는 새로운 언어에 대한 권위로 대두되던 모더니즘에서, 이미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는 언어들 사이의 유희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쯤 서울에서 한문, 한글, 영어가 함께 신문지에 섞인다. 서울에서는 한국어 방송과 영어 방송이 공중파를 탄다. 라디오 주파수를 잘 맞추면 북한 방송도 들을 수 있다는 소문도 기괴한 호기심으로 돌아다닌다. 부산에서는 일본어 방송이 잡힌다.
1990년대 초 서울, 프랑스 지식인의 상징인 듯, 이색적인 대머리 게이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사진이 여기저기에 달라 붙는다.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The Archaeology of Knowledge)’, 롤랑 바르뜨(Roland Barthes)의 ‘사랑의 단상’이 식자들에게 필독서로 떠오른다. (‘사랑’이란 단어는 많은 돈을 만든다.)
이때를 전후로 대학로가 인사동과 더불어 서울의 문화 예술의 근거지로 자리를 잡는다. 한국 예술 문화 단체 총연합회 회관, 한국 문화 예술 진흥원, 한국 산업디자인 진흥원, 등으로 시작해서 크고 작은 소극장들이 늘어서 있고, 다수의 교육 기관들과 창경궁이 줄 서있다.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가’가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소극장 옆 칼국수 집에 매실주가 작은 병에 담겼다. 조금 지나서 불륜도 사랑이라면서 눈은 거의 다 감고, 위 아래 두줄 이를 주저 없이 드러내 웃는
밀레니엄 바이러스와 ‘디지털이다’의 저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로 시작된 2000년. 네그로폰테는 엠아이티 대학의 미디어 랩 공동 설립자고, 마샬 맥루한을 이은 잡지 ‘웨이어드(Wired)’의 간판 스타이다. 곧 웹 일 세대들의 닷컴 붐이 주식시장을 활활 달구고, 매스 미디어가 멀티미디어에 길을 터준다.
웹 이 세대 들이 거품 빠진 닷컴 붐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아이 포드로 귀를 틀어막은 대학생들이 즐비한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미셸 푸코가 머물던 곳. 서울의 대학로를 연상시키는 곳. 그곳에 버클리 아트 뮤지엄(http://www.bampfa.berkeley.edu)이 있다.
그리고 중국 도자기들과 청동기들이 다른 한 켠에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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