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리어스 레스털(Julius Lester) 글, 제리 핑크니(Jerry Pinkney) 그림의 샘과 호랑이들(Sam and the Tigers)

“샘과 그 호랑이들” 책 표지. 글: 쥬리어스 레스털, 그림:제리 핑크니

비싼 물가에 빡빡하고 빼곡하게 늘어선 주택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섞여서 바글거리고, 맑은 대낮에도 길을 잘못 들면 별의 별 냄새가 풍겨지는 다운 타운, 그런 다운 타운에 가서 잠깐 주차할 곳을 찾는 다는 건 지푸라기들 사이에서 바늘 찾는 것 같은 샌프란시스코를 살아가는 재미들 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어디에 살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그러니까 지척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니고, 아내가 네 살된 딸 아이에게 읽어줄 그림 동화책들은 한 번에 열 권 정도 끊임없이 사오는 것이 아니고, 빌려온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와 번갈아 가면 틈날 때 마다 그것들을 딸에게 읽어 준다. 

              딸은 함께 그림 동화책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사실인즉 그림 동화책을 읽는 시간을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은 딸뿐이 아니다.  나도 좋아한다.  아내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림 동화책들 속에는 수 많은 종류의 글과 그림들이 담겨 있다.  책을 열면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예를 들자면 “중국 식당의 딤섬” 이나 “한국에서 전학 온 어린 소녀” 혹은 “엄마와 함께 간 치과” 등이 전자이고, “침대에서 뛰다가 아래 층으로 바닥에 구멍을 내고 아래 층, 그 아래 층으로 떨어지는 아이”, “저녁 밥을 먹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서 자기 방으로 가고, 자기 방에서 괴물들이 살고 있는 땅으로 갔다가, 물론 이 모든 괴물들의 땅은 아이의 상상이지만, 밥 먹으라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 그리고 “보드 게임을 가지고 놀다가 우주로 날아가는 아이들” 등이 후자이다.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자면 치과를 두려워했던 딸은 “엄마와 함께 간 치과” 책을 여러 번 읽은 뒤 치과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침대에서 뛰는 아이” 책을 읽은 후로는 서너 주 정도 침대에서 뛰는 행동을 자제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류의 책들은 될 수 있는 데로 읽어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딸 아이에게 읽어 주었던 그림 동화책들 중에서 망설임 없이 제일 재미있는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은 쥴리어스 레스털(Julius Lester) 글, 제리 핑크니(Jerry Pinkney) 그림의 샘과 그 호랑이들(Sam and the Tigers)이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딸도 아내도 이 책을 나만큼 좋아한다.  레스털과 핑크니는 둘 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이고, 그들이 만들어낸 탄탄한 그림 동화책들로 많은 상들을 수상한 사람들이다. 

              책은 경쾌한 재즈 음악이 녹아있는 듯한 글과 탄탄한 상상력으로 색칠된 그림들로 알차서 백 번은 넘게 읽은 것 같은 지금도 읽을 때마다 재미를 준다.  그러니 급기야 딸과 나는 책의 주인공인 샘과 호랑이가 주고 받는 대화를 줄줄 외우게 되었다.  이를 깨달은 딸은 하루에 몇 번씩 내 쪽을 쳐다보면서 호랑이가 하는 말을 던진다: “샘 나는 널 잡아 먹을 꺼야.”  그러면 나는 “그 생각은 별로 좋지 않은데.” 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딸은 이 대화를 어찌나 좋아하는 지 한 번 시작하면 까르르 웃으면서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끊임없이 반복한다.  

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