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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3 메리 카셑
  2. 2007.02.20 현실은 예술을 모방한다. 특히 달리 그림을.
  3. 2007.02.19 보이지 않는 거미 소리

메리 카셑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23. 00:24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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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 카셑(Mary Cassatt)
Mother and Child
c. 1900
Pastel on tan wove
n paper
71 x 58.5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바트(장거리 지하철)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 여자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기차를 기다리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를 바라보는 눈이 변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것은 집에 있는 지난 아이를 키운 경험 때문일 것이다.  처음 처가 임신했다고 말해 주었을 때의 가슴을 메우던 복잡하고 들뜨던 감정부터 시작된 아기와의 인연은 여러 가지 생각을 선사해 주었다.  가장 직접적으로 수면에 떠오른 질문은 부모님들에 대한 것이다.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셨을까?’

하나 낳고 이제 그만 낳아야지.”  하는 부모들이 많은 지금.  낳아 기르는 사람들은 부자야.”  하고 재벌인가 보다 자식이 셋이야. 셋을 어떻게 기를까?” 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이 오르곤 한다.  아기는 삼신 할머니께서 점지해주시는 거야.  아기들 엉덩이가 파란 색인 것은 엄마 속에서 편하게 먹고 놀다가 바깥 세상으로 나가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아기들 어여 나가라고 엉덩이를 대씩 쳐주셔서 파란 색인 거야.”  근데 삼신 할머니가 누구야?”하고 할머니에게 번이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할머니의 답은 항상 같았다.  엄마 아빠한테 아기를 주시고, 아기들 자라날 건강하고 씩씩하도록 돌봐주시는 분이지.” 할머니 치마 폭이 아늑해서 번이나 했던 이야기들.  이제 할머니는 삼신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혹은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계실 것이다.

미술 교과서 어디에서인가 만나서 지금까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미지 하나는 미켈란젤로(1475 –1564) 대리석 조각 피에타(Pietà, 1498-1499)이다.  미켈란젤로는 여러 개의 피에타를 조각했는데, 가장 유명하고 만들어졌다고 평가 받는 것이 로마에 있는 피터 바실리카(St. Peter’s Basilica) 있다.  성모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 놓으시고 차마 눈을 내려보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의 조각이 그것이다.  매번 조각의 사진을 때마다 낮고 서늘하게 정화하는 흐느낌의 리퀴엠(|Requiem) 듣는다.  음악을 들을 , 형상과 색을 느꼈다는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와는 비슷하게 다른 셈이다.

성공한 주식 중계인 아버지와 금융계 집안에서 자라난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메리 카셑(Mary Cassatt, 1844-1926).  그녀의 어머니와 아기 그림은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봄의 소리를 들려준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고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펜실베니아 아카데미 보드 화인아트에서 수학하다 남학생 중심의 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녀는 당시 서양 예술의 중심이던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 카밀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 –1903) 만나, 그의 밑에서 그림을 배웠다.  그곳에서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드가(Edgar Degas 1834 –1917), 마네(Édouard Manet, 1832 –1883) 그림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자 화가 벌스 모리섵(Berthe Morisot, 1841 – 1895) 친구가 되었다.  르느와르(Pierre-Auguste Renoir, 1841– 1919) 놀림을 접했다.   

       그 그녀의 그림은 점점 자라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에서 벗어난 간결하고 단순한 형상과 부드럽고 감성적인 빛을 담아내는 색들로 가득 찬다.  그것들은 볕처럼 부드럽고, 매화처럼 시리게 분명한 그녀의 마음을 담고 있다독신으로 그림과 함께 살아가던 그녀는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서 그림을 중단하기도 했고, 남동생의 죽음 동안 붓을 잡지 못했다.


2007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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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잔상(The Presistence of Memory),  살바도르 달리.


지난 주에 그룹전시가 있는 텍사스(Texas) 주의 안토니오(San Antonio) 시에 다녀왔다.  여행은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행기 왕복 비행기 표도 오래 전에 인터넷을 이용해서 구입해둔 차였다. 

              이른 아침 바트(Bart) 타고 도착한 공항에는 잠이 모자란 얼굴을 사람들이 줄에 엮인 굴비처럼 바짝 말라서 주욱 늘어서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간 일찍 공항에 나가 느긋하게 체크인 하고 검색대를 걸쳐 게이트로 향하던 버릇은 사라졌고, 비행기를 때마다 줄에 끼여 초조하게 체크인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한 마음은 기다리는 시간을 줄줄 늘어뜨린다.  가까스로 차례가 전자 티켓 코이스크(Koisk) 다가서 크레딧 카드를 문지르고 모니터와 이야기를 손가락으로 시작한다.  이름, 목적지를 물어오는 모니터.  열심히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납득시켰지만, 모니터는 시종일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정보를 찾을 없다고 글을 써왔다. 

              항공사 직원을 찾아 상황을 이야기했다.  시간에 쫓겨가며 보딩 패스(Boarding pass) 찾으려는 사람들이 나만은 아닌 지라 직원은 잠시 얼굴을 쳐다보고 기다리라고 이야기하곤 다른 사람의 수속을 계속해서 돕는다.  이때쯤 등뒤로 길어진 줄에 묶여진 사람들 시선의 무게가 뒤통수에 실려진다. 

              가까스로 프린트된 보딩 패스를 받아 검색대로 다가섰다.  비행기는 10 후부터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할 참이다.  운이 없이 검색 직원에게 단속 대상으로 지목되면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   길을 향하는 갤러리에서 받은 데모(demonstration) 요청 때문에 가방에 집어넣은 얇은 플라스틱 상자 모양의 오일 페인팅 팔레트(Palette) 머리로 떠오른다.  상자 안전 유리 위에 까칠하게 마른 오일 페인트들이 수상하게 보면 수상해 보일 같다.  앞의 검색 대원을 쳐다 봤다.  눈이 마주쳤다.

              가방과 함께 켠으로 밀려져, 철저히 검색 당했다.  팔레트며 마른 오일 페인트들을 꼬치꼬치 캐물어 오던 높은 검색 대원의 얼굴은 시간에 쫓기느라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급하게 우겨 넣은 팔레트며 옷들이 뒤엉켜져 가방은 배가 불룩해졌고, 옆으로 커다란 게이트 숫자들이 뒤로 빠르게 흘러간다. 달렸다.  이상하게 왼쪽 손가락이 가볍게 느껴진다.  결혼 반지가 없다.  방향을 바꿔 달렸다.  벽에 붙은 시계가 달리(Salvador Dali) 길게 늘어진 시계처럼 보인다.

              삐질 거리며 줄기차게 솟아나는 이마의 .  흥분을 가라앉히며 항공사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여직원은 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워준다.  잘라진 표를 넘겨준다.  탑승했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땀을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으신다.

              힘들게 도착한 경유 공항 피닉스(Phoenix)에서 안토니오로 향하는 비행기가 출발하는 게이트에 앉아 결혼 반지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항공사 여직원이 방송을 시작할 .  비행기에 기계적 결함이 생겨 출발 시간을 늦춘단다.  시간이 지난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마이크를 잡은 여직원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가득 담은 얼굴로 비행이 취소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시간 정도가 지나고 급하게 달려온 남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번에는 남자 직원이 책상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안토니오로 가는 비행기를 구할 수가 없으니 오스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라고 사람들을 종용한다.  다시 달리의 시간이 펼쳐진다.


2007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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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미 소리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19. 14:36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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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바니, Drawing restraint, 

http://www.drawingrestraint.net/#

 

 

!” “! !” “! ! ! !” 잠자리에 들기 , 급박하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을 ,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도와줘~.”  겁에 질린 처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라 들었다.  우리 편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강 몸을 닦고,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문을 열었다.  겁에 질린 처의 얼굴, 손가락은 침실을 가리켰다.  열린 침실 문으로 얼핏 방안을 훑어 봤다.  방바닥에 , 책들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방안에 발을 밀어 넣는 순간, 살배기 딸아이가 품으로 뛰어들어왔다.  엄마 목소리 색에 젖은 겁이 아이의 눈에 번져있다. 아이를 안고 처를 바라봤다. 처가 침대 천장을 가리켰다. 아무 것도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모마에서 9 17일까지 열리는 매튜 바니(Matthew Barney) 설치, 비디오, 드로잉들은 시종일관 이채롭고 낯설다.  상상 동물 비디오.  억압된 상태에서의 드로잉 과정 비디오.  체계와 역사에 얽히지 않은 드로잉들을 둘러싼 드로잉들.  드로잉들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플라스틱 액자들.  낯섦과 이채로움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이 파도 소리에 힘입어 넓게 펼쳐진 새하얀 원유 젤리들과 대비된다.  작품들은 같은 건물 오층에서 보여지는 가드너(Tim Gardner), 말에리노 곤잘베스(Marcelino Gonçalves), 스미스(Zak Smith) 그림들과 다른 세계에 있다.   사람의 세계는 지난 미술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매튜 바니의 세계는 내일의 미술사라는 창으로 향해져 있다.

              거미 있어.  거미 잡아줘.”  처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침대 천장에 매달린 거미가 보였다.  침대 위로 올라가 거미를 손안에 집어넣었다.  쉬웠다.  어려웠던 , 거미가 손안에서 무척 빨리 기어 달아난다는 , 예측할 없이 하고 몸을 날린다는 .  놓쳤다. 침대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거미.   덮쳐서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몸을 재게 움직여 방안에서 벗어나 밖으로 던지려 했다.  거미가 익충이라는 생각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뿐, 현실은 달랐다.   놓쳤다.  방바닥에 떨어졌다.  그건 알았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방안, 개의 벽과 천장, 바닥이 스르르 뒤로 , 아래로 확장되었다.

              매튜 바니 전시를 관람한 , 모마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서로의 감상을 나눴다.  매튜 바니의 커다란 원유 젤리들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각설탕 사이를 지나가는 개미같았어.” 하는 그의 말이 재미났다.  매튜 바니의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 모마는 작가의 디자인에 따라 4층의 벽을 헐어버렸다.  벽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전형적인 관람객의 동선을 지워버렸다.  따라서 관객의 움직임이 해방되었고,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  작품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눈은 얼마나 공간을 즐기는지. 

              딸아이와 오션비치로 갔다.  태평양을 바라봤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바다를 있는 도시에 사는 호사다.  익숙하게 텔레비전 리모트콘트롤을 다루는, 심심하면 책장의 책들을 우르르 바닥으로 펼쳐놓고 장난을 치는 배기에게 바다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랫동안 자리에서 차가운 바람을 받아들이며 눈을 떼지 못하는 보니, 싫지는 않았던 같다.  마차 매튜 바니의 전시가 며칠 동안 살살 입에 감돌며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보지 않고 나온 그의 이상한 영화, 혹은 비디오 아트를 보러 다시 한번 전시를 찾아야겠다.  사사삭.  처가 새벽에 모두가 잠들어 조용할 , 침대 밑에서 거미가 기어다니는 소리를 들었단다.  사사삭.


2006년 7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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