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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20 아담의 탄생(The Creation of Adam)
  2. 2006.03.08 헌금
  3. 2006.02.21 드 영 뮤지엄(de Young museum)이 극장보다 좋은 열 가지 이유.

아담의 탄생(The Creation of Adam)

그림들/sf 중앙일보 2006. 3. 20. 17:40 posted by 긴정한
3월 21일은 두 번째 봄날이다. 3월 20일 춘분이 봄의 시작인 미국이니까. 양력 2월 4일경이 입춘으로 봄의 시작인 한국과는 한 달 반의 차이가 진다. 어렸을 적 기억에 아쉬운 겨울 방학이 끝나고 지루하던 학기의 시작을 견디면 찾아오는 단 일주일의 봄 방학은 짧아서였는지 세게 달았다. 공중 목욕탕에서 개구진 동네 친구들과 더운 물 찬물을 오락가락하며 놀다가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듣던 시절.

등이 펴지는 의자 다섯 개가 쪼르르 놓여진, 이발소는 목욕탕 근처에 있다. 세네 명 이발사들은 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두루고 머리에는 기름이 잘잘 흘러내린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왼쪽 위 주머니에 까만 빗이 꽂혀 있고, 여자 종업원도 한 명 있었다. 그녀는 이발이 끝난 손님의 면도와 현란한 서커스 같은 손놀림의 얼굴 안마를 담당한다. 가끔은 면도만 하러 오는 이상하게 싱거운 어른들도 있다. 그녀는 아주 가끔 몇 몇 단골 손님의 손톱도 깎았다.

다섯 개 이발 의자들 중 안쪽 구석 자리에 놓여진 것 위에는 항상 김이 폴폴 나서 굉장히 뜨거워 보이는 하얀 수건을 얼굴에 덮고 잠을 자는 아저씨가 있다. 길다란 빨간 플라스틱 의자는 이발 의자들 반대쪽 벽에 붙어있다.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어린 나와 친구들이 쪼르르 앉아있다. 어른들 사이에 꼭 낀 지금, 빨간 의자 옆에 널부러진 ‘썬데이 서울’을 집는 다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그저 속으로 ‘빨리 어른이 돼서 저 신기하고 현란한 얼굴 안마 한 번 받아봐야지’ 한다. 이발이 끝난 아저씨가 계산을 끝내면 꼭 그녀가 요구르트를 한 병 주고 다양한 인사말을 구사한다. “십 년은 젊어 보이시네요.” “ 훤칠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싱긋 웃고 돌아서는 그녀와 눈이 마주쳐 민망할 때면 빨간 의자 뒤 벽에 걸려진 그림으로 눈을 돌린다. 빗 바랜 ‘천지창조’.

바티칸 시(市) 안 공식적으로 교황이 생활하고 있는 시스틴 성당(Sistine Chapel). 수많은 거장들의 그림들로 둘러 쌓여진 이곳의 천장에는 미켈란젤로가 창조해낸 거대한 벽화가 있다. 한국에서 ‘천지창조’라 불려지는 벽화의 일부는 ‘아담의 탄생(The Creation of Adam)’이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1508년 교황 줄리우스 2세에게 위탁 받아 시작된 이 그림은 4년 동안 미켈란젤로의 목을 뒤로 젖힌다. 머리 위로 들려진 붓에서 흘러나오는 물감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는 사전에 부탁된12 명 사도의 그림을 300명이 넘는 인물들로 채운다.

수많은 촛불로 색이 바래진 이 천장화는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대대적으로 복원된다. 혹자는 복원이 원화를 망쳤다고 애통해하고, 대다수는 성공적인 갱생을 축하했다. 봄이면 생각나는 이 그림은 이제 다시 봄을 맞이한 셈이다. 그런데1990년대에 사라진 이발소 문화는 어디서 잠자고 있을까? 그 신비한 안마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북가주 중앙일보, 2006년 3월 21일 (화요일), A-15


두드리면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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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그림들/sf 중앙일보 2006. 3. 8. 02:43 posted by 긴정한


링컨 공원 안(34th Ave and Clement St),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금상첨화 하는 듯 화려한 보우자르(Beaux-Arts) 건물의 뮤지엄, 리젼 오브 어너(Legion of Honor). 서슴없이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아름다운 뮤지움이라고 꼽을 수 있다.

눈으로 열리는 향연 보우자르 건축 스타일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형식을 르네상스의 정신으로 보듬은 스타일. 서양미술사에 빛나는 미학의 절정기, 고대 로마, 그리스, 르네상스를 묶어놓았다는 말만으로도 콧노래가 클래식하게 새어 나온다.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반의 거리를 물들이던 극치의 화려함은 20세기 중반부터 허영적이라 판단되어 거리에서 물러났다.

사천 년을 가로지르는 뮤지엄의 상설 콜렉션은 로댕의 조각들, 유럽의 클래식한 그림들과 인상파의 그림들, 그리고 유럽 상류층 생활의 배경인 가구들로 나뉘어 진다. 클래식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치오, 루벤스, 렘브란트, 티션은 뺄래야 뺄 수 없는 화가들이다. 마치 바하, 모짜르트, 베토벤, 비발디처럼. 이 곳에서 렘브란트와 루벤스를 만날 수 있다.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널리 알려진 그림, ‘헌금(Tribute Money)’은 유럽의 옛 그림들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성경의 한 구절을 담고 있다. 마태 복음 22장. 바리새인이 예수께 세금을 시이져(Caesar)에게 내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예수께서 답으로 동전의 시이져 이미지를 가르키며 “시이져의 것은 시이져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쳐라” 고 이야기하셨다. 실제 인물 크기로 그려진 이 그림은 드로잉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화가 카라바지오(Caravaggio)의 영향을 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포함한 9명의 인물들이 각자 다른 표정과 자세, 의복으로 표현되어 있다. 별반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쳐다보며 ‘저이는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나?’하는 생각만 우려내도 톡톡히 재미를 짜낼 수 있다. 이 그림과 더불어 렘브란트의 35살 자화상도 뮤지엄 콜렉션 독보적인 작품 하나이다. 이 작품은 툭하면 빌려져 나가는 게 일이다. 역시나 자리에 없다. 허나 렘브란트의 드로잉을 볼 기회가 있다. 3월 4일부터 6월 4일까지 지하층에서 열리는 죠셉과 데보라 골딘의 콜렉션(Collection of Joseph and Deborah)에서 빌려온 드로잉들 중에 있다.

리젼 오브 어너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는 길. 꼭 한 번 금문교가 보이는 언덕길(El Camino Del Ma)을 타고 내려와 링컨 블라바드(Lincoln Blvd)를 거쳐 프레시디오를 지나 시내로 들어와 보시길. 샌프란시스코의 비경이 열린다. 길 위에서 얼핏 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은 집 주인의 것이니 세를 올려달라면 올려줘야지. 이렇게 좋은 경치가 있는 데 뭐가 걱정인가.

북가주 중앙일보, 2006년 3월 7일 (화요일), A-15

Region of Honor Website- http://www.thinker.org/legion/index.asp
게하르트 리히터(Gehard Richter). 스트론티엄(Strontium), 2004


십. 앞 사람의 앉은 키, 머리 크기에 신경 쓰이지 않는다.
구. 언제든 화장실에 들락거릴 수 있다.
팔. 팝콘 냄새가 없다.
칠. 깜깜하지 않다. 물론 깜깜해서 극장에 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육. 상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오. 녹색의 천국, 골든 게이트 공원 안에 있다.
사. 동행한 친구, 연인, 가족과 수시로 재잘거릴 수 있다.
삼. 광고가 없다.
이. 아기와 같이 갈 수 있다. 어린 아기가 울거나 소리 내도 눈 찌푸리는 사람들이 없으니 “아이 때문에 어디 갈 수가 없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만한 곳이 없다.
일?
70년대 초부터 삼십여 년을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지내와서,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의 명동이 기억에 남아있다. 초등학교 시절 날을 잡아 친구들과 서대문 로터리, 광화문, 시청을 걸어지나 도착한 명동. “코스모스 백화점이 최고야.” “미도파가 최고다.” “무슨 말이야. 화신 백화점이 있다.” 우겨대며 당시 드물던 키 큰 백화점 유리문을 밀고 지나,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리던 기억. 에스컬레이터를 둘러싼 커다란 거울과 휘황찬란한 조명들.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위 아래로 날아다니는 엘리베이터. 더군다나 신세계 백화점의 바깥을 볼 수 있게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새로운 것을 ‘본다’라는 것에 빠져든 것이 그 때부터였을까?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다운 타운의 갤러리들과 뮤지엄들을 돌아다니며 눈요기를 한다.
골든 게이트 공원 안, 재패니즈 티 가든 근처에 차를 세우고, 구리로 둘러진 독특한 건축으로, 좋다 아니다 구설에 쌓였던 드 영 뮤지엄의 외관을 슬쩍 더듬어 보고 입구로 향한다. 지진으로 유명한 도시의 뮤지엄 입구 마당 타일과 그 위에 놓은 커다란 돌덩이들은 좌악 좌악 지진이 지나간 듯 갈라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커다란 농담이다.
문을 지나 계획된 동선을 따르면, 알루미늄 위에 앉혀진 수많은 커다란 동그라미들이 눈으로 날아든다. 스트론티엄(Strontium). 신문에 난 사진을 전자 현미경으로 찍어낸 이 작품은 독일인 화가 게하르트 리히터(Gehard Richter)의 것이다. 4년 전 샌프란시스코 모마(뮤지움 오브 모던 아트)에서 회고전을 했던 그는 생존하는 화가들 중 독보적인 인물이다. 작가로서 가지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주장은 르네상스 마스터들의 테크닉, 추상, 미니멀리즘(특정한 사물과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작가를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항으로, 느낌을 배제하는 요소적, 기하학적 모습이 담기는 그림 경향), 팝 컬쳐를 무리 없이 들락거리며 창조되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구현된다. 당연히 한 두 가지 주제로 평생을 통해 작품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미술 세계에서 그는 커다란 질문이다. 그 질문 위에 미디어를 피하는 그의 태도가 작품에 신비함을 더한다.
일! 게하르트 리히터(Gehard Richter)의 최신작 스트론티엄을 드 영 뮤지엄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참고 웹사이트 de young

북가주 중앙일보, 2006년 3월 1일 (수요일), A-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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