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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0 길버트와 죠지 3
  2. 2008.02.05 사우스 파크(South Park) 2
  3. 2008.01.21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2

길버트와 죠지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2. 20. 08:03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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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모마(www.moma.org)에서 루시엥 프로이드(Lucian Freud) 에칭(etching, 동판을 긁어서 상처를 , 산에 부식시킨 , 검은 잉크로 찍어내는 판화)들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은 달이 지났다.  동안 뉴욕이 약간 부러웠다.  사실인즉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어서 자랑스러울 까지는 없지만, 다른 도시에 사는 누구를 부러워하지 않는 , 일년에 번씩 뉴욕이 부럽게 된다.   이유는 물론 그곳의 많은 겨울 날씨나 복작복작 거리는 거리, 없이 신경질을 부리며 운전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오직 뉴욕에 있는 뮤지엄들과 갤러리들의 숫자와 규모다.  부러움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오래 전이다.  조금만 노력해서 왔다 갔다 있는 능력을 만들면 되지하고 스스로를 다시 위안하다가 , 골든 게이트 공원 안의 뮤지엄(http://www.famsf.org/deyoung/index.asp)에서 길버트와 죠지(Gilbert and George) 회고전이 북미에서 최초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길버트는 1943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죠지는 1942 영국에서 태어났다.  길버트는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 런던에 오게 되었다.  죠지는 영국 이곳 저곳의 미술대학들을 거쳤다.  1967 9 25 마틴 미술 학교(St. Martin’s School of Art) 학생들로, 둘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년이 지난 2002,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The Daily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it was love at first sight)” 고백했다.  그리고 둘은 스스로들이 함께 하게 이유로 죠지만이 길버트의 빈약한 영어를 알아들을 있어서였다고 주장했다.  웃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런던에서 산다.

              뮤지엄 지하의 기획 전시장에서 전시되는 회고전은 2 16일에 시작되어 3 18일에 문을 닫는다.  전시는 그들의 미국 데뷔전으로 1971년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50 점의 작품들로 준비되었다.  전시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지원으로 마련되었고, 갤러리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독일의 뮌헨, 이탈리아의 터린을 지나 영으로 왔다. 

              전시장에 고개를 내밀자 말자 왼쪽 벽에 그들의 예술관이 벽에 크게 쓰여져 있다.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Everyone).”  그들의 모토다.  머리 아프게 현대 미술사와 비평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엘리트 미술품들에 대한 거부다.  간단히 보면 즐길 있는 시각 언어를 새롭게 만들어내겠다는 선언이다.  길버트의 영어를 죠지가 이해해서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졌듯이, 그들은 관객이 그들의 시각언어를 쉽게 지루하지 않게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머리(head), 영혼(Soul), (Sex) 겨냥한다.  이것도 물론 그들의 성향(性向)에서 기인한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남성들이고,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의 성적 욕구를 작품에 표출한다.  소수의 자신을 다수의 시선에 잃지 않는 그들이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러고 보니 그들 작품의 크기 때문에 다가감이라는 말보다는 덮쳐간다는 말이 어울린다.  50점의 작품들이 대부분 벽화 크기이다.

              이들의 최고의 발명품은 자기 자신들이다.  1968년부터 이들은 스스로를 살아있는 조각들(living sculpture)이라고 선언했다.  떵하게 조각품들처럼 앉아있고 움직이고 다시 얼어서 서있고 녹아 움직이고 다시 잡고 그러니, 그들에게 행위예술(performance) 딱이다.  행위예술 뒤에 남는 것은 사진들.  그렇게 사진을 사용하기 시작한 그들.  1970년대 이후로는 사진이 그들의 행위예술의 증거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의 작품 세계가 된다.  자유롭게 나열되던 여러 종류의 사각형 사진들은 격자화되고 커졌다.  다르게 말하면 간단하고 강력해졌다. 

              괴짜들의 작품은 많은 경우 강렬하고, 세속적이고, 성적이고, 말초 신경적이다.  보고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2008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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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파크(South Park)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2. 5. 10:19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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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파크(South Park) 김정한, 36 x 48 inches, oil on linen, 2005


작업실에서 남쪽으로 블락을 걸어 내려가면 애이 공원(AT&T Park) 나온다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의 구장.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본인에게는 일년에 가는 곳이다

              작업실에서 남쪽으로 블락 내려가면 사우스 파크(South Park) 나온다 타원형 공원은 길이가 블락이고 폭은 블락이 안된다.  공원에는 10 남짓한 벤치들이 잔디밭을 따라 길게 놓여져 있다.  공원 입구에 투박한 나무 탁자가 하나, 그리고 공원 중간에 다섯 개의 나무 탁자들이 작은 놀이터 옆에 모여있다.  탁자들은 작년 가을에 벤치들과 함께 새롭게 녹색으로 칠해졌다.  그전에도 녹색이었는데 여기저기 색이 벗겨지고 까져 있었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녹색을 좋아해서 계속 색을 칠한다기보다는 녹색 이외에는 딱히 칠할 색이 없는 공원에 놓여진 벤치와 탁자들이다.   놀이터의 그네, 정글짐, 미끄럼틀은 탁자와 벤치와는 달리 지난 4 동안 아무도 색을 다시 칠하지 않는다.

              공원 주변의 건물들은 한때 수많은 닷컴 회사들로 바글바글했다.  아직도 많은 회사들이 근처에 있어서, 지금도 좋은 점심 식사 시간이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나타나는 직장인들로 바글거린다.  그들은 공원을 둘러 쌓고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 카페, 프렌치 레스토랑 개를 가득 채운 , 점점 불어나서 마침내는 공원 안의 탁자들과 벤치들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털썩 털썩 잔디밭 여기 저기에 앉아 식사를 한다.  그래서 볕이 좋은 날은 있는 데로 11 30에서 1 30까지는 공원에 가기를 피한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요즘은 다르다.  하루 종일 공원은 한산하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지치면 곳에 가서 커피를 한잔 사서 마시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고, 공원을 둘러쌓고 있는 나무들을 그리며 머리를 식힌다배가 고픈데 도시락이 없을 때에도 곳에 자주 간다그러다 보니 곳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생겼다

             
커다란 뿔테 안경을 끼고 백발의 머리를 항상 뒤로 묶는, 이가 하나 빠진 빛이 강렬한 할머니.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목소리로 강한 중국 액센트의 영어를 하는 눈이 불거져 나온 덩치 , 불한당 냄새가 나는 중국 아저씨는 항상 반팔 면티에 넓고 진한 청바지를 입는다.  반짝이는 대머리에 하얀 수염을 서리얼리스트(surrealist) 화가 달리처럼 기른 중간 정도 키의 배가 많이 나온 오십 중반의 백인 아저씨는 멜빵 청바지를 입고 작은 개를 끌고 다닌다.  공원을 돌아가는 길을 향해 창고 문을 활짝 열고, 바로 안쪽에 놓인 작은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인은 비틀즈의 멤버였던 레넌(John Lenon)처럼 동그란 은테 안경을 끼고 있다.  노인의 뒤에는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이 나열되어 있다.  언젠가 번은 것들 중에 나무 수탉이 눈에 들어와서 노인에게 말을 걸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저것 파는 거예요?” 했다.  노인이 얼마 내겠냐?” 했다.  얼마 정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몰라서 그냥 물어봤어요.”하고 등을 돌렸다.  만나 때마다 가르마가 바뀌는 헝클어진 머리의 홈리스 아저씨도 그곳에 출현한다.  아저씨는 맥주 캔이면 행복하다.  얼굴에 두꺼운 때도 행복해서 싱그러운 웃음을 가리지 못한다.  그리고 마리 이상의 개들을 데리고 나타나는 말끔한 인상의 검은 머리의 중년 남자처음에는 남자를 만났을 개를 많이 기르는 사람이라고 짐작했지만, 개를 조련하거나 남의 개를 임시로 맡아주는 사람이라고 짐작을 바꾸었다.  그는 , 작은 개를 막론하고 자신 있게 조종한다.

2008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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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1. 21. 17:13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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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반 고흐(좌측)와 빈센트 반 고흐(우측)


그림에 관심이 있든 없든,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들어본 이름의 화가라면 이중섭, 박수근, 빈센트 고흐 정도로 짐작한다.  아마도 이유는 그들이 삶을 살아가던 기간 동안 대부분 불운하고 힘든 하루 하루를 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리고 끈질기게 예술혼을 불태웠으며,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진 , 비로서 후세의 사람들이 그들의 동시대인들이 보지 못했던 천재성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그들의 그림들과 사랑에 빠져든다라는 이야기로 간추려질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전설이 그들의 유명세가 그들 작품의 가격을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치솟게 했고.

              19세기말과 20세기 중반을 살던 그들의 삶과 예술은 한국 전쟁 이후 세대들의 화가에 대한 선입견으로 자리잡는다.  그래서 세대들의 자녀들 그림을 천직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은 환치면 배고프다.”라는 이야기를 없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런 말씀을 하신 어르신들 어느 분도 올해 꽃다운 나이 43세에 그림을 그려 부자가 영국인 데미안 헐스트(1965 6 7) 같은 화가를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했던 () 시대를 지나, 지금은 486세대가 386세대(30대의 80년대 학번들인 60년대 세대) 정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서울.  고적한 분위기의 덕수궁 돌담 옆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 시립 미술관 본관에서 빈센트 고흐 전을 봤다.  전시는 작년 11 24일에 시작되어 3 16일까지 열린다.

              특이하게 빈센트 고흐(1853 3 30–1890 7 29) 테오 고흐(1857 5 1– 1891 1 25) 사진을 비롯해서 고흐 가문 사람들의 옛날 사진들로 시작되는 전시는 유화 45점과 드로잉 22점을 있는 기회다. 

              그곳에서 달라진 서울의 진풍경도 맛볼 있었다.  바람을 헤치며 도착한 일요일 오후의 서울 시립 미술관 안팎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미술관 밖에 자리잡은 매표소에는 구불구불하게 겹쳐진 사람들의 줄이 붙어 있었다.  추위를 이기며 기다린 30분과 12000 덕분에 손에 잡은 표를 들고 들어간 미술관 본관은 바깥보다 따뜻했다.  마찬가지였던 입장을 기다리는 굵고 길고 빽빽한 사람들의 .  단언하는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관람객들 사이에 끼여서 그림 구경을 본적이 없었다.  작년과 작년 한국에서 경매를 통해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더불어 대중들의 그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접해봤다.  그리고 빈센트 고흐 덕분에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온 사람들은 휴대 전화로 사진을 찍고, 잡담을 하며 줄을 따라 갔다.  줄은 전시장 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림과 그림 사이를 번갈아 가며 비교해 보고, 연도를 확인하고, 비슷한 주제를 찾아서 생각을 수도 없었다.  새끼 줄에 굴비처럼,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에서 행여 번씩 서로의 발을 밟아가며 전시를 즐겼다.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안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이야기들은 나와 화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빈센트 고흐가 생겼다는 이야기.  테오 고흐도 잘생겼다는 이야기.  그림은 색이 이쁘다는 이야기.  그림이 얼마나 비쌀까 하는 호기심, 등등. 

              특이한 관람 경험이었다. 그림만 즐긴 아니라 그림을 구경하는 관객들까지 즐겨보았으니까 말이다.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함께 그림을 즐겼던 관객들이 그들의 자녀들에게 해줄 말이었다.  환치면 배고프다.”라는 말이 계속 살아남을까?  


2008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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