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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2 얼굴, 인물화
  2. 2008.04.29 장광설 2
  3. 2008.04.14 2008년 4월의 샌프란시스코 볼거리

얼굴, 인물화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5. 12. 14:17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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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Philip Guston, 69 1/4 x 74 1/4 inches, Oil on canvas, 1975 Estate of Philip Guston



미국에서 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6개의 동전들(50센트와 1달러짜리 동전들 포함) 6개의 지폐들에는 각각 다른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돈의 앞면에는 있는 그림들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인물화이고 뒷면에는 건물, 심볼, 혹은 관인들이 그려진다.  그러니 6개의 동전들과 6개의 지폐들을 모두 모으면 12명의 인물화를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있다.  그런데 사실은 11명의 얼굴이 보인다.  이유는 링컨이 페니와 5불짜리 지폐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11명의 얼굴이 모두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은 별로 재미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재미와는 정반대로 차갑게 현실적이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사회가 방향 방향으로 돌아가고 나아가는 이유들 커다란 부분이 금전이다.  조그마한 슈퍼마켓에서 초대형 다국적 기업까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영리(榮利)도모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기업인들은 녹색으로 그려진 정치인들의 얼굴을 많이 보고 모을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인 셈이다.

              어림 푼어치도 없는 없는 상상이라는 알고 있지만, 이중섭, 산타 클라우스, 마더 테레사, 엘비스 프레스리, 유관순 같은 사람들의 인물화가 화폐에 그려진다면 사회가 조금 예술적이 되거나, 재미있어지거나, 착해지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산타 클라우스의 얼굴을 많이 보고 모은 기업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물이 뭔지를 직업적으로 물어보고 그걸 찾아서 선물하는 버릇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빨간 바지와 장화를 신고 다니면서 것도 아닌데 크게 웃어대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게 되는 경우도 생길 있겠지만.

              얼굴이 없으면 싱거워지는 것들 하나가 사진들이다.  지금은 사진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그린에 가는 일없이, 집에서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 프린터의 조합으로 손쉽게 사진을 손에 넣을 있는 시대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이 필요 없는 세상을 열었다.  장가가는 친구 사진 찍어주러 필름을 사러 가는 일은 이제 없다.  점입가경으로 전부터는 이동 전화기 속에도 디지털 카메라가 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우리 아이의 사진 수가 쉽게 백장이 넘는다. 

              사진의 홍수는 인터넷이 증명한다.  인터넷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사이트들- 페이스 , 플리커, 유튜브 - 사진의 홍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얼굴들이 인터넷을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진다.   

              사진 기술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1920년대 , 인물 화가들의 그릇이 사진사들에 밀려서 작아지고 끝내는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21세기 초인 지금 쉽게 성급한 억측이었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사진에 자극을 받아서 형상에 억매이던 인물화들이 여러모로 자유로워졌다.  예를 들면 필립 거스톤(Philip Guston, 1913-80) 심리적이고 풍자 어린 담배 피는 인물화와 제랄드 사칼휘(Gerald Scarfe, 1936-) 신랄한 리차드 닉슨(Richard Nixon) 카툰, 로버트 실버스(Robert Silvers, 1968-) 천장의 지폐로 구성된 게이트 얼굴 등이 그것이다.  돌이켜보면 인물 화가들이 사진 기술에 자극을 받아 기존에 형상에 집착하던 인물화를 발전시켜 형상에 구애 받지 않고 인물을 표현해 내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200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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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설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4. 29. 14:03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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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and Natoma Street, 김정한, 8 x 5 2/3 feet, multimedia, 2008

 

처는 내가 현실과 거리가 있는 그림에 대한 이런 저런 장광설을 늘어놓을 마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면서 빙긋 웃고는  오랜만이네하고 다른 일을 시작하거나 하던 일을 계속한다.  그리고 나는 처가 다른 일을 해도 열심히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사는 생활을 있을 ?’하는 질문을 확신이 없는 초보자들이 그러듯이, 의심스럽게 되뇌었을 때는 대학원을 졸업하기 학기 전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은 그런 걱정을 필요도 없었던 것이 유학 오기 전에 8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저축했던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결혼을 했고, 졸업하기 학기 전에야 다른 모든 가장들이 그렇듯이 집으로 가져와야 하는 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위에 그림과 유학 생활을 벗어난 미국 생활에서의 신분에 대한 고민이 곁들여 졌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4년이 지난 지금 학교에서 마련해 주었던 작업실보다, 운도 좋게, 크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작업실에서 미국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신분에 대한 걱정 없이 아직도 붓을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전업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가장 질문은 사실 생계가 유지될까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이야기해보고 여서였다.  오히려 아무에게 말도 못하면서 번이나 낮게 중얼거렸던 것은 그림을 그리는 지겨워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질문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시간강사 자리를 얻게 되었다.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한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특히 인체 드로잉을 가르치는 수업을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학생들과 같이 모델을 공유할 있어서다.  덕분에 작업실에서 따로 모델을 고용하거나 필요가 없다. 

              학생들 중에는 재능이 있는 이들이 많다.  어떤 클래스에서는 놀랍게도 재능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많은 재능 있는 학생들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는 드물다.  대다수 학생들이 멋지게 작품들을 뽑아낸다.  하지만 모든 그림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학생을 만나기는 어렵다.  사실 이런 모습은 많은 전업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보여진다.  이런 모습은 가지를 꾸준하게 좋아할 있는 능력의 결여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가지를 꾸준히 좋아하면, 한가지의 대한 시선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처음에는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화가들이 이런 현상을 눈을 뜬다라고 이야기한다. 

              딴청을 부리고 있는 처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마치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요새 나는 말로 표현되기 이전의 사물들을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해.  사람들은 말에 현혹되고, 말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관계들에 얽혀서 살고 있는 , 사실 그것들은 모두 때문에 생기는 거야. 말이 없었다면 그런 관계들은 성립되지도 않았겠고, 필요하지도 않았을 꺼야.  예를 들어서, 말을 못하는 아기를 바라보면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  그건 아기가 세상과 말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야.  그래서 어른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적, 언어적, 사회적인 것과 다른 무엇이지.  그래서 나는 그런 그리고 있어.  이전의 사물들의 정체.  어떻게 생각해?”  


2008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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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石橋), 사자춤, (Shakkyo, the Lion Dance) 슌쇼 가추가와(일본인, 1726-1792), 비단에 잉크, 염료, 금, 1787-1788 경



페인팅 워크샵이 시작되기 전에 일찍 학생들과 모델이 오기 전까지, 요즘 전시들 흥미로운 것들을 골라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돌비 체드윅 갤러리(Dolby Chadwick Gallery, 210 Post St., Suite 205, San Francisco)에서 4 3일부터 시작되어 5 24일에 끝나는 알렉스 카네브스키(Alex Kanevsky) 전시와 아시안 아트 뮤지엄(Asian Art Museum, 200 Larkin St., San Francisco)에서 5 4일까지 계속되는 드라마와 욕망: 1690-1850 떠도는 세상으로부터의 일본 페인팅들(Drama and Desire: Japanese Paintings from the Floating World 1690-1850)’ 그것들이었다.

              카네브스키 그림들의 주제는 간혹 정물화와 풍경화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물화다. 그림을 볼만하게 만드는 구조는 층층이 쌓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인 빈틈 사이에서 자라난다.  인물은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흐려지고 날카로워지면서 흘러내려간다.   구조는 그리 낯설지 않은데, 이유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에드가 드가(Edgar Degas) 그림자가 느껴져서 이다.  흘러내리는 디테일들과 빈틈, 여러 겹의 덧칠은 다운 타운의 길바닥 구석처럼 현대적이다. 

              카네브스키의 그림들과는 전혀 다른 일본 페인팅들은 고유의 가볍게 화사한 색들이 간지럽게 가늘고 섬세한 선들 사이에 스며들어 200 일본의 화류계 인물들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표정과 , 머리 모양들은 이색적이고, 그림을 구성하는 구조, 전개하는 방식, 색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특해서 어느 나라의 그림들과 다르다.  그러니 19 세기 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이 일본 그림들을 보고 충격과 영감을 받은 사실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도중 워크샵 모델이 들어왔다.  중키의 날씬한 흑인 모델 미아.   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전통 일본 페인팅의 여인과 다르게 이색적이다나는 그녀가 일전까지만 해도 영어와 프렌치만 구사하는 알았다그런데 어찌 어찌하다 보니 이개 국어를 하지 하고 그녀에게 묻게 되었다그랬더니 기다렸다는 , 눈을 반짝이며 자랑스럽게 이태리어도 한다고 답해온다

              답을 옆에서 들은 나이 많은 학생 명이 알아들을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이태리어둘의 대화가 흘러가고, 워크샵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교실 가득하게 소리가 채워지고 워크샵이 끝났다

              아까의 학생이 이태리어를 계속했던 민망했던지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길에서 배운 이태리어를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놓치지 않는단다.  그러더니 자기가 20대였을 때는 국어를 했다고 말하면서 웃는다아르마니아어, 아랍어, 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지금은 내가 기억 하는 국어를 했단다사뭇 놀랄 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평상시에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행동하는 인물이어서 였다.  그의 평범한 얼굴 뒤로 8 국어가 돌아가고 줄은 짐작도 못했으니 즐거운 놀람과 함께 국어를 하는 머리 속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더불어 국어를 하는 사람을 그리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를 그려봐야겠다.

2008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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