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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5 아이의 그림 2
  2. 2008.09.02 그림과 화가를 담은 영화 3편
  3. 2008.08.16 BAN5

아이의 그림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9. 15. 14:55 posted by 긴정한

침대 위의 아이와 세 곰돌이들, 김예지



다가오는 10월에 살이 되는 예지는, 그림 그리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라났다.  그래서라고 생각이 되는 , 아이는 자주 그림을 그린다.  아이가 그리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엄마, 아빠, 자기 자신은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공부하는 대상이고, 괴물, , 나무, , 할로윈 호박, 마녀, , 웅덩이, 기차, 곰돌이 혹은 곰순이 그때 그때 호기심과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들이 등장해왔고 사라져 갔다.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은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쌓여지는 그림들에 비례해서 그것들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졌다.  예를 들자면 무렵 아이가 그렸던 엄마의 얼굴은, 여기저기가 찌그러진 동그라미라고 생각되는 무언가 하나, 그리고 그것 안에 흐트러져있는 점들 개였다: 개는 , 하나는 , 나머지 하나는 입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고 헝클어져 있던 모양들이 천천히 조금씩 진화해 왔다.  

              이년의 경력이 쌓인 요즘에는 제법 연필을 쥐는 모양도 그럴 해졌고, 연필 끝에서 늘어져 나오는 선들도 제법 강약 조절이 된다.  얼굴을 표현하는 동그라미라고 믿어지던 찌그러진 무언가는 이제 정말 동그라미가 되었다.  얼굴을 보면 성별도 쉽게 구분이 된다: 여자를 그릴 때는 속눈썹이 그려지고 눈동자도 남자보다 크다.  모양도 여러 가지로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들을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들은 곡선의 입으로 웃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표정한 직선의 입을 가지고 있다.  눈들과 사이 어디에고 찍혀졌던 점에서 시작된 코는 이제 작은 동그라미로 바뀌어 얼굴의 중심에 자리잡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귀걸이와 목걸이가 보태졌고 머리카락도 자라났다.  엄마와 아이의 얼굴 위에 머리카락은 길고 진하고, 아빠의 머리카락은 짧고 다섯 가닥뿐이다. 머리카락 위로 머리띠와 왕관이 번갈아 가며 자리를 잡는다.  바지와 치마의 구별도 생겼다.  아무것도 없는 막대기 하나로 상징되던 팔에, 전부터 손도 더해졌다.  물론 손가락들은 찾아볼 없는, 얼굴 분의 일만한 동그라미 손이다.   

              그림이 바뀌는 과정으로 미루어보건 아이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얼굴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처음 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얼굴이 몸통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얼굴에서 뻗어 나왔었다.  그때는 발도 표시가 사람 얼굴의 거미 같았다.  그렇게 아주 간략하던 이해로 시작되었던 얼굴 그림( 하나와 ) 점차 복잡해 졌다(머리카락, 눈썹, 속눈썹, 모양).  그리고 살이 지나면서 몸통이 탄생했고 그곳에서 다리가 솟아나왔다.  이런 변화들은 아이가 점점 많은 것을 얼굴에서 보고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사람이 얼굴뿐 아니라 몸통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아이는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보다 사람을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게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런 현상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그림들은 신기한 것이다.  더불어 아이는 스스로가 창조해낸 그림을 통해 자부심을 쌓아나간다.  아이는 벌써 여러 자기가 그린 그림을 어른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어른들은 아이를 칭찬할 기회를 얻고, 아이는 칭찬에 자랑스러워지고, 밝은 미소를 짓는다. 



9/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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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with a Pearl Earring, Johannes Vermeer, 46.5 × 40 cm (18.31 × 15.75 in), c. 1665

책들이 베스트 셀러 대열에 들어서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클래식으로 인정받는 경우 영화화되는 경우가 빈번해 진다.  만화책도 포함된다.  그런 형상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 하나는 원작의 유명세가 영화를, 원작 없이 만들어지는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하게 흥행에 성공시키기 때문이다.  얼핏 떠오르는 예들: 성경, 셰익스피어의 4 비극, 해밍웨이의 소설들, 톨킨(J. R. R. Tolkien) 책들, 해리 포터 시리즈, 슈퍼맨, 배트맨 .

              그런 영화들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의견들 중의 하나는 원작()보다 재미있는 영화는 드물다라는 것이다.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가 영화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상상을 하고, 상상하는 것을 즐기고, 자신의 상상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은 책과 함께만 날개를 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림을 때도 그런다.  그래서 그림과 화가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이 일년에 편씩은 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책을 바탕으로 영화들은 많은 경우 줄거리가 정해지고, 위에 자유롭게 이미지가 덧붙여지지만, 그림을 바탕으로 영화들은 자유롭게 줄거리가 지어내지고, 그림을 바탕으로 이미지가 덧붙여진다. 

              그림과 화가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 중에 괜찮은 영화 세편이 있다.  진주 귀걸이를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 ‘클림트(Klimt, 2006)’, ‘미술 학교 비밀(Art School Confidential, 2006)’.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진주 귀걸이를 소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걸려있는 버미어(Johannes Vermeer, 1632-1675) 그림을 바탕으로 트래이시 셰바리얼(Tracy Chevalier) 책이 원작인 영화이다.  스카렛 죠한슨(Scarlett Johansson) 소녀로, 콜린 훨스(Colin Firth) 17세기 독일 거장 버미어로 등장한다.  북쪽의 모나리자(Mona Lisa of the North) 알려진 그림의 제작 과정을 둘러쌓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그림에서 연장된 듯한 농밀한 조명과 구도가 상영 시간 100분을 맛깔지게 한다.

              말코비치(John Malkovich)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분장한 영화 클림트 20세기 비에나와 파리를 무대로 한다.  칠레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한 감독 피노(Raúl Ruiz Pino) 클림트의 삶과 그림에 영감을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사실보다 감독의 상상에 뿌리를 둔다.  헐리우드 영화들과는 전혀 다르다.  많은 클림트의 그림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많은 그림들이 여성 누드를 주제로 삼았듯, 영화의 여러 장면들에 누드가 등장한다.

              미술 학교 비밀 부류의 사람들에게 성큼 다가온다.  번째 부류는 미술대학을 나온 사람들.  영화를 보는 동안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기억이 영화와 겹쳐져서 영화와 자신을 동시에 발견한다.  번째 부류는 미술대학을 가려다가 발길을 돌린 사람들.  예술가면 영원한 예술가라는 명제로 예견해보건 예술가의 길을 생각해본 사람들은 영원히 예술가의 길을 생각하는 구석이 가슴 어디엔가 남아 있을 듯하다.  그들에게 영화는 미술대학 안을 예술에 대해 고민하며 거니는 모습을 은밀하게 상상할 있는 좋은 배경을 건네준다.

 

20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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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8. 16. 09:38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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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 Layer/ Storm Reflecting in a Pool, Leslie Shows, collage and acrylic on canvas, 2008. Image courtesy of the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년에 번씩 예바 뷔에나 센터(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에서는 베이 지역의 작가들 가장 흥미로운 작가들을 선별해서 그룹전을 연다.  올해가 다섯번 , 그래서 그룹전의 이름이 베이지역 5(Bay Area Now 5).  전시는 11 1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페인팅, 설치, 비디오, 행위, 컨셉, 그리고 관계 예술 다채로운 장르로 구비된다.  앞서 나열된 여러 장르의 미술 장르들 관계 예술(relational art) 가장 새로운 것이다.  장르는 특정 개인이나 공간을 바탕으로 혹은 공간에 제한되어 이루어지는 예술 행위나 작품과 다르게, 작가의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요지가 미디어(특히 인터넷) 통해서 관람자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지며, 변화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미학화한 장르이다.  예를 들자면, 전시장 이층 마지막에 헐쉬엔드(John Herschend) 작품 모든 것은 지금이 낳다(Everything is Better Now; a presentation, chart, refreshment station and bus tour to help make clear the importance of ambiguity in life)” 그것이다.  작품의 미덕은 어깨에 힘이 들어있지 않은 느슨함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새로운 것들이 지니는 생경함을 앞세워 보는 사람들을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가의 유머와 재치가 흥미를 북돋는다.  여러모로 옛날 것보다 새로운 ,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혹은 나를 표현하려는 현대 작가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있는 장르다. 

            당연히 새로운 것을 즐기시는 호기심 많으신 분들에겐 다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미술 공부 없이 쉽게 쉬운 그림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가지 머리 아픈 단어 조합일 것이다.  이때쯤에 지적하고 싶은 가지 요지는 글이 쉽게 쉬운 그림을 보시는 분들을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한 것도 새로운 것을 즐기시는 분들을 편들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쉬운 그림을 보는 것도, 아주 조금 새로운 것을 보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한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쯤에서 자르고 다시 전시로 눈을 돌리자.

            일층, 전시장 입구 왼쪽의 커다란 페인팅 점은 아나 테레사 훼르난데즈(Ana Teresa Fernández) 그림들이다.  그림의 주제는 여자다.  여자는 그림 안에서 무릎을 꿇고 젖은 머리로 바닥을 쓸고 있다.  그림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작가가 생각하는 멕시칸 여성의 모습이다.  어렵지 않게 정치적인 색을 읽혀지고, 미술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백남준 넥타이로 이미지를 만들었던 행위 예술,  쿠보다 사케코(Shigeko Kubota) 1965 7 4 행위 예술 등이 떠오른다. 

           지금의 베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중동 지역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각으로 전쟁 필연적인 듯하다.  브라이언 콘리(Brian Conley) 전쟁 게임(War game) 비디오, 사진, 조각, 컴퓨터를 묶은 멀티 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여러 가지 재료로 표현된 유년의 장난기를 표면에 두른 작품은 날카로운 뒷맛을 남긴다.  전쟁 게임 , 죠쉬아 쳐칠(Joshua Churchill) 설치는 기괴하고 환상적이다.  더운 날씨의 요즘 등골로 느껴지는 낮고 감각적인 메시지는, 어린 시절에 소름을 돋우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며 재미있게 보았던 전설의 고향 구미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위에 나열된 개의 작품들은 스무 가량의 선별된 베이 지역 작가들 작품들 중에 필자에게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들이다.  그러니 베이 지역의 미술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전시장을 찾아 보심이 어떠한지.  

8/15/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