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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 13일) 12시 몇 분쯤의 샌프란시스코 시청 주변 사진. 클릭하면 자세히 볼 수 있음.

  내일 있을 37회 게이 퍼레이드를 축하(37th Annual San Francisco LGBT Pride Celebration)하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매년 벌어지는 이 행사는 제멋대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 젠더 등.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시청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아서 별로 땀내지 않으면서 신기하고 재밌게 구경했던 적이 있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느끼한 아저씨들이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 깎두기 머리 아줌마와 예쁜 아가씨가 뽀뽀하는 게 요상하다 싶었다.  지금은 단련이 많이 돼서 괜찮다.  괜찮을 뿐더러 오늘은 한 할아버지가 "차별받는 고등학교 게이 학생들을 위gks 소원서(petition)에 사인도 한다.  오늘같이 시간이 맞아서 축하행사나 퍼레이드를 볼 수 있을 때는 샌프란시스코가 가지고 있는 관용(tolerance)과 선입견 없음이 괜찮다. 

게이 퍼레이드는 굉장히 섹시해서 보게되면 재밌으면서 웃기고 간혹 기분이 이상해 진다.  (혹시 이전 퍼레이드 사진이 궁금하신 분을 위한 링크:
http://sfgate.com/cgi-bin/object/article?o=0&f=/c/a/2006/06/26/MNGAVJKD7D1.DTL&type=gaylesb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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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과 마주 보고 있는 아시안 아트 뮤지엄(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뮤지엄 앞 텐트들은 오늘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테즈까 오사무의 만화 주인공들(우주소년 아톰, Wonder Three(이거 한국제목은 모름), 블랙 잭, 사파이어 공주)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전면에 커다랗다.  입구에 다가가자 커다란 유리문을 경비원들이 친절하게 열어준다.  가방 검사를 하지만 뭐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은게 그들의 나이스한 태도 때문이다.  "셀폰은 끄거나 소리를 없애고, 카메라는 2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플래시는 터트리면 안됩니다.  가방은 코트 맡기는 곳에 맡기세요" 

경비원에게 가방을 돌려받은 후, 벼르던 전시를 12 달러를 주고 신이나서 들어간다.  표를 사다가 멤버쉽(65달러)을 들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 데, 일년에 세 네번 가는 것 같아서, 24페이지짜리 계간 잡지가  탐나기는 하지만, 어쩌면 다음에 하고 미룬다.  가방과 코트를 맞기는 곳에서 일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 자원봉사자인 듯 보인다. 

뮤지엄의 2층(중앙에 삼성 홀이 있다)과 3층은 상설 전시장이다.  상설전시장에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서 남아시아, 서아시아, 페르시아의 6,000여년을 걸쳐 탄생된 15,000점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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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년 아톰 (Astro Boy, Tetsuwan Atomu) title page for Roboids, 1965. By Tezuka Osamu, Watercolor, Copyright, Tezuka Productions

 
기획전은 항상 일층에서 열린다.  "테즈카: 망가의 경이(Tezuka: The Marvel of Manga, Through September 9 )는 9월 9일까지"와 "요시타시의 기괴한 이야기들: 에도부터 메이지까지의 목판화들(Yoshitoshi's Strange Tales: Woodblock Prints from Edo to Meiji)"이 거기 있다.  

뮤지엄 밖에 늘어놓은 만화 주인공들의 커다란 포스터들이 예고하듯 일 층의 대부분은 데즈카에게 선사된다.  데즈카의 일생과 만화세계를 간략하게 추린 영화를 볼 수 있는 곳(Education Room),  그의 손떼가 묻어있는 원본 만화 잉크 드로잉들이 붙어있는 갤러리(Osher Gallery). 갤러리로 들어가는 문 옆의 벽에도 그의 그림들이 확대 인쇄되어 붙어 있다.  갤러리 안에 다 있는 그림들이어서 왜 그렇게까지는 했을까 한다.  그리고 리  갤러리(Lee Gallery)는 일본 만화책들과 잡지들이 책장에 가득 채워져 있다.  더불어 일본 만화 주인공 휘겨(figure)들이 전시장에 다닥다닥 줄서 누워있다.  거기서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일본 만화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공짜 만화가게인 셈이지.  ㅎㅎㅎ

데즈카에 관한 짧은 다큐멘타리 영화 두 편을 보고,  공짜 만화 가게에서 널부러져 그 동안 굶주려왔던 일본 만화 단행본들을 공략한다.  주변 풍경이 나이 어린 초등학생 서넛과 나이 많아 보이는 중학생들 두 셋으로 메꾸어져 있다.  다리가 저릴 즈음 일어나 데즈카의 원본 드로잉들로 향한다.  

셀수 없이 그어진 먹선들,  먹선을 가리는 화이트,  만화 제작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스크린들.  주인공들의 모습,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드로잉들.  데즈카의 손바닥에 뭉그러진 종이들.  땀 냄새,  수 십만, 수 천만 먹선들에 어려있는 창작의 열기와 용기,  고단한 반복의 매일 매일.  한 가지 작업을 선택하고 평생 그것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굉장하다.  얼핏 본 두 편의 영화에서도 큰 고생과 기쁨이 교차하는 데 하물며 하루 하루의 감정을 다잡고 한 길을 걸어가는 것은 얼마나 다부지고 멋진가.  그렇게 세월을 보낸 그는 커다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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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shitoshi's Strange Tales: Woodblock Prints from Edo to Meiji 
May 26– September 2, 2007
Hambrecht Gallery

"요시타시(1839–1892)의 기괴한 이야기들: 에도부터 메이지까지의 목판화들(Taiso Yoshitoshi's Strange Tales: Woodblock Prints from Edo to Meiji)" 은 단아하게 강렬하다.  요시타시의 구도은 어느 것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많은 작업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간결함과 편안함이 담겨져 있다.  디자인과 배열은 정돈되고 간략해서 보기 편하고 호소력 있다.  탄탄하게 짜여진 계획 위에서 만개하는 디테일과 색채는 마스터의 덕목을 지닌다. 

이 책 저 책에서 보았던 낡은 색채가 아니다.  20세기 초 유럽 화가들이 우기요에(ukiyoe)의 디자인과 색채에 반한 이유가 단박에 이해된다.  고호, 고갱을 비롯한 임프레셔니스트들(impressionists)의 색채와 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도 마티스, 디래인의 파오비즘(Fauvism)에서도 그 그림자가 느껴진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목판화들이 생생하게 기가 막히게 재밌고 신선하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번갈아 빠짐없이 보다가 다리가 아파서 다시 만화가게가 간다.  늘어지고 다리가 또 저릴즈음 다시 일어나 목판화들 앞에 선다.  그리고 서스름 없이 그의 천재에 모자를 벗는다.  

작품들이 빛에 예민해서 어둠게 전시되고 있고, 짧은 기간 밖에 전시할 수 없기에 7월 8일까지 반이 전시되고 7월 11일부터 9월 2일까지 다른 반이 전시된단다.  만화가게는 9월 9일까지 문을 여느까, 이차 저차해서 또 한 번 들러야 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