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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1 로벌트 흐랭크의 "그 미국인들" (2)
  2. 2009.03.23 중견화가 원미랑 그룹전 (2)

Robert Frank, San Francisco, 1956, Copyright Artist



에스에프 모마에서는 죠지 오키흐(George O’keeffe)의 그림들과 앤설 애덤스(Ansel Adams)의 사진들을 함께 묶어서 자연의 비슷함들(Natural Affinities)’이라는 제목의 전시, 그리고 로벌트 흐랭크(Robert Frank)의 사진들을 들여다 보기: 로벌트 흐랭크의 그 미국인들”(Looking in: Robert Frank’s “The Americans”)’이라 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자는 9 7일까지, 후자는 8 23일까지 계속된다.  전자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두 명의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흥행에 실패한다면 놀랍겠다.  그러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적격인 전시다.  후자는 1958년에 출판된 같은 제목의 책-그 미국인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전시이다. 

          1924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로벌트 흐랭크는 1947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 맘쯤 뉴욕에서 사진가 혹은 사진작가로 일을 했다.  1955년부터 2년 동안 구겐하임 휄로우쉽(Guggenheim Fellowship)에 힘입어, 미국전역을 돌아다니며 28,00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  식구들이 동반된 이 사진 여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중부에서 감방에 갇히기도 하고, 한 도시에서는 한 시간 만에 떠나라는 경찰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28,000여장의 사진들 중 엄선된 82장의 사진들이 그 미국인들이라는 제목 아래, 한 권의 책 안에 담겨 출판된 것은 1958년 프랑스에서였다.  일년 후 미국에서 출판되지만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책은 이제 50주년 기념을 경험했고, 워싱턴 디..의 내셔널 뮤지엄 오브 알트(National Museum of Art), 에스에프 모마, 그리고 뉴욕 모마에서 책을 축하하는 전시까지 벌이게 되었다.  50년에 걸쳐 가치를 인정받은 사진들이니 안보면 손해 보는 사진들이다.

          사진들은 복잡한 감정들과 느낌들을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년을 스위스에서 보낸 흐랭크에게 미국은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이 부분은 나이 이십이나 삼십이 넘어서, 혹은 십 대에 미국에 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니 미국의 풍경들, 소리들, 그리고 감정들과 흐랭크가 어린 시절에 뛰어다니던 골목길, 옆집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사용하던 독일어 억양들, 부모님들의 얼굴에 묻혀져 다가오는 감정들 사이에는 빈 공간이 놓여져 있었을 것이다(이 공간이 앞서 이야기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이해하기 힘든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자라난 것들이 사진들이다.

          사진들에 담겨진 미국은 밝지 않다.  그것들은 인종과 계층을 담담하게 직시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 금전과 자본이 자리 잡는다.  인종, 계층, 자본의 조합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것들보다 많은 그 밖의 무언가가 담겨진 사진들을 바라보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생겨난다.  특히 베이 지역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이 그 사진들 앞에 서신다면 진하게 피어 오르는 그런 생각과 감정들을 피하기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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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가 원미랑 그룹전

그림들/sf 중앙일보 2009.03.23 14:55 posted by 긴정한

사진 설명: “다양한 인상들: 베이 지역 추상(Diverse Impression:Bay Area Abstracttion)”이 열리는 트라이턴 아트 뮤지엄(Triton Museum of Art)내부. 왼쪽부터 , '떠다니는 꿈(Floating Dream)', ‘떠다니는 은(Floating-sliver)’, ‘이른봄(Early Spring)’. 사진 김정한. 그림 저작권은 화가 원미랑에게 있음.


트라이턴 아트 뮤지엄(Triton Museum of Art, 1505 Warburton Ave. Santa Clara)에서는 5 17일까지 “다양한 인상들: 베이 지역 추상(Diverse Impression:Bay Area Abstracttion)”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명의 화가들의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한국인 중견화가 원미랑이다.  전시장에 걸린 화가의 작품 세 점, '떠다니는 꿈(Floating Dream)',떠다니는 은(Floating-sliver), 이른봄(Early Spring)’,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화가와 한 시간을 보냈다.  

          세 점의 작품들은 모두 제한된 색상을 배경으로 한다.  예를 들자면 열 개의 패널들로 만들어진 작품 떠다니는 꿈(floating Dream)’ 에는 묵은 한지에서 볼 수 있을듯한 나이든 연한 노란색과 침착하게 가라앉은 회색, 깊이를 알 수 없지만 단호한 검은 색들이 배경을 차지하고 있다.  제한된 배경색들 위로 수 백 수 천 개의 셀 수 없이 많은 선들이 그어져 있다.  당연하다는 듯 선들의 색 또한 깊은 생각과 태도로 걸러진 제한된 색상들이다.  그 색들은 선들이 그어지고, 겹쳐지며 깊이를 획득하고 형태(())를 이뤄간다.  색상들에서는 적은 것이 많은 것(Less is more)라는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연상되지만 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움직임들과 에너지에서 표현주의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떠다니는 은(Floating Sliver) 은 세 점의 작품들 중 중간에 놓여져 있다.  작품은 두 개의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다가와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좌측 패널의 확신에 찬 은색이 가로지르는 공간 하나.   상대적으로 멀리 놓여진 원들(좌측 패널)과 눈 앞으로 확 다가온 원의 표면(우측 패널)이 빚어내는 두 번째 공간.  다가온 원의 표면에 앉아 있는 작고 밀도 높은 강렬한 검은 조각들(너무 무거워서 원의 표면을 찌그러뜨릴 것 같은 이 조각들은 원을 만드는 선들이 얼마나 강하게 표면을 받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이 만들어내는 울렁거림.  열거된 세 가지 요소들이 엉키며 펼쳐내는 큰 공간은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른 봄(Early Spring)'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셀 수 없이 많은 선들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차분하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공간이 열리며(이때 제목이 머리 속에서 겹쳐진다), 앞서 보았던 두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선명하고 진한 색채가 번져 나온다.  그 색채들의 이질감과 갑작스러움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한다.  혹은 위에 언급된 세 작품들과 병렬져 있는 화가의 꽃 씨리즈에 담겨지는 공간으로 열려진 문일 수도 있겠다. (화가의 꽃 시리즈는 지금 샌프란시스코 대학(University of San Francisco) 로스쿨 안의 로턴다 갤러리(Rotunda Gallery)에 걸려져 있다.)

며칠 동안 한 화가의 작품들을 쫓아다니며 바라보고, 그 화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은 흡사 한 소설가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내려 가는 것과 비슷하다.  공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평이한 일상의 경험들이 개별적인 예술가(화가 혹은 소설가)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남기는 과정.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일상과 예술가의 관계를 읽어내는 것은 흥미롭다.  그 관계는 다시 예술 작품(그림 혹은 책)을 보는 당신이 일상생활과 빚어내는 관계와 병렬적으로 놓여지고, 세상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것인 지를 깨닫게 한다.  늘 그렇듯 새삼스럽게 말이다.


3/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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