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 포트 마일리에서 본 태평양, 20”x60”, 아마포 위에 아크릴릭과 오일 페인츠
삼 년을 넘게 축구를 함께 하던 친구가 며칠 전에 갑자기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텍사스 주의 댈라스로 이사를 간다고 말을 건네왔다. 그 삼 년 동안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만나서 공을 차고 달리고, 게임이 끝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게 분명한 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가슴으로 알 수 있다. (삼 년 전에 축구를 시작했을 때에는, 얼마나 공을 못찼는 지, 어쩌다 패스를 받아서 공이 발 안에 있으면, 혼자서 어쩔 줄 모르다 상대팀 선수에게 그냥 넘겨주고 어떻게 한 번 다시 뺐아 볼까 하면서 무턱대고 달리기만 했었다. 그래도 비슷하게 못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냥 저냥 버티며 삼년을 지내왔는데.) 떠난다는 말을 듣기 몇 분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언제까지고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축구를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부터 기어리 블라바드(Geary Blvd.)를 타고 서쪽으로,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들려서 절벽 밑으로 시원하고 길게 펼쳐지는 오션 비치를 구경하는 클리프 하우스(Cliff House)를 향해서 계속해서 달리다 보면, 어느새 기어리 블라바드가 포인트 로보스 애브뉴(Point Lobos Ave)로 바뀌고, 그 길 양 옆의 주택가들은 48가(48th Ave.)를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다. 48가를 조금 지나면 곧 바로 차길 왼쪽 편에 바다 바위 여관(Sea Rock Inn)이 보인다. 그리고 그 여관 앞의 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엘카미노 델마 길(El Camino del Ma St.)을 따라 두 블락 길이 정도의 길을 올라가면 커다란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의 이름은 유에스에스 샌프란시스코 메모리얼 주차장(the USS San Francisco Memorial Parking lot)이다. 주차장 끝에는 쿼터를 집어넣고 금문교를 구경할 수 있는 망원경이 서너 대 설치되어있다. 이 곳이 땅끝 전망대(Land’s End Vista Point)이다. 그리고 망원경들 뒤 쪽으로 느긋하게 벤치들이 놓여있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골든 게이트 땅머리(Golden Gate Headlands)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 좋은 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수트로 하이츠 공원(Sutro Heights Park), 수트로 배스 유적지(Sutro Bath Ruins), 클리프 하우스(Cliff House), 그리고 골든 케이트 공원의 땅끝(Land’s End)을 산책할 수 있다. 모두가 연방 금문교 국립 휴양지(the federal Golden Gate National Recreational Area )의 일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뮤니 버스 38번을 타고 포인트 로보스 애브뉴와 기어리 엘카미노 델마 길 교차로 근처의 정차장에서 내리면 된다.
수트로 배스 유적지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 파도가 치는 소리는 몸으로 느끼는 것은 신비스런 경험이다. 그보다 자주 찾아가는 길은 수트로 하이츠 공원 입구부터 동쪽으로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이다. 산책로는 리젼 오브 어너(Legion of Honor)를 북쪽으로 타고 돌아 1마일 정도 가량 계속된다. 길은 리젼 오브 어너에서부터 포장되어서 내려오는 엘카미노 델마 길과 만나며 끝난다.
그리 길지 않은 이 산책로는 여러 가지 경치들을 가지고 있다. 경치들은 인상적이어서 한 번 본 사람에게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법하다. 여러 가지 핑계와 이유로 이 길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본 적은 없다. 식구들하고 걸어본 적도 열 번을 넘지 않는다. 그래도 경치에 흥이 나서 그림을 한 장 그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기회가 되어 다음 주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갈 그 친구와 이 길을 한 번 같이 걸을 수 있었다.
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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