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3. 14:52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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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모자 ,
1961년,캔버스에 유채, 45.5×38Cm



20
개월이 , 열쇠 꾸러미를 들고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소파에 늘어져 NBA 플레이오프에 넋이 빠져있는 아빠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네준다. 실증이 게다. 건네주다 눈이 맞는다. 둘이 빙그레 웃음을 주고 받는다.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인사로 받아 나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딸의 순수함이 해맑다. 텔레비전에는 사이가 벌어진 피닉스 선스 농구선수 스티브 네쉬가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를 거듭해서 손가락으로 가른다.

루이스 . 일요일 조기 축구 모임, 그는 담배로 시작해서 축구로 넘어갔고 담배를 물고 사라졌다. 설렁거리다 공을 잡으면 재지던 그의 . 축구 담배 연기 너머로 느긋한 미소는 지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축구 경기 어처구니 없는 심장마미. 고인의 명복과 남은 식구들의 평안을 빈다. 사람들이 없는 영역으로 넘어간 그의 영혼. 종교화에 그려지는 얼굴들을 마주 대하고 있을까? 예수님. 부처. 가네쉬. 많은 신들과 성인들의 얼굴들.  

돌아가신 할머니와 어린 누이들, 파마로 사촌 까불이 누나가 곱게 차려 입고 건넛방 처마 툇마루에 햇볕을 안고 찍은 사진 . 닳은 사진 할머니는 뭐가 수줍으신지 입을 가리시고 웃음을 지으시고 누이들은 활짝 웃음을 피웠다. 까불이 누나는 우아하게 미소를 짖고 있다. 별명이 무색하다. 언젠가 사진으로 그림을 시작했었다. 그림의 마무리는 없었고, 그리다만 그림을 어디다가 두었더라.

황량하게 말라 누런 잔디 들판, 여인은 쓰러지듯 곳에서 언덕 위를 바라본다. 언덕 위의 채의 집들은 멀리 있고, 과거에 있다.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 그림의 화가 앤드류 웨이스(Andrew Wyeth) 생존하는 미국 화가들 가장 유명한 사람들 명이다. 3 29일에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기억과 마술(Memory and Magic)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의 전시는 7 16일까지 이어진다. 보물섬(Treasure Island)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 . . 웨이스(N.C. Wyeth) 슬하에서 자라난 앤드류 웨이스의 그림은 가을의 기억들처럼 건조하고 서늘하며 선명하다.

기억과 사진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 사진첩은 접혀진 개인의 기억이다. 묵은 타임즈지 표지 얼굴들, 티비 가이드의 표지 얼굴들에 묻혀져있는 대중의 기억이다. 사진들은 커다랗고 무겁던 검은 상자에 담긴 필름에서 해방되어 손바닥보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며 무선 전화기에서 솟아난다. 그것들은 컴퓨터로 현상되어 인터넷으로 날아다닌다. 어린 딸의 사진은 태평양을 쉽게 건넌다. 그렇게 개인의 기억은 번의 클릭으로 타인에게 전이된다.

처는 딸아이 사진 찍기를 먹듯 한다. 둘의 얼굴은 항상 붙어있다. 기어 다니지도 못해서, 뉘어져 바둥거리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 둘이 손을 잡고 걸어 다닌다. 간혹 모녀가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괜찮다. 화가 박수근 그림 모자 떠오른다. 투박한 질감에 그려지는 덤덤한 선들. 그의 그림들은 순박한 일상에 배겨진 아름다움에 대한 웅얼거림이다.

거창하게, 신이 만들고 만드는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얼굴들. 위로 겹쳐지는 생활, 교육, 선택들. 속에서 자라나고 변해가는 얼굴들. 아름다움에 대해서, 변화에 대해서, 나의 얼굴에 대해서, 거울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얼굴에 겹쳐지나?

 

http://today072.new21.org/


2006년 5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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