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05.11.25 성06
  2. 2005.11.09 성05
  3. 2005.10.15 성04

성06

그림들/성 2005. 11. 25. 16:01 posted by 긴정한
뒤적 뒤적 냉장고를 더듬다가, 남아있는 김치찌개를 물 두컵 더 부어 끓여서 찬 밥 한 덩이에 얹는다. 12시가 조금 넘은 밤. 성 밖에 지금쯤 차갑게 식어있을 호수에 뜬 달은 아무도 술 안주로 삼지 않는다.

꼼양공으로 에티타이저를 시작해서, 타이 아이스티와 새우 딤섬을 생각으로 넘긴다. 으깬 감자에 버섯이 잔뜩 녹아있는 그래비를 부어서 무거운 빨간색의 포도주를 가득채운 잘 닦여서 미쳐 뺀질거리는 유리잔을 든다. 친지들과 우적거리는 시간들. 사람들이 빽빽히 엉덩이를 붙이고 특정부위의 고기를 구워 소주와 마시는 음식점은 그곳으로 열려있는 깊숙하게 얇은 골목길과 맛을 나눈다. 얼쩡거리는 까마귀들의 칼칼한 소리도 귀에 흘러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취하던 밤들.

당신의 머리 속에, 심장에, 기다란 내장에 녹아져 있는 영혼들은 몇일까? 집으로 오는 길을 돌아서, 먹고 또 먹던 쵸코파이의 맛이 새롭게 영감이 되고, 같은 사람을 다른 곳에서 만나면 모르던 사람처럼 알게되는 이야기는 어디서나 흐른다. 엉켜져 있는 것들을 뚫고 도도히 빤짝이는 별들과 겹겹히 쌓인 먼지들, 먼지들, 먼지들을 뒤로하고 얼굴을 빤히 내미는 뻔뻔한 달.

밤 열 두시가 넘어 먹는 것들은 모두 꿀맛이다.


클릭 -> 커짐

'그림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눌려져 있다가.  (4) 2007.12.02
the way of feeling good  (0) 2007.05.29
성05  (0) 2005.11.09
성04  (0) 2005.10.15
성03  (0) 2005.10.07

성05

그림들/성 2005. 11. 9. 16:39 posted by 긴정한
몇 잔의 물컵을 퍼 부으면 바다가 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잔들에 물을 담아 한 번에 엎는 방법. 한 잔의 컵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반복해서 물을 붓는 방법.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잔들과 한 잔의 컵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 그럴려면 무수히 많은 컵들과 한 잔의 컵을 구별하기 위해서 조심스러워야지. 또는 무수히 많은 컵들 중 한 잔은 남겨두고 모두를 엎은 후 조용히 와인을 마시면서 미완성의 바다를 느껴보는 것. 그러다 실증이 날때, 실증은 언제나 나기 마련이니까, 마지막 물잔을 엎고 큰 소리 지르기. "이제 바다다!"

한 잔의 컵 속에 물의 색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게 될때는 몇 잔이 부어진 후 일까? 바다 속의 수많은 생명들은 몇 잔의 물이 부어진뒤 조심스레 둥둥거리기 시작할까?

바다.

할 일 없는 오후 시간을 때우는 상상감으로는 그만이다.


그림 클릭 -> 커짐

'그림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way of feeling good  (0) 2007.05.29
성06  (0) 2005.11.25
성04  (0) 2005.10.15
성03  (0) 2005.10.07
성02  (0) 2005.10.05

성04

그림들/성 2005. 10. 15. 17:03 posted by 긴정한
소문으로는 웃지못하는 페르시안 고양이가 나타났단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천재처럼 미친 과학자가 뭔가를 만들다가, 옆에 있던 고양이가 그렇게 됐단다. 천재 근처에 있는 것은 이모저모로 그렇다. 고양이는 뭘 하고 있을까. 신선한 우유를 마신뒤에 혀를 낼름대며 입주변을 닦는 고양이들. 웃지 못해도 신선한 우유는 마시고 싶을까? 미친 과학자한테서 도망나와서 좋을까? 이렇게든 저렇게든 세상은 아침마다 새롭고 신기해진다.


그림 클릭 -> 커짐

'그림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06  (0) 2005.11.25
성05  (0) 2005.11.09
성03  (0) 2005.10.07
성02  (0) 2005.10.05
  (0) 200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