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07.02.03 얼굴들
  2. 2007.01.31 다양한 모델들
  3. 2007.01.29 화가의 얼굴 2

얼굴들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3. 14:52 posted by 긴정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수근, 모자 ,
1961년,캔버스에 유채, 45.5×38Cm



20
개월이 , 열쇠 꾸러미를 들고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다, 소파에 늘어져 NBA 플레이오프에 넋이 빠져있는 아빠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네준다. 실증이 게다. 건네주다 눈이 맞는다. 둘이 빙그레 웃음을 주고 받는다.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인사로 받아 나무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딸의 순수함이 해맑다. 텔레비전에는 사이가 벌어진 피닉스 선스 농구선수 스티브 네쉬가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를 거듭해서 손가락으로 가른다.

루이스 . 일요일 조기 축구 모임, 그는 담배로 시작해서 축구로 넘어갔고 담배를 물고 사라졌다. 설렁거리다 공을 잡으면 재지던 그의 . 축구 담배 연기 너머로 느긋한 미소는 지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축구 경기 어처구니 없는 심장마미. 고인의 명복과 남은 식구들의 평안을 빈다. 사람들이 없는 영역으로 넘어간 그의 영혼. 종교화에 그려지는 얼굴들을 마주 대하고 있을까? 예수님. 부처. 가네쉬. 많은 신들과 성인들의 얼굴들.  

돌아가신 할머니와 어린 누이들, 파마로 사촌 까불이 누나가 곱게 차려 입고 건넛방 처마 툇마루에 햇볕을 안고 찍은 사진 . 닳은 사진 할머니는 뭐가 수줍으신지 입을 가리시고 웃음을 지으시고 누이들은 활짝 웃음을 피웠다. 까불이 누나는 우아하게 미소를 짖고 있다. 별명이 무색하다. 언젠가 사진으로 그림을 시작했었다. 그림의 마무리는 없었고, 그리다만 그림을 어디다가 두었더라.

황량하게 말라 누런 잔디 들판, 여인은 쓰러지듯 곳에서 언덕 위를 바라본다. 언덕 위의 채의 집들은 멀리 있고, 과거에 있다.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 그림의 화가 앤드류 웨이스(Andrew Wyeth) 생존하는 미국 화가들 가장 유명한 사람들 명이다. 3 29일에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기억과 마술(Memory and Magic)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의 전시는 7 16일까지 이어진다. 보물섬(Treasure Island)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 . . 웨이스(N.C. Wyeth) 슬하에서 자라난 앤드류 웨이스의 그림은 가을의 기억들처럼 건조하고 서늘하며 선명하다.

기억과 사진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 사진첩은 접혀진 개인의 기억이다. 묵은 타임즈지 표지 얼굴들, 티비 가이드의 표지 얼굴들에 묻혀져있는 대중의 기억이다. 사진들은 커다랗고 무겁던 검은 상자에 담긴 필름에서 해방되어 손바닥보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며 무선 전화기에서 솟아난다. 그것들은 컴퓨터로 현상되어 인터넷으로 날아다닌다. 어린 딸의 사진은 태평양을 쉽게 건넌다. 그렇게 개인의 기억은 번의 클릭으로 타인에게 전이된다.

처는 딸아이 사진 찍기를 먹듯 한다. 둘의 얼굴은 항상 붙어있다. 기어 다니지도 못해서, 뉘어져 바둥거리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 둘이 손을 잡고 걸어 다닌다. 간혹 모녀가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괜찮다. 화가 박수근 그림 모자 떠오른다. 투박한 질감에 그려지는 덤덤한 선들. 그의 그림들은 순박한 일상에 배겨진 아름다움에 대한 웅얼거림이다.

거창하게, 신이 만들고 만드는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얼굴들. 위로 겹쳐지는 생활, 교육, 선택들. 속에서 자라나고 변해가는 얼굴들. 아름다움에 대해서, 변화에 대해서, 나의 얼굴에 대해서, 거울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얼굴에 겹쳐지나?

 

http://today072.new21.org/


2006년 5월쯤

'그림들 > sf 중앙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지 않는 거미 소리  (0) 2007.02.19
상상과 창조  (0) 2007.02.12
다양한 모델들  (0) 2007.01.31
화가의 얼굴  (2) 2007.01.29
불꽃의 혼  (0) 2007.01.29

다양한 모델들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1. 31. 07:35 posted by 긴정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정한, 트래이시, 스케치북에 목탄.




 

시간 강사로 들락거리는 대학 교직원 라운지에는 신세가 비슷한 시간강사 화가들이 바글거리고, 옆으로 모델들이 바쁘다. 화가들도 여러 종류고 모델들도 독특한 이들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로, 전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찾아온 사람들이 그들이다.

영국에서 건너온 크지 않은 체구에 나이가 들어 머리가 벗겨졌지만 씽씽 세계를 여행하며 인생을 즐기는 로이드. 그의 전설 같은 이야기. 10 전에 늑대를 끌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압수 당했단다. 그의 이야기는 쉽게 늑대도 길들일 있다는 사람들이 믿는다는 조소로 마무리 된다. 믿거나 말거나.  

이탈리아에서 크라우디오는 이런 저런 행사에 기타를 치고, 편으로는 모델로 생활한다. 전에는 기타를 치는 모습을 그려달라는 주문을 했다. 친분이 있어서 저렴하게 그려주겠다 하니 좋아한다. 당장은 좋은 기타를 사서 돈이 모자라 조금 있다가 부탁을 하겠단다.

트래이시는 말랐다. 거식증. 처음 봤을 때에는 사람하고 부딪치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너무 말라서 세게 부딪치면 바스러질 같아서였다. 2월에 바니쉬 화인 아트 갤러리(Varnish fine art gallery, 77 Natoma St, San Francisco)에서 있었던 필자의 전시를 보고 축하해줬던 그녀. 항상 빨간 머리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입고 다닌다. 새로운 보는 것을 즐긴다. 많은 말들 대부분이 전시의 그림, 전시의 조각이다.

일전에는 갤러리 앵그림(Gallery Paule Anglim, 14 Geary St, San Francisco)에서 전시되고 있는 데보라 버터필드(Deborah Butterfield) 조각들을 봤냐고 물어온다. 실제 크기의 조각들은 미리 준비된 스케치나 작은 준비 조각 없이 나무들과 금속 조각들로 엮어져 있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구성들이 결연히 겹쳐져 말을 형상한다. 형상과 형상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독창성이 충격적이다. 사조와 운동에 눈을 두지 않은 30년을 작업한 버터필드의 지명도는 높다. 작품들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in New York)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등에 소장되어 있다.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트래이시의 눈은 반짝거린다. 새로운 것을 보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열려있는 자아로 향한 신선한 호흡이다. 반복되는 생활 패턴의 그어진 사고방식에 틈을 열어준다. 시각적 충격으로 가슴 깊이 파고든다. 마무리는 보는 이의 취향에 따른다.

샌프란시스코 다운 타운에 있는 많은 갤러리들 현대 미술을 관람하고 싶다면 기어리(Geary St) 마켓(Market St)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근처에서 품을 시작해서 기어리(Geary St) 따라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쪽으로 걸어본다. 갤러리 간판들이 많다. 갤러리들 중의 곳에서라도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느낀다면 성공적이다. 충격 이후 그에 대한 반사가 뒤따른다. 관객은 충격에 마음을 실을 것인가 문을 닫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3초를 머물지 않는다. 충격의 맛이 달면 작품 앞에 주저 앉아 감상에 침전한다.


http://www.gallerypauleanglim.com/index.html


2006년 5월쯤

'그림들 > sf 중앙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상과 창조  (0) 2007.02.12
얼굴들  (0) 2007.02.03
화가의 얼굴  (2) 2007.01.29
불꽃의 혼  (0) 2007.01.29
현실은 그림보다 공교롭다  (0) 2007.01.26

화가의 얼굴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1. 29. 06:58 posted by 긴정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렘브란트

 

 

 

말썽쟁이 아들의 장래를 바라보시며, 70년대 , 배제, 경기, 경복 고등학교가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대문으로 이사를 단행하셨던 어머니. 안타깝게도 경기, 배제 고등학교는 아들이 고등학교 진학하기 전에 강남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설상가상 아들은 험하기로 유명한 중동 중학교로 추첨 입학했다. 동문간의 의리가 돈독한 이유가 학교를 힘들게 다녀서 그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병대가 영원한 해병대처럼. 학교는 아들을 졸업시키고, 다음 해에 농담처럼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아들이 친구들과 떡볶이며 순대를 사먹으며 희희낙낙 거리며 돌아다니던, 영천 시장 독립문은 일제 식민지 시절의 투사들의 상징물이었다. 시대는 변했고, 차량 통행이 독립 정신의 상징보다 중요해졌다. 금화터널을 만들기 위해 독립문이 무악고개 쪽으로 이전됐다. 이전되는 것도 서러웠을 텐데, 장기 이식하듯 문의 안쪽 보이는 곳의 돌들이 빼돌려 졌다. 이전 다리 밑에서 위쪽을 바라보다, 문에 걸맞지 앉는 새빨간 벽돌들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 지금도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다.

 

독립문과 사직터널 사이에 자리잡은 운동장 좁은 대신고등학교로 추첨되었을 기분이 그랬던 것은 경복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입시를 봐서였다. 이래저래 기분이 그러셨을 부모님들에게 고교 이과 2학년 여름방학에 아들은 미술대학에 가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육이오 동란을 몸소 겪은 부모님들에게 그림쟁이 혹은 환쟁이는 굶기 좋은 직업이었다.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자식이기는 부모가 드문 탓에 아들은 미대로 진학하고 시대는 변했다. 물론 틀린 말이 없다라는 명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다행스럽게 당시 부모님들 생각과 약간 다르게, 아들은 매끼를 꼬박꼬박 챙기며 미국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그림 시장과 시스템은 차이가 있다. 한국의 화가들은 아직도 학연과 지연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하다. 그들은 전시를 하기 위해 갤러리를 돈을 주고 임대한다. 전시 벽에 붙은 그림 밑에는 가격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화가들은 돈을 주고 전시하지 않는다. 학연과 지연이 중요하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다. 그림을 보고 갤러리에서 같이 일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갤러리와 일을 하면 전시를 기회를 얻을 있다. 임대료는 없다. 홍보의 대부분도 갤러리가 책임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을 팔면 가격의 반을 갤러리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화가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그림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화가의 중요한 결정 중의 하나이다. 당연히 그림의 가격이 전시되는 그림 밑이나, 전시 그림 목록에 낀다. 그래서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관람과 동시에 투자를 생각한다. 나가는 작가의 그림들은 가격이 은행 금리보다 높게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세속을 벗어나 인간 정신의 본연을 꿰뚫는 그림이란 어디 있지 하는 회의가 일어나기 충분하다. 회의의 답은 간단하다. 화가도 인간이니 먹어야 산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같은 거장들도 그림으로 밥을 벌었다. 화가들이 이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이런 저런 이유로 예나 지금이나 낯설지 않다. 이름난 렘브란트의 그림들 300 만에 발견된 28 자화상은 2003년에 1 1백만 불에 거래되었다.

 

4월 2006년

'그림들 > sf 중앙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굴들  (0) 2007.02.03
다양한 모델들  (0) 2007.01.31
불꽃의 혼  (0) 2007.01.29
현실은 그림보다 공교롭다  (0) 2007.01.26
아담의 탄생(The Creation of Adam)  (0) 200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