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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드로잉에 대해서

분류없음 2007.06.27 16:00 posted by 긴정한

타호 호수(Lake Tahoe) 남쪽에 큰 산불이 나서 화염이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다눈 뉴스를 듣고 등교준비를 한다.  샌프란시스코 여기저기에 늘어져 있는, 시간 강사로 들락거리는, 대학에는 여름 학기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시간을 쉴 틈 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뉴스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게 틀림없지.  텔레비젼이 별로 재미도 없고 별로 관심 없는 데도 불구하고 듣고 본다는 지각행위는 강력하게 두뇌를 주무르는 구만. 

이번 여름 학기(2007년) 에는 세 과목을 가르친다.  대학 인체 드로잉(Figure Drawing) 두 개, 대학원 키아로스큐로(Chiaroscuro) 온라인 수업 한 개.  키아로스큐로는 말이 키아로스큐로지 대학 때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을 위한 워밍 업 과목이다.  별로 레벨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 

인체 드로잉은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배우는 드로잉 수업인 정물 드로잉(Analysis of Form) 수업을 수료한 친구들이 대상이다.  가르치는 건 정물 드로잉이 인체 드로잉보다 다양하다; 구(sphere), 삼각뿔(cone), 육면체(cube)로 시작해서, 보자기의 주름(fold), 퍼스펙티브(perspective), 야외 스케치(sketch or location drawing in my term), 인체 드로잉(figure drawing), 그리고 정물 드로잉(주전자, 병, 꽃, 기타 등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느라고 깊이 있게 어느 한 주제도 파내려가기 어렵다.  그냥 여러가지 주제들의 맛보기 수업라고나 할까.

정물 드로잉과 달리 인체 하나가 주제인 인물 드로잉은 좀 더 깊이 주제를 파고 들 수 있다.  처음 서울에서 인체 드로잉을 할 때, 모델이 누드라는 이유만으로 이상하게 경직되던 생각이 난다.  타대 학생들과 친구들이 "누드 드로잉한다며?" 하고 귀를 쫑긋 세우던 모양도 생각난다.  지금은 뭐 이 사람 저 사람, 젊은이에서 노인, 남자, 여자, 트렌스 젠더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의 누드를 봐서 "누드"라는 단어에 무덤덤해 졌다.  이것도 직업병?  인체 드로잉은 누드를 다루는 수업이다.  내 수업 방식은 막대 인물(Stick figure)와 숫자(proportion)들로 시작한다.  보통 3주 정도를 두 가지 이야기에 집중한다.  한 주 수업이 5시간이니까 약 15시간 정도를 막대인물과 노는거지.  사실은 더 오래 놀 수 있었으면 하는 데 15주가 한 학기이니 다른 주제로 움직여야 한다. 

3주가 지나고 몇 몇 학생들의 막대 인물이 균형이 잡힌 제스추어를 담아내기 시작하면, 공간(Volume)에 대해 이갸기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들은 간단한 도형(Geometry)들이다;구, 원기둥, 육면체.  신체 각 부분의 여기저기에 적합한 도형들을 알려주고 이 도형들을 막대 인물들의 막대들에 끼우도록 지시한다.  2차원적인 막대들이 혹근 선들이 막대 인물에서 3차원적인 공간 혹은 깊이를 암시하지만 구체적인 깊이나 두께는 도형을 통해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비례가 잘 맞는 도형들이 막대인물들과 춤을 추는 기간은 다시 3주 정도.  이 기간에도 내내 막대인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학기 시작후 대략 6주가 지나면 덩어리(mass)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대 주요 이슈는 무게(weight)와 면 움직임(plane changes)들이다.  한 덩어리의 인체를 빚어내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배열되어 있는 도형들을 녹여붙이는 혹은 도형들 위를 가로지르는 피부를 입히는 공부를 시작한다.  피부를 입히거나 도형들을 녹여붙일 때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이 면들의 움직임이다.  이 움직임들을 보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부터 비로소 인체 드로잉을 약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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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 위의 5가지 톤과 물체 밖의 캐스트 새도우


인체의 둘러싼 피부의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이다.  조명에 따라 변화하는 피부위의 그림자들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해부학을 공부하는 것.  전자가 시적인 향기를 많이 풍기는 데 그 이유는 그쪽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나는 빛을 그린다",  "빛의 화가", "내가 쫓아가는 것은 한 줄기 빛"이라는 식 대사를 많이 읇어서다.  프랑스 아카데미 학풍이 그쪽인 데, 불어를 사랑의 언어라고 자부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사이다.  코만 약간 덜 매부리였어도 그렇게 느끼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쨌든 이 쪽을 공부하려면 오단계 명도 체계를 익혀야 한다.  하이라잇(Highlight), 밝은 부분(light area), 중간 톤(mid tone or half tone) 혹은 이동톤(transitional tone,) 중심 톤(core shadow), 그리고 반사지역(reflectived area).  이렇게 다섯 가지 이름은 물체 위에서 움직이는 그림자(Form shadow)들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물체밖의 그림자는 캐스트 새도우(cast shadow)다.  이 공부를 하다보면 느낌과 분위기(atmosphere)에 치중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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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O DA VINCI. Canon of Proportions (Vitruvian Man). c. 1485-90. Ink. Academy of Fine Arts, Venice. 한 때 '이상한 나라의 폴'의 대마왕으로 활약하기도 한 아저씨시다.


해부학(anatomy)은 차갑고 어둡게 진지하다.  뭐 시체로 공부를 하는 거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지도 모르지.  그래서인지 러시아 사람들이 굉장히 이쪽에 강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유로 러시아 사람들이 여러가지 학문에서 강하다는 추측을 한다;문학, 음악, 체스, 무용, 음주(몇 일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이치들이 취할 수 있는 건 공업용이건 음식용이건 가리지 않고 마셔서 단명한단다.  자연에 순응하는 러시아인들 참 강해.)  르네상스 천재(다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들의 흔적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단어들에 얽혀진 이 분야의 매력은 카리스마적이다.  반면 공부하기가 까다로운 것은 수많은 라틴 용어들과 얼굴을 부벼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 대부분이 무자게 길다는 것;스터너클리도매스토이드(sternocleisdomastoid), 익스터널 오브맄(external oblique), 자이고매팈 프로세스(zygomatic process). 등등. 끝이 없다. 그래도 공부를 안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강렬한 카리스마 때문이다.  그리고 신이 만든 기계(human machine)의 디자인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은밀하면서 이상하게 어두운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