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
자화상을 위한 습작. 1980.
일요일 아침 운전, 라디오에서 농담 질문이 흘러나온다. 문(問):“얼룩말을 어떻게 냉장고에 넣지?” 답(答):“ 냉장고를 연다. 얼룩말을 집어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듣고 보니 어의가 없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문(問):“코끼리는 어떻게 냉장고에 넣지?” 답(答): “냉장고를 연다. 얼룩말을 꺼낸다. 코끼리를 집어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조금 게임에 익숙해지고 재미가 난다. 다시 문(問): “디즈니에서 만든 만화영화 라이언 킹을 봤다면, 처음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주인공 심바가 태어나고, 정글의 모든 동물이 모여 즐거워하는 장면. 이 때 딱 한 가지 동물이 불참했다. 이 동물은 무엇인가?” 답(答): “코끼리. 냉장고에 갇혀 있었다.” 게임의 힌트는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의 일관성. 마지막 질문. “정글에 악어 떼가 바글거리는 수렁이 하나 있다. 이 곳을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은?” 답(答): “그냥 건너가면 된다. 악어 떼는 심바를 보러 갔다.” 정글의 대규모 동물 모임, 저 외딴 곳에 흔들거리는 냉장고 한 대, 수렁을 건너 온몸에 진흙이 얼룩덜룩한 식구들이 그려진다.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녀, 매달 한 번씩 있었던 민방위 훈련 때 마다, 경계, 공습, 화생방, 해제 경보 사이렌을 들으며 책상다리 밑에 몸을 쪼그리고 눈코를 양손으로 막고 있었던 기억은 군사 정권의 잔재다. 그 시절 틈틈이 시간 날 때 마다 전쟁이 나면 가족들과 어떻게 피해야 하나를 진지하게 상상했다. 집 마당에 굴을 파서 특수 개인 기지를 만들어 핵폭탄으로부터도 피해를 받지 않고, 가족들과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며, 그 곳의 구조를 그렸다. 물론 그 앞뒤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그렸던 수 많은 로봇들의 그림들이 있었다.
80년대 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Art Institute of Chicago),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92)의 전시를 보던 이 세대 일본계 미국 꼬마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전시장을 빠져 나온 꼬마. 삼십이 가까워 오는 그의 기억에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너머에서 울렁대던 상상의 세계는 칼날처럼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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