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와 근육의 이야기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26. 10:08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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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목과 어깨의 근육들.

1515

펜과 잉크, 검은 분필

세로 길이 29.2 cm



학교에서 가까스로 얻어낸 강의가 미술 해부학이다.  처음에 얼마나 버벅거렸는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다.  어쨌든 수업이 많이 지루하다.  공부하는 그림들은 인체에서 피부를 벗기고 지방을 떼어낸 근육들과 뼈들이다.   그림들 옆에 서있는 글자들, 근육들과 뼈들의 이름들은 라틴, 고대 로마 언어이다.  단어도 그림도 모두 생소하니 어지간하게 호기심이 많지 않은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쉽게 생각에 빠져든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따분하다고 소문난 해부학을 피해가고 싶어도 필수 과목이니 그럴 수가 없다.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인체를 그리는 화가로서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해부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도, 세상에 있는 학생들의 시선을 교실로 끌고 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궁리 끝에 가끔 하는 이야기가 요즘 그림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운이 좋은 가이다.

              고대 로마에서 그림을 공부하던 학생들은 재능을 인정받기 위해서 이년 동안 원기둥, 삼각뿔, 육면체 기본 정물만을 그리는 훈련을 했다.   기간 동안 재원으로 발탁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인체 조각 그리기. 훈련 기간은 .  다시 손과 얼굴에 목탄을 묻혀가며, 실증에 눌리지 않고 재능을 갈고 닦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자격을 얻으면 비로서 모델을 보고 그림을 그릴 있는 영예를 누르게 된다.   영예는 당대의 유명 화가들에게 선택되어 그들을 도울 있는 도제가 되는 발판이다.  가까스로 도제 생활이 시작되면, 마스터를 도와 그림 인물의 가장 하찮은 부분을 그린다.   그리기 혹은 배경의 일부 그리기.  그린 발이 마스터의 눈에 벗어나지 않아, 도제 생활이 무난하게 지속되면 손도 그릴 있게 된다. 후배 도제들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을 지시할 있는 권위가 생긴다.  그렇게 마스터를 위해 그림을 그리고, 배우며, 미술계에서 이름을 퍼트린다.  그러다 운이 닿아 그림 주문을 얻으면 자기 이름을 걸고 그림을 그릴 있다.  

그러니 자기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힘든 과정을 지내며,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낳은 인물과 인체를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반짝이는 눈빛은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된다.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해부학 스케치들을 보자.  신이 디자인한 구조, 인체를 기계로서 공부하는 길은 신을 공부하는 다른 길이다.  천재의 눈에 보이는 인체의 구조는 영감 자체이다.  다빈치는 심지어 그의 공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기 싫어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글을 적어놓았다.  

정도 이야기하면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을 교실 안으로 끌어올 있다.  그리고 이런 이름, 저런 근육 이름을 입에 담으면 하나 둘씩 멀어져 가는 학생들의 시선.   학기 기본 정물을 그리고, 다음 학기에 미술 해부학을 필수로 들으며 다른 생각 없이 모델을 그리는 학생들, 로마에서 그림을 배웠던 학생들이 생각한다면, 충격적으로 운이 좋은 지금의 학생들은 대부분 가지 공통된 생각을 한다.   수업을 번에 통과해서 다시 지루한 수업을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는 생각.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잊지 말고 하는 마디. 마치 뼈가 없으면 근육이 붙일 곳이 없으니 움직일 수도 없고, 인체로서 모양을 수도 없는 것처럼 기본이 튼튼하지 않으면 좋은 그림이 나오기 힘들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200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