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올지오 디크리코(Giorgio DeChirico) ,
안드로마쉬(Andromache)
샌프란시스코 출발, 네바다, 아이다 호, 몬 타나, 와이오밍
주의 잭슨을 찍고 돌아온 왕복 2400마일의 여행. 마일리지
중간에 정점으로 찍히는 곳, 빙하로 덮였다 녹았던 곳은 땅밑으로 꺼져,
산들을 치켜세우는 곳, 그랜드 테턴 산. 북미
대륙에서 록키 마운틴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북쪽으로 옐로우 스톤 공원에 들어가면 큰 사슴(moose)들과 들소(bison)들이 초원에서, 강 옆에서, 노니는 혹은 널브러져있는 모습이 쉽게 보인다. 유황천이 바위를 녹여 고운 회색 진흙 방울을 터트리는 모습도 일품이다.
그곳에 가기 길에 타호 호수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예전의 맑고 투명한 표면이 점점 불투명해지는 타호 호수를 지나, 리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하루를 보냈다.
리노 다운 타운 근처에서 방을 빌리려다, 우연히 본 이름을 잊어버린 호텔. 담배 냄새가 진하게 밴 사무실, 슬그머니 내 모습을 위에서 아래도 흘려본 뒤 먼저 방을 확인하고 빌리라는 직원의 말을 따라, 사층으로 올라가려 찾아가 바라본 엘리베이터. 문 옆 엘리베이터를
세우기 위해 자리한 버튼. 버튼은 알루미늄 판에서 빠져 마치 맹인의 눈처럼 휑하게 다른 세상의 시작을
알렸다. 악몽이 시작되는 혹은 가위가 눌리기 시작할 때의 차가운 느낌이 차갑게 맴돈다.
엘리베이터 위 불이 켜지는 번호들이 고장 나 내려오는지 올라오는지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가 삐그덕거리며 열리며 퍼져 나오는 악취. 두 명의 칼칼하게 마른 피부, 버석거리는 블론디 머리 백인 여자들이
걸어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코를 찡그리고 쇠 상자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방을 보려고 4층으로 간다. 상자
안에서 4 옆에 있는 볼록 튀어나와 있는 두툼한 붉은 플라스틱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기 전, 코가 긴 오십 중반 정도의 여자가 작은 개를 한
마리 안고, 여자 아이 나타났다. 개가 꼭 여자와 닮았다. 악취가 익숙해질 만 할 때, 새로운 악취, 기묘한 땀냄새에 버무려진 싸구려 향수, 가 새롭다. 크게 덜컹거리면 시작해서 올라가는 쇠 상자에 갇혔다.
엘리베이터를 지나 복도를 걷는다. 복도들은 커다란 상자의 네 면에 달라붙어있어서, 그 안에 사각 공간이
남겨져 있다. 사층 복도에서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는 사각 공간을 내려다본다. 까마귀 떼가 앉아서 카카 거릴 것 같은 오래된 남루한 공간. 텅
비어 있다. 텅 비어 있음이 공간의 진실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비어있어도 비어있지 않다. 눈에 띄는 간판 하나. "아이들만
내놓지 마시오."
한 면을 돌아, 다른
면으로 걷는다. 여기저기 더위 탓에 방문들이 열려있다. 사람들의
눈빛은 마주치지 않아도 느껴진다. 문신이 새겨져 있는 팔들은 오히려 인간답다.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 방 안에서 두 명의 남자들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조심스럽게 눈길을 피한다. 얼핏 그들의 실루엣이 드 크리코의 그림 같다.
찾던 방은 두 남자들이 있던 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칙칙한 누런 색 벽. 허물어진 침대. 또 다른 종류의 악취가 배겨져 있는 화장실.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핑 돈다. 리노의 싸구려 호텔 사 층에서 도박의 어두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림들 > sf 중앙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이오밍주 잭슨 홀 호라이즌 갤러리로, 전시여행 03 (2) | 2007.02.26 |
---|---|
와이오밍주 잭슨 홀 호라이즌 갤러리로, 전시여행 02 (0) | 2007.02.26 |
뼈와 근육의 이야기 (0) | 2007.02.26 |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의 일관성과 미술사의 필연적으로 일관적 흐름 (0) | 2007.02.26 |
화가와 왕 (0) | 2007.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