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08.10.01 또 아침
  2. 2008.09.29 Painting
  3. 2008.09.15 아이의 그림 2

또 아침

그림들 2008. 10. 1. 13:49 posted by 긴정한

뭐...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입장은 아니니까, 원티드(Wanted)에서 들었던 노래처럼, 내일을 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그렇다고 과거를 잘 돌아보는 것도 아니다:몇 주 전에 축구하다 물 먹은 잔디때문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찌릿 거리는 허리를 '얘가 왜 이러지?'하고 생각한 것.  그래도 별 불편해도, 뭐 살다가 불편해지는 게 그런거지 하며 살아봤으니, 그냥 그럭저럭 할 일하고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제일 쪽 팔렸던 일은 휘겨 드로잉 첫 수업 중 핸드 아웃 나눠주다가 넘어진 일.  첫 인상이 참... 좀 그렇게 됐다.  아직까지 태어나서 안해본 일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 ㅠ.ㅠ

그렇게 9월이 지나갔다.


9월 29일,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대학원 수업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늦잠을 자서 허둥거리다, 강의 폴더도 빠트리고 가다가(물론 학교에 도착해서야 그걸 깨닫고), 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맘을 끌어서... 흠... 늦었는데 사진을 찍어야하나...그냥 가야하나... 하다가...지금 기록 안하면 기억도 못할 장면이지 생각하고, 늦어서 허둥거리면서도, 허리가 찌릿거리는 데도 백팩을 풀고 열고, 도시락에 밀려 한 구탱이에 쳐박혀있는 사진기를 낚시질해서, 찍은 사진.  

...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를 점심 먹기 전에 한 잔, 점심 먹으면서 또 한 잔, 그렇게 휘겨 스튜디오 클래스를 마치고 나니 손에 들어온 그림.

24"x18" , charcoal on newsprint.

 
Trinitte이라는 흑인 여자 모델이다.  큰 키에 몸을 신경과 시간을 많이 들여서 지방이 없이 근육이 골고루 발달된 처음 본 모델이었다.  수더분하게 말도 별로 없고, 틈틈히 크게 웃어주는 모습으로, 성격도 별로 모나지 않은 듯.
반면에 만년 고참 모델 밥은 느릿느릿... 슬슬 웃으면서... 편하게 자세잡고 시간 때우고, 이런 저런 실실한 이야기하다가는 끝나니 땡큐 질리온 하고 또 실 웃고 사라진다.  겉 모양만 읽으면, 속 편한 펑퍼짐한 아저씨다. 

아.... 허리 지리리,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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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그림들 2008. 9. 29. 12:04 posted by 긴정한

California and Taylor St., 36.5 x 26.5 inches, acrylic and oil on l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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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그림

그림들/sf 중앙일보 2008. 9. 15. 14:55 posted by 긴정한

침대 위의 아이와 세 곰돌이들, 김예지



다가오는 10월에 살이 되는 예지는, 그림 그리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라났다.  그래서라고 생각이 되는 , 아이는 자주 그림을 그린다.  아이가 그리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엄마, 아빠, 자기 자신은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공부하는 대상이고, 괴물, , 나무, , 할로윈 호박, 마녀, , 웅덩이, 기차, 곰돌이 혹은 곰순이 그때 그때 호기심과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들이 등장해왔고 사라져 갔다.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은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쌓여지는 그림들에 비례해서 그것들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졌다.  예를 들자면 무렵 아이가 그렸던 엄마의 얼굴은, 여기저기가 찌그러진 동그라미라고 생각되는 무언가 하나, 그리고 그것 안에 흐트러져있는 점들 개였다: 개는 , 하나는 , 나머지 하나는 입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고 헝클어져 있던 모양들이 천천히 조금씩 진화해 왔다.  

              이년의 경력이 쌓인 요즘에는 제법 연필을 쥐는 모양도 그럴 해졌고, 연필 끝에서 늘어져 나오는 선들도 제법 강약 조절이 된다.  얼굴을 표현하는 동그라미라고 믿어지던 찌그러진 무언가는 이제 정말 동그라미가 되었다.  얼굴을 보면 성별도 쉽게 구분이 된다: 여자를 그릴 때는 속눈썹이 그려지고 눈동자도 남자보다 크다.  모양도 여러 가지로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들을 보여준다: 행복한 사람들은 곡선의 입으로 웃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표정한 직선의 입을 가지고 있다.  눈들과 사이 어디에고 찍혀졌던 점에서 시작된 코는 이제 작은 동그라미로 바뀌어 얼굴의 중심에 자리잡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귀걸이와 목걸이가 보태졌고 머리카락도 자라났다.  엄마와 아이의 얼굴 위에 머리카락은 길고 진하고, 아빠의 머리카락은 짧고 다섯 가닥뿐이다. 머리카락 위로 머리띠와 왕관이 번갈아 가며 자리를 잡는다.  바지와 치마의 구별도 생겼다.  아무것도 없는 막대기 하나로 상징되던 팔에, 전부터 손도 더해졌다.  물론 손가락들은 찾아볼 없는, 얼굴 분의 일만한 동그라미 손이다.   

              그림이 바뀌는 과정으로 미루어보건 아이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얼굴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처음 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얼굴이 몸통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얼굴에서 뻗어 나왔었다.  그때는 발도 표시가 사람 얼굴의 거미 같았다.  그렇게 아주 간략하던 이해로 시작되었던 얼굴 그림( 하나와 ) 점차 복잡해 졌다(머리카락, 눈썹, 속눈썹, 모양).  그리고 살이 지나면서 몸통이 탄생했고 그곳에서 다리가 솟아나왔다.  이런 변화들은 아이가 점점 많은 것을 얼굴에서 보고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사람이 얼굴뿐 아니라 몸통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아이는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보다 사람을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게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런 현상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그림들은 신기한 것이다.  더불어 아이는 스스로가 창조해낸 그림을 통해 자부심을 쌓아나간다.  아이는 벌써 여러 자기가 그린 그림을 어른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어른들은 아이를 칭찬할 기회를 얻고, 아이는 칭찬에 자랑스러워지고, 밝은 미소를 짓는다. 



9/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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