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균, 숭배자들을 위해서, 머리: 84.5x69x46.5 Cm, 손 1: 75x44x51 Cm, 손2: 77x40x46 Cm, Sequins on polyester resin and fiberglass, 2008. 사진 노상균. 사진과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음.
3월23일 저녁 7시 30분부터 8시 30분 까지, 러시안 아방가르트, 소련 포스트모던 미술과 문학의 전문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의 강연이 열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San Francisco Art Institute, 800 Chestnut Street) 의 강의홀에 앉아 있었다. 그로이스는 철학자, 수필가, 미술 평론가, 그리고 미디어 이론가란다. 그의 글은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와 러시아 철학의 근본적 차이를 합친단다. 휴우~.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다른 커다란 직함들이 그의 이름 앞 혹은 뒤를 따른다.
강의의 주제는 ‘현대 종교와 디지털 영상’이었다. 그로이스가 처음 말문을 여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두 가지가 생각되었다. 하나는 그의 액센트: 유럽에 사는 러시아 사람의 액센트. 덕분에 심오한 강의가 더욱 더 난해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나 또한 대학에서 진한 한국 액센트를 사용하며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진부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액센트가 아니라, 어떤 내용 즉 가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계와 현실의 차이. 학자로서 그로이스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가 공부한 이론들을 통해 굴절되어 비춰지는 이미지이다. 점 더 새로운 이론이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스러우면서도, 그와 다른 한편으로 실망보다 더 크게 반갑고 편안하게도, 그로이스는 발터 벤야민(Balter Benjamin)이 1930년 중반에 쓴 글 -기계복제 시대에 예술작품(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과 마샬 맥루한(Marshall Macluhan)의 미디어 이론을 기반으로 주제를 펼쳐나갔다.
이 때쯤에서 들었던 생각은 ‘그로이스가 가 사용하는 벤야민과 맥루한의 이론에 그로이스만큼 익숙한 사람들이 강의실에 몇 명이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극소수라고 답해도 틀리지 않을 듯싶다. 그렇다면 그로이스 혹은 강연 주최측에서는 그의 강연 중, 혹은 강연 전에 미리 청중들에게 벤야민과 맥루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어야 할 법하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독자께 청한다. 위에 언급한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과 마샬 맥루한의 책 ‘미디움은 메세지다(medium is message)’를 시간 나실 때 한 번 읽어보시길. 독서 경험이 현대 미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보장한다. 책을 보기 전에 마샬 맥루한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이색적인지를 맛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서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한 재미다.
이쯤에서 간단하게 그로이스의 강의를 요약하면, ‘비디오를 통해 전파되는 현대 종교는, 복제의 복제를 거듭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우발적으로, 권위를 확장시킨다’ 였다. 따라서 그 과정과 현상의 관찰을 통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위는 다음과 같다: 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 기존에 이루어지던 반복을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그것이 무엇이든-를 스스로 결정해서 그 가치를 실행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권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마치 현대 종교가 그렇듯이. 강의와 연결된 전시는 뒤따르는 홈페이지에서 보여진다: http://www02.zkm.de/mediumreligion/ 전시는 그로이스
요약을 하고 나니 연상되는 문장은 카르마를 강연하던 지금은 이름을 까먹은 한 인도인의 문장이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다(A dream that you dream is just a dream but a dream that everyone dreams is a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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