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스타 산(Mt. Shasta, 북 캘리포니아에 있는 산들 중 가장 키가 크다. 4,317미터. 사진에 보이는 길이 5번 고속도로.)
북 밴쿠버에서 1번을 타고 15번으로 꺽어져 국경을 넘어 내려간다. 운이 그랬는지 국경선에서 미국 경찰들이 바글거리는 건물에 들른다. 건물 밖에서 그러니까 여권을 검사하던 흑인 경찰관 아저씨가 별 이유없이(내 생각에는) 오렌지 색 종이에 찍혀져 있는 여러가지 항목 중 "T1"이라는 란에 체크를 하고는 그 건물로 들어가라고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디가쇼?" 할 때 "집에 가요"해서 였을 까? 구체적으로 성의를 보이면서 "네 경관님 샌프란시스코가 집이라서 열심히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습니다."가 정답이였을까? 아무도 모르지. 하여튼 주차도 시키는 곳에 성의것 시키고 그 건물, 단층이었던 것 같다,에 발을 들여논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끼는 경찰관 아자씨 무리들은 캐나다 경찰관 아자씨 무리와 다르다.
캐나다로 들어가다가 스쳐지게된 빌딩 안, 캐나다 경찰관 아자씨들 무리는 단정하고 깨끗한 하늘색 유니폼에 잘 단련된 체격이 공통적이었다. 유니폼과 비슷한 덩치로 이 아자씨가 그 아자씨, 그 아저씨가 이 아저씨같다. 영국 액센트가 흥미로운 말투는 역시 경찰관 특유의 고압적인 지시투. 그들이 뭉쳐있는 실내 분위기? 뭐 그렇게 떨떠름하지 않다.
'뭐 캐나다 경찰아자씨들이 있는 빌딩과 비슷하겠지'하고 문을 연 빌딩. 저쪽에 오렌지 색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대 여섯명 정도 줄서있따. '시간 좀 걸리 겠군'하면서 줄 건너편에 은행 창구 비슷하게 이어진 책상 뒤쪽에 앉아있는 아홉 명 정도의 미국 경찰관 아자씨들 바라본다. 유니폼은 짙은 남색의 유니폼. 이 아자씨들 반은 덩치가 보통사람 두배. 나머지 반은 그 아자씨들 두배다. 모두 단정이나 규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산적들이 마음 고쳐먹고 갈고 닦아서 경찰시험 합격해서 다시 이곳에 모인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목도 딱 좋은 곳이네. 지나가는 행인들이 도망칠 길이 없네.
경찰 일: 양팔 뒤꿈치에 거미줄 문신이 알통에 또 다른 문신을 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앞에 서있는 사람을 처리한다. 가끔 고개를 들어 줄 서있는 민간인들을 주욱 훝는다. 눈빛이 얼음짱이다.
경찰 이: 긴 얼굴이 가슴에 딱 붙어 있다. 목이 없다. 가슴 둘레는 족히 삼미터 넘어 보인다. 거칠 거칠한 얼굴 피부로 보아 물을 얼굴에 잘 안대는 듯. 얼굴보다 더한 피부의 주먹, 크기가 보통 여자얼굴만하다. 헐.
경찰 삼: 덩치는 경찰 일과 비슷하나 나이가 들어보이는 깎두기 머리 아저씨. 한 사람(민간인) 상담 끝나고 일어나 인자한 웃음(깜짝이다)을 지으신다. 줄 선 사람들에게 다가와 오렌지 종이를 본다. 줄하고 상관없이 툭 한사람을 집어내 자기 책상 앞으로 몰아간다.
경찰 사: 사십 중반으로 보이는 여경. 금발이 모자 밑으로 무겁게 쳐져내린다. 화장기 없는 매마른 얼굴, 표정은 무덤덤. 덩치는 경찰 일과 같다. 저 아저씨들 사이에선 꽃이다.
그렇게 반 시간 정도를 이 아저씨가 다가와 오렌지 종이 보여달라면 그러고 저 아저씨가 다가와 또 그러라면 그러면서 줄에 서 있따. . . . 한 두 사람 변호사(흠...)와 같이 들어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나고 줄기차게 오번을 타고 내려갈 계획에 물이 찰찰 타진다. 레미콘에 물타면 부실공사데, 계획에 물타면 차질.
경찰 아저씨들이 종이를 보고 이 사람 줄(내 뒤에 있었는데)에서 빼가고 저 사람(또 내 뒤에 있는 사람이네)을 빼간다. 아저씨들이 내 종이를 보고 나를 안 뽑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해지면서 왠지 내 종이가 처리하기 곤란해서일까라는 의심이 나기도 한다. '그럴리가 없지. 아니야'한다. 그러던 중 경찰 사가 뒤에 서있는 사람의 변호사와 한 두마디 던지면서 아자씨들이 사람을 빼가는 이유를 설명한다. "경찰들이 종이에 있는 문제점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떤 경찰은 어떤 경우를 처리하고 어떤 경찰은 다른 경우를 처리해. 그리고 어떤 경찰은 모든 경우를 처리할 수 있지. 10시가 지나면 경찰들이 더 나올테니 그때는 업무가 좀 더 빨라질꺼야."
한 시간 정도가 흐른다. 경찰 일이 손짓을 한다. 저 아저씨는 피하고 싶었는데.
"캐나다에 왜 갔어?"
"얼마나 있었어?"
"거기서 뭐 가지고 나온 거 없어?"
"어디로 가는 거야?"
"영주권 딴지 얼마나 됐어? 곧 시민권 따겠네?" 등 등 묻더니
"저기 가 앉아있어." 한다.
"네."하고 상냥하게 대답하고 경찰들 책상과 줄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무 의자판에 앉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니 영 기분이 흐리다. 10분이 흐른다.
"어이 거기 이리와봐." "네."
"이 종이 가지고 나가서 밖에 있는 경찰 보여주고 집에 가."
"근데 왜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던 거줘?" 하고 물러보려다가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재게 종이 받아서 건물을 나간다. 나가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매처럼 다른 경찰(경찰 일 보다 훨 순하게 생겼다)이 종이를 채간다.
"잘 가쇼" "네"
차질 생진 계획을 만회하려 무리하게 달리지는 않는다. 뭐 그러려니 한다. 시애틀을 지나고, 타코마로 향하다, 씨텍(seatac)근처에서 길을 놓친다. 이상한 날이구먼. 뭐 그러려니 한다. 씨애틀이 크고 여성스런 도시라면 포트랜드는 작고 이쁜 도시다. 건축이 미래적이고 쿨하다. 예전에 왔을 때는 도시를 횡단하지 않고 다운 타운만 돌아다니다 가서 큰 그림은 못 봤었구만. 다시 유진(eugene)으로 들어가 올라갈 때 묵었던 곳을 숙소로 삼는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서울카페라고 쓰여진 곳에 간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부수리중으로 오늘 하루 문 안연다네. 멕시코 레스토랑으로 발을 돌렸다. 생선 타코가 싸고 좋다. 할라피뇨(매운 고추 피클)와 당근을 같이 절인 이름모르는 샐러드(?)를 공짜로 먹는다. 괜찮다.
유진에서 어둠을 피하고 또 한번 일찍 일어나 5번으로 올라선다. 500마일 조금 약하게 달리면 샌프란시스코를 지나서 댈리시티의 집이다. 유진, 오레곤에서 레딩, 캘리포니아까지 5번도로는 산위에 깔려있다. 운전 재밌고 기름 팍팍 날아간다. 그리고 운전 내내 샤스타 산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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