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터 스트리트(sutter st)와 부쉬 스트리트(bush st) 사이를 달리는 포크 스트리트(polk st,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별난 길들 중 하나다)의 한 남루한 빌딩에 사는 친구를 오전 10시에 만난다. 그도 화가다.
그 빌딩의 관리인은 중국 할아버지가 되가는 아저씨인데 "한(han)"이라고 불린다. 나도 "한(han)"이라고 불린다. 워낙이 많은 이름들이 공유되는 이곳 미국사회, 예를 들자면 수많은 크리스, 브라이언, 사라, 죠세핀, 크리스탈, 등 등, 내 이름과 겹쳐지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두 명 만났다. 한 명은 이미 언급했고, 다른 한 명은 예전에 종종 가던 식당의 누군가이다. 식당 간판에 "한의 식당"이라고 커다란 글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관리인 중국 아저씨는 본인이 중국인이지만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게 방을 세내 주는 걸 좋아한다. 중국 사람들이 방값을 잘 안내거나 늦게 내서 그런 것 같다는 친구의 말.
친구는 2주 여행을 마치고 어제(6월 14일 2007년) 돌아왔던다. 서울의 신촌에서 한 주, 대만의 또 다른 친구 아파트에서 한 주.
서울의 공기가 굉장히 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이 친구의 말을 들으니 '좋아졌나?' 싶다. 서울 공기가 끈적거렸지만 별로 나쁘지 않았단다. 오히려 대만의 날씨가 힘들었다네. 신촌에 바글거리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을 보고 인상이 깊었고, 남대문이 서울의 문이라고 생각하고, 시청에서 멍멍이탕을 먹었다고 싱글거린다. 맛이 괜찮았다고 하면서 스위스 사람이 강아지를 그려놓고 그 밑에 "맛있다"라고 적어논 쪽지를 그 식당에서 재밌게 봤단다. 그러면서 덕수궁, 청계천, 신촌의 밤 거리 사진들을 본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사진은 삼겹살이 놓여진 불판을 담은 것. 침이 돌았따. 그래서 아침 먹었냐고 물었더니 나가잔다.
재미있고 시간가는 걸 잊게 해주는 미국 최고의 대규모 컬렉션 아시안 아트 뮤지엄(http://www.asianart.org/)에서 테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주제로 하는 전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이 친구 작업실로 가는 길에서 이다. 아톰, 사파이어 왕자의 커다란 눈망울이 기억 저 깊은 곳에 다른 기억들과 엉켜져 늙어지고 늘어진 내 속에서와 달리 포스터의 그것들은 아직도 주름하나 없이 탱탱하게 오색찬란하다. '재미있겠다. 꼭 와서 봐야지'하고 지나친다.
타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웨이터는 중국 액센트를 흘린다. 카라말리(오징어 튀김)와 빨간 카레를 시켜 먹는다. 녹색 카레며 또 다른 색 카레도 있따. "파프리카 구했어." 했더니 이 친구 눈이 휘둥그래진다. 구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게, 뉴욕하고 엘에이에서는 오월에 벌써 개봉되었는 데, 샌프란은 개봉이 언제될 지 어디서 될 지도 모른다. 큰 스크린에서 빨리 보고 싶은게 욕심인데 어째 영 그렇다.
집에 와서 파프리카를 봤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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