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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을

카테고리 없음 2007. 10. 15. 11:27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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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e Kollwitz Woman with Dead Child, etching, 1903 National Gallery of Art,D.C.



2007 10 13 토요일 아침, 그룹전을 준비하려 베이 브리지를 건너 나파(Napa) 지나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향한다.  계절이 가을으로 넘어가는 무렵의 29 고속도로는 양옆에 늘어서 있는 와이너리들 때문에 포도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포도밭 저너머의 산들만큼이나 커다란 와인병들의 뚜껑이 열려 있는 같다.  아침의 이길이 보여주는 다른 재미는 열기구 풍선들이다.  어렸을 텔레비젼에서 번이고 반복해서 방영되었던 팔십일 간의 세계일주에서 보았던 그것들.  실제로 바라보면 영화 속에서의 느낌과 전혀 다르다. 

이런 저런 볼거리와 향기로 가득한 이길이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례지로 일컫어지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베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2007 10 11 저녁 6, 처와 함께 검은 옷을 아래로 걸치고 집을 나와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차에 타기 전에 집을 꼼꼼히 쳐다본다.  아담한  이층집.  저집 아래 층에 세를 들어 산지도 벌써 삼년이 된다.  덕분에 알게 윗층에 살고 있는 다른 식구.  아드님 두분은 여느 미국 사람들처럼 타지로 떠나 생활하고 있고, 아저씨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따님을 기르시며 바삐 사시던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신지는 2달전이다.  독실한 신앙 생활이 눈에 띄는 분이셨다. 

           280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도착한 장례식 장은 산자락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평상시에 후덕하시던 아주머니셔서 이래 저래 신세도 지고 식사도 같이 하셨던 여러분들이 장례식장을 가득채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식장 복도에 까지 무리지어 있다. 

           시간가량의 의식이 순조롭게 지나간다.  평상시에 담담하신 아저씨, 두살의 아주머니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격정적이고 뜨거운 눈물에 젖는다; “사랑한다.” 

           식이 끝나고 속에 누워계시는 아주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가는 줄에서 벽에 투영되는 여러장의 사진들을 바라본다; 처녀적 아주머니의 함박꽃 같은 미소,  나무 한그루를 사이에 두고 아저씨와 손을 잡고 찍은 연애모습, 결혼식, 어린 아들을 안은 모습, 장성한 자식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2007 9 19 저녁 7 정도, 수업을 마치고 나와 유난히 붉게 늘어지며 저무는 샌프란시스코의 석양에 물든 도시 풍경에 반해서 마켓과 4 근처를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가을이다.


2007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