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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Modern Art 1945 - 2000

그림들 2007. 7. 20. 03:12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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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Modern Art 1945-2000 (Oxford History of Art) , David Hopkins


대학 시절 만나뵈었던 수많은 미대 교수들 중에 아무도 현대 미술이 왜 이렇게 그려지는지를 설명해준 사람 없었다.  1학년 첫 학기와 두 번째 학기에 뎃생을 가르쳐주셨던 김 모 교수님의 가장 근사한 대답

 " 계속 그리고 계속 바라보면 이해가 돼."

계속 그리고 바라보았지만 이해가 안됐다.  대학 시절 들었던 이론 강의는 대부분 고대 미술과 르네상스 위주의 교육이었던 것 같다.... 흠.. 기억이 가물가물.  하나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한 학번 위 선배가 이론 시험 몇 분 전에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있다가 조금 일찍 들어온 이론 교수의 눈에 띠어서 시험도 못보고 총을 찼다는 이야기. 

자유분방하려고 노력하던 미술대학 학생들과 격식과 교양이 인물 됨됨이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노교수님들 사이의 거리는, 이해되지 않는 현대미술에 대한 질문에 계속 지켜보면 알게된다는 대답만큼이나 먼 것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미대를 돌아다니는 외국 책 장사 아저씨를 둘러싸고 이책 저책을 기웃 기웃 하면서 "아따 이거 멋지네. 이런 게 다 작품이네."하면서 눈을 반짝 거렸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추론과 리서치가 뒤따르고 책에서 본 이미지들과 비슷 비슷하면서 김치냄새나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그림들을 그리거나,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계속 한 길을 걸어가다보니 이책 저책을 읽게 되었고, 그것들 중에 David Hopkins가 쓴 After Modern Art 1945 - 2000은 강력하다.  저자의 방대한 식견은 2차 대전 후의 서양사와 문화사를 술술 풀어내며 뒷 배경을 만들고, 잭슨 폴락을 필두로 미국의 1930 년대 공황에서 시작된 뉴욕 작가들의 사상적 배경과 작품 경향이 구렁이 책 사이로 기어가듯 검은 글자들이 설설 풀어져 나온다.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New York Art Students league)를 들락거리던 폴락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캔버스를 땅에 깔아놓고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좌파 경향과 아방 가르드가 사조이던 모더니스트들의 태도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의 작업과정을 찍은 영상들은 퍼포먼스의 지초로 작용한다. 

모더니스트들의 감성과 방향은 당시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던 크리틱 클리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었다.  마치 미국 깃발을 들고 앞서 달려가면서 "나를 따르라!"하던 그는 이차 대전 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를 파리에서 뉴욕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물론 이 부분은 경제 구조와 미국 정부의 개입없이 이루어 질 수 없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글은 폴락으로 열리는 모더니즘에서 출발해서 컨템퍼러리를 지나 2000년대 미술계를 주무르는 미국인 매튜 바니(Matthew Barney)와 영국인 헐만 헐스트(Herman Hirst)를 스쳐지난 후 종을 친다.  역시 영국(유럽)과 미국의 미술계 힘겨루기는 포스트 모던을 지나가는 지금에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여전히 저기에 있다.  곧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참인 지금 유튜브와 씨앤앤이 민주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당연히 포스트 모던 현상이다, "기믹(gimmick)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현상이다" 말들이 많은 지금도 낡은 시대의 잔재는 규정되고 단절되기 전까지 저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던니즘 작가들과 컨템플러리 작가들의 정신을 이해하게 된다.  현대 미술이 궁금한 초보자들과 어디선가에서 열심히 계속 작업을 하며 계속 보고 이해를 하려는 작가들에게도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