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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7.20 After Modern Art 1945 - 2000

세계에서 제일 비싼 그림?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9. 3. 16:38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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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Pollock painting in his studio on Long Island, New York, 1950. © Hans Namuth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은 누가 언제 그렸고, 얼마일까?  

 

갤러리와 뮤지엄을 돌아다니며 느껴본 분위기에서 빠질 없는 부분; 일상 생활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의 고상한 표정과 우아한 몸짓이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삶의 구석에 그런 표정과 몸짓을 만들 있는 곳이 있다는 가식적이거나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살짝 예민한 일까?  바쁜 생활 속에서 이유 없이, 조금 느슨해지고 넉넉해지는 요가를 시작해서거나, 배불리 밥을 먹은 따뜻한 곳에 늘어붙어있을 때에만 생기는 태도일 필요는 없다. 

 

그러고 보니 그런 태도의 사람들을 무더기로 만나본 기억도 있다.  한국에 가서 참가해 본적이 있는 대학 동문 신년하례식이 그랬다.  교수라는 직업이 이유로 그랬던 같다고 생각되는 ,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이렇고 저런 생활인들이다.  그런 보면 군중심리는 강력하다. 

 

이야기가 멀어지기 전에, 다시 갤러리로 돌아가자.  그곳에 유별난 태도의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는 평등의 순간이 있다.   순간은 가격표에서 번져 나온다.  가격표는 눈을 맞추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마술처럼 가면을 벗긴다, 마치 마지막 술자리가 끝난 교수들 테이블 위에 놓여진 계산서처럼.  

 

1948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 그린 No 5(8 x 4 feet, oil on fiberboard) 2007 8 기준으로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이다.  그림은 2006 11월에 일억 사천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그려진 50 남짓 지난 지금, 공업용 페인트를 사용한 덕에 색이 바래고 있는 그림.  1958 뉴욕 모마(MoMA) 새로운 미국 그림 (The New American Painting Exhibition)으로 유럽 8 도시에, 폴락을 주축으로 추상 표현주의 그림들을 전시했을 , 많은 유럽의 비평가들의 가혹한 혹평(‘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은 그들이 화가라고 생각하는가?’, ‘이건 예술이 아니다 나쁜 농담이다; 거대한 거미 줄에서 나를 구해달라) 시달렸던 그림.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 da Vinci, circa 1503-1507) 모나리자(Mona Lisa, 30x21 inches, oil on poplar panel)보다 비쌀까?  1962 프랑스의 르브르 뮤지엄이 모나리자를 미국으로 전시 여행 보냈을 보험금이 일억 달러(2006 금액으로 육억 칠천만 달러)였으니, 대답은 쉽게 아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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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ldo da Vinci, Mona Lisa, 30x21 inches, oil on poplar panel, about 16th Century.


 

그림의 재료 값만 따져보면 달러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것들의 가격이 하늘을 뚫고 치솟을까?  답은 유리를 자르는 왜에 쓸모가 없는, 여성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다이아몬드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물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이유에서 찾아진다.  희소가치.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문화적 희소가치이다.  

 

미술사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애들이 그린 그림이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혹은 맘만 먹으면 너도 나도 그릴 있다고 생각하는, 폴락의 그림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가치는 미국 미술사에서 빠질 없이 필수적이다; 2 대전 , 냉전의 새벽 속에서, 세계 미술의 중심지를 피카소(Picasso) 브라크(Braque) 대변되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긴 사람들이 추상 표현주의 작가들-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윌렘 드쿠닝(Willem de Kooning), 놀만 루이스(Norman Lewis)- 이고, 폴락이 중심에 서있다.  그러니 추상 표현주의는 현대 미술사의 커다란 획으로 기록되고, 그들의 그림들이 많은 사람들을 매혹한다.  그렇게 도취된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한 자본 게임이 벌어지고, 자본이 몰리는 만큼 그림에 대한 보호도 철저해졌고, 저작권에 대한 보호도 투철해졌다.  이제 문화와 자본은 이혼이 불가능하다.  이쯤 되니 갤러리나 뮤지엄에 즐비한 비싼 문화를 맛보는 사람들의 고상하고 우아한 태도가 공연하지 않다.

After Modern Art 1945 - 2000

그림들 2007. 7. 20. 03:12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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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Modern Art 1945-2000 (Oxford History of Art) , David Hopkins


대학 시절 만나뵈었던 수많은 미대 교수들 중에 아무도 현대 미술이 왜 이렇게 그려지는지를 설명해준 사람 없었다.  1학년 첫 학기와 두 번째 학기에 뎃생을 가르쳐주셨던 김 모 교수님의 가장 근사한 대답

 " 계속 그리고 계속 바라보면 이해가 돼."

계속 그리고 바라보았지만 이해가 안됐다.  대학 시절 들었던 이론 강의는 대부분 고대 미술과 르네상스 위주의 교육이었던 것 같다.... 흠.. 기억이 가물가물.  하나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한 학번 위 선배가 이론 시험 몇 분 전에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있다가 조금 일찍 들어온 이론 교수의 눈에 띠어서 시험도 못보고 총을 찼다는 이야기. 

자유분방하려고 노력하던 미술대학 학생들과 격식과 교양이 인물 됨됨이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노교수님들 사이의 거리는, 이해되지 않는 현대미술에 대한 질문에 계속 지켜보면 알게된다는 대답만큼이나 먼 것이었다.  

그래도 학생들은 미대를 돌아다니는 외국 책 장사 아저씨를 둘러싸고 이책 저책을 기웃 기웃 하면서 "아따 이거 멋지네. 이런 게 다 작품이네."하면서 눈을 반짝 거렸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추론과 리서치가 뒤따르고 책에서 본 이미지들과 비슷 비슷하면서 김치냄새나 된장찌개 냄새가 나는 그림들을 그리거나,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계속 한 길을 걸어가다보니 이책 저책을 읽게 되었고, 그것들 중에 David Hopkins가 쓴 After Modern Art 1945 - 2000은 강력하다.  저자의 방대한 식견은 2차 대전 후의 서양사와 문화사를 술술 풀어내며 뒷 배경을 만들고, 잭슨 폴락을 필두로 미국의 1930 년대 공황에서 시작된 뉴욕 작가들의 사상적 배경과 작품 경향이 구렁이 책 사이로 기어가듯 검은 글자들이 설설 풀어져 나온다.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New York Art Students league)를 들락거리던 폴락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캔버스를 땅에 깔아놓고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좌파 경향과 아방 가르드가 사조이던 모더니스트들의 태도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의 작업과정을 찍은 영상들은 퍼포먼스의 지초로 작용한다. 

모더니스트들의 감성과 방향은 당시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던 크리틱 클리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었다.  마치 미국 깃발을 들고 앞서 달려가면서 "나를 따르라!"하던 그는 이차 대전 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를 파리에서 뉴욕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물론 이 부분은 경제 구조와 미국 정부의 개입없이 이루어 질 수 없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글은 폴락으로 열리는 모더니즘에서 출발해서 컨템퍼러리를 지나 2000년대 미술계를 주무르는 미국인 매튜 바니(Matthew Barney)와 영국인 헐만 헐스트(Herman Hirst)를 스쳐지난 후 종을 친다.  역시 영국(유럽)과 미국의 미술계 힘겨루기는 포스트 모던을 지나가는 지금에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여전히 저기에 있다.  곧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참인 지금 유튜브와 씨앤앤이 민주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당연히 포스트 모던 현상이다, "기믹(gimmick)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현상이다" 말들이 많은 지금도 낡은 시대의 잔재는 규정되고 단절되기 전까지 저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던니즘 작가들과 컨템플러리 작가들의 정신을 이해하게 된다.  현대 미술이 궁금한 초보자들과 어디선가에서 열심히 계속 작업을 하며 계속 보고 이해를 하려는 작가들에게도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