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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번 도로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5. 29. 01:19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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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jandro Quincoces
Dusk on Castrejana Highway, oil on panel, 33x33 inches



바트(Bart) 타고 댈리 시티(Daly city)역을 지나 발보아 파크(Balboa park)역으로 향하고 있다.  아침 해가 자욱한 안개에 가려져 사방이 텁텁하게 회색이다.  맑은 날이면 보이는 태평양 구석이 아쉽다.  좌석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바라보는 듯한 대사가 60 중반 정도의 여자 목소리에 순진하게 실려 흘러 들어온다.  

집들이 빡빡하게 쌓였네.  여보,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아?  나는 상상도 못하겠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라고 생각되는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진실을 속삭이는 것처럼 낮고 담담하게 그녀의 말에 또아리를 튼다. 

조금만 기다려.  시내에 있는 집들 보면 더해.”

              노부부가 맞다.  반복되는 일상에 익숙해져서 발바닥에 배인 굳은 살처럼 무감각해져서 잊고 사는 여러가지 사실들 한가지;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집들은 빅토리안(Victorian) 건축양식이건 아무 없는 상자 건물이건 개의치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문득 자주하면 매는 것에도 익숙해진다라는 아이리쉬 속담 줄이 늦은 차를 몰고 지나다 시선이 꽂힌 네온 사인처럼 머리 속을 지나간다.  

              베이 브리지를 지나 인터스테이트 80 타고 동쪽으로 달린다.  37 도로를 만날 쯤이면 도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있다.  29 도로로 갈아타 세인트 헬레나(Saint. Helena, 곳으로의 여행은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향하는 30마일은 전원의 풍경으로 가득하다.  가을에 길은 황금색 들판을 가로 지르고, 차창 밖으로 포도들이 발효되는 냄새가 부드럽다.  요새 같은 늦은 봄날에 길을 달리는 것도 괜찮다.  눈으로 날아드는 녹색의 순수함이 머리 속에 쌓인 도시 먼지들을 털어낸다.

              세인트 헬레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중심에 놓여진 길이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이다.  길을 슬슬 따라 걸으면 시간도 안돼서 마을을 만끽한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 맛이 근사한 미국식 아침 식당, 이태리 레스토랑, 그리고 다섯 개의 갤러리가 자리잡고 있다. 하나가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즐기며 그림을 있는 크리스토퍼 갤러리(Christopher Hill Gallery)이다.  전직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갤러리 주인 크리스토퍼 힐과 은퇴한 (Thomas) 빙글빙글 웃으면 그림 구경꾼들을 맞이한다.  작은 갤러리지만 어떻게 알고 들여왔는지 생존하는 스페인 화가며 이태리 화가의 그림들을 벽에 걸고 자랑한다.  안면이 있는 젊은 화가 2세대 일본계 미국인 노부히토 타나카(Nobuhito Tanaka) 그림도 켠에 놓여져 있다.  

              5 한달 동안 스페인 화가 알레한드로 퀸코세스(Alejandro Quincoces) 도시 풍경 그림들이 모여 전시되었다.  그림들은 차갑게 반짝이는 하이라이트들과 부드럽게 울렁거리는 무채색들, 여기저기 닳고 긁혀져 있는 표면들로 반짝거린다.  추상과 구상이 범벅되고, 차가운 도시의 단면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나무 패널 위에 담겨있다.  도시를 벗어나 타인의 눈으로 도시의 단면을 바라보는 경험이 괜찮다.


 

5/28/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