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그림들/sf 중앙일보 2006. 3. 8. 02:43 posted by 긴정한


링컨 공원 안(34th Ave and Clement St),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금상첨화 하는 듯 화려한 보우자르(Beaux-Arts) 건물의 뮤지엄, 리젼 오브 어너(Legion of Honor). 서슴없이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아름다운 뮤지움이라고 꼽을 수 있다.

눈으로 열리는 향연 보우자르 건축 스타일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형식을 르네상스의 정신으로 보듬은 스타일. 서양미술사에 빛나는 미학의 절정기, 고대 로마, 그리스, 르네상스를 묶어놓았다는 말만으로도 콧노래가 클래식하게 새어 나온다.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반의 거리를 물들이던 극치의 화려함은 20세기 중반부터 허영적이라 판단되어 거리에서 물러났다.

사천 년을 가로지르는 뮤지엄의 상설 콜렉션은 로댕의 조각들, 유럽의 클래식한 그림들과 인상파의 그림들, 그리고 유럽 상류층 생활의 배경인 가구들로 나뉘어 진다. 클래식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치오, 루벤스, 렘브란트, 티션은 뺄래야 뺄 수 없는 화가들이다. 마치 바하, 모짜르트, 베토벤, 비발디처럼. 이 곳에서 렘브란트와 루벤스를 만날 수 있다.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널리 알려진 그림, ‘헌금(Tribute Money)’은 유럽의 옛 그림들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성경의 한 구절을 담고 있다. 마태 복음 22장. 바리새인이 예수께 세금을 시이져(Caesar)에게 내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예수께서 답으로 동전의 시이져 이미지를 가르키며 “시이져의 것은 시이져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쳐라” 고 이야기하셨다. 실제 인물 크기로 그려진 이 그림은 드로잉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화가 카라바지오(Caravaggio)의 영향을 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포함한 9명의 인물들이 각자 다른 표정과 자세, 의복으로 표현되어 있다. 별반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씩 쳐다보며 ‘저이는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나?’하는 생각만 우려내도 톡톡히 재미를 짜낼 수 있다. 이 그림과 더불어 렘브란트의 35살 자화상도 뮤지엄 콜렉션 독보적인 작품 하나이다. 이 작품은 툭하면 빌려져 나가는 게 일이다. 역시나 자리에 없다. 허나 렘브란트의 드로잉을 볼 기회가 있다. 3월 4일부터 6월 4일까지 지하층에서 열리는 죠셉과 데보라 골딘의 콜렉션(Collection of Joseph and Deborah)에서 빌려온 드로잉들 중에 있다.

리젼 오브 어너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오는 길. 꼭 한 번 금문교가 보이는 언덕길(El Camino Del Ma)을 타고 내려와 링컨 블라바드(Lincoln Blvd)를 거쳐 프레시디오를 지나 시내로 들어와 보시길. 샌프란시스코의 비경이 열린다. 길 위에서 얼핏 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집은 집 주인의 것이니 세를 올려달라면 올려줘야지. 이렇게 좋은 경치가 있는 데 뭐가 걱정인가.

북가주 중앙일보, 2006년 3월 7일 (화요일), A-15

Region of Honor Website- http://www.thinker.org/legion/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