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MOMA '척 클로즈' 전

그림들/sf 중앙일보 2006. 2. 9. 02:02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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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던 12월이 지나고 곧 봄이 올 것 같다. 겨울내 하던 작업을 마무리해서 갤러리에 보내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기분 전환도 하고 작업하느라고 미루었던 척 클로즈(Chuck Close)의 전시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모마(뮤지움 오브 모던 아트)로 발길을 돌려 보았다.

샌프란시스코 모마는 미션과 하워드 사이의 3가에 자리잡고 있다. 뉴욕 뮤지움 오브 모던 아트나 엘에이 뮤지움 오브 컨템프러리보다는 규모가 작고, 시카고 뮤지엄 오브 컨템프러리보다는 규모가 크다. 리젼 오브 어너(Palace of region of honor), 디 영 뮤지엠(de Young)과 더불어 모마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뮤지엄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커다란 네 개의 기둥들이 높은 천장을 받들고 있다. 네 개의 기둥들 안쪽의 육면체 공간이 상승하며 원형 창으로 이어지는 기호학적 공간은 전시장과 도시의 경계이다.

척 클로즈의 자화상들은 현대미술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예일대학 미대를 졸업하고 “강력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물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자신의 얼굴을 커다랗게 그린 그림(1967-68)이 그것들의 시작이었다. 특정한 사물과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앱스트랙트 익스프레션니즘(추상표현주의: abstract expressionism)에 반항으로, 느낌을 배제하는 요소적, 기하학적 모습이 담기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던 1960년대 말 70년대 초, 감정을 배제한 손놀림이 극대화되어 있는 이 자화상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굉장한 열정이 느껴지는 우주적 디테일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사진 기술이 없이 만들어질 수 없는 그림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중섭을 좋아하듯 미국인들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초상화로 유명한 존 싱거 설젼(John Singer Sargent)이 운명한 1925년 이후 사진 기술이 초상화의 줄기를 끊었다는 이야기는 척 클로즈의 자화상들에는 걸맞지 않다. 척 클로즈는 적극적으로 사진 기술을 받아들여 자신의 그림들에 녹여냈다. 때로 그의 작품들은 사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 “미디움이 메시지다”라는 맥루한의 명제가 떠 오른다. 같은 내용도 다른 미디움으로 표현될 때 전혀 다른 무언가를 전달한다. 마치 본인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볼 때, 흑백 사진으로 볼 때, 비디오로 찍어서 볼 때가 다 다른 느낌인 것처럼.

전시를 통해 무려 40년 동안 창조된 작품들 속에서 변해가는 척 클로즈가 보여진다. 초기 작품들은 색이 배제되어있다. 흑백이다. 후기 작품들은 놀랍게도 강렬한 원색들로 짜여진다. 그림 속 시선도 냉소적이고 거리를 두던 자세에서 중립적이고 부드럽게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힘들고 외롭게 공격적으로 살아가던 젊은 시절을 거쳐 인정받고 넉넉해지면서 부드러워지고 원숙해 졌을까?

척 클로즈의 전시는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참고 웹사이트 www.sfmoma.org

북가주 중앙일보, 2006년 2월 7일 (화요일), 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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