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uit, Nick Cave. Photo by James Prinz. Copyright Artist
7월 5일까지 옐바 뷔에나 센터 포 디 알츠(the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의 갤러리에는 닠 케이브(Nick Cave. 랔 밴드 닠 케이브와 나쁜 종가(Nick Cave and Bad Seed)의 호주 가수 닠 케이브랑은 다른 사람이다)의 전시 “지구의 중심에서 나랑 만나요(Meet Me at the Center of the Earth)”가 열린다.
이 전시의 시발점은1991년 3월 2일에 발생한 로드니 킹 사건이다. 케이브(그는 현재 50세이다)는 로드니 킹 사건 이후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사건은 그를 점점 더 흑인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흑인이란 생각의 그림자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지내던 그가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Grant Park)의 한 벤치에 앉아있다,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작은 나무 가지들을 바라보다, 영감을 얻게 된 것은 1992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나무 가지들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것들을 실로 연결한 후, 자신의 내의(內衣)를 덮었다. 그것을 입고 움직여 보고, 놀라게 되었다. 입기 전에는 조각처럼 보이던 것이 입는 순간, 두 번째의 피부가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후 케이브는 그의 입을 수 있는 조각을 “소리옷(Soundsuit)”이라 이름 지었다. 그는 1992년 이후로 계속해서 다양한 소리옷들을 만들었다. 나무 가지에서 시작된 소리옷은 점점 발달했다. 전시에서 보여지는 소리옷들은 단추, 깃털, 사람 머리카락, 수판셈 알들, 사이살 삼, 염주, 등 다양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재료들에서 빚어나는 색채들은 원초적으로 휘황찬란하다. 도심의 저녁을 메꾸는 네온 사인들과는 다른 원색들이다.
색채와 소리옷들이 가지고 있는 형상들이 결합되며, 어렵지 않게 주술적인 느낌을 관객에게 드리운다. 더욱이 소리옷들 옆에 투사되는 영상들-소리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댄서의 움직임을 녹화, 문서화한-이 그 느낌을 북돋는다. 케이브 또한 소리옷을 입는 순간 느껴지는 힘, 마치 가면을 쓰는 순간 자기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소리옷을 입는 순간 스스로가 변화되어 샤맨(shaman)같은 주술적인 인물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이 옷 저 옷을 갈아입으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즐거워하고, 다양한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케이브의 육중하고 동물적인 혹은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을 연상시키는 원초적인 소리옷 속에 기어 들어가, 그것들에 조여지며 몸을 움직인다면,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할 때, 강하게 소리옷을 한 번 입어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케이브의 말을 따르면, 소리옷을 입고 움직일 때에는 그 무게 때문에 허리를 꽂꽂히 세우고 움직여야만 한다고 한다.
메인 갤러리의 가운데에는 지구본 조각이 묻혀져 있다. 그것이 전시의 제목“지구의 중심에서 나랑 만나요(Meet Me at the Center of the Earth)”를 시각화한다. 케이브는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이방인들이라도 소리옷과 영상을 느끼며, 생각하며, 함께 소통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전시의 제목을 구상했단다.
로드니 킹 사건에서 시작된 시간들에서 얻어진 영감으로 발전된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장이 로드니 킹 사건을 극복하는 혹은 그런 사건/비극이 더 이상 없는 지구를 꿈꾸는 장이라는 것은 인상적으로 필연적이다.
6/14/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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