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 훼이(Cui Fei), Manuscript of Nature V. Courtesy of Chinese Cultural Center Online Gallery


중국 문화원(Chinese Cultural Center, 750 Kearny, 3rd Floor,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4)에서 8 23일까지 현재형 바이에니얼(Present Tense Biennial)”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중국 문화원과 키어니 스트리트 웤샵(the Kearny Street Workshop)의 공조로 이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모마(SF MOMA)와 버클리 아트 뮤지엄(BAMPFA)에서 열렸던 중국 본토 예술가들의 전시들과 어쩔 수 없이 병렬되고 대조되는 이 전시는 31명의 베이 지역, 그리고 해외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초점은 다양한 작가들(중국계 미국인, 본토 중국인 등)이 바라보는 현재의 중국 문화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작품들 중 눈에 익숙해서 띄는 설치 작품 하나는 큐이 훼이(Cui Fei)의 것: 하얀 벽에 세로로 줄을 맞춰 나열된 나무 조각들이다(사진 참조).  나무 조각들을 벽에서 조금 떨어져서 보면 옛날 사람들이 멋들어지게 한지에 써내려 가던 한문들이 연상된다.  벽으로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한문에 대한 환상은, 샌프란시스코 어느 공원에 가도 볼 수는 있는, 공원 바닥 여기 저기에 떨어져 있을 작은 나무 조각들이다.  그러니 한문이라는 언어에 대한 환상은 자연물로 형상을 바뀌며 물질화된다.  그렇다면 상형문자인 한문을 사용하는 중국 사람들은 자연과 한자 사이에서 사회를 이루고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자연에서 비롯된 문자 즉 자연의 모양에서 비롯된 환상을 기초로 이루어진 문자, 그 문자들로 꾸려진 문화를 몸과 마음에 받아들이며 살아가도 있는 것이다. 

문화는 실제로 마음과 몸에 커다란 각인을 남긴다.  예를 들자면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게는 영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오백년이라는 노래의 가사 한 줄을 생각해 보자. “한많은 이 세상 야속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이 문장을 읽는 한국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정서가 그려진다.  그런 정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창작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일컫어지는 작고한 아르헨티나 소설가, 번역가, 평론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호르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가 이야기 했듯이 말이다.  

문화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보자면, 요새는 평범한 미국 사람의 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문신이 그것이다.  그것이 너무 작위적이라면, 다른 예로 재미 교포 이세들과 일세들의 얼굴 생김이 다른 것을 들 수도 있겠다.  이 이론은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흥미롭다.  아시다시피 영어로 말할 때 사용하는 얼굴의 근육과 한국어로 이야기 할 때 사용하는 얼굴의 근육은 다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영어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재미 교포 이세들의 얼굴 생김이 일세들과 다르다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전시로 돌아가자. 전시장에는 큐이 훼이의 설치 외에도 타마라 애바이티스(Tamara Albaitis)의 설치, 히로시 수기모토(Hiroshi Sugimoto)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토마스 창(Thomas Chang)의 사진들, 몽환적인 매일온(Maleonn)의 사진들 등 흥미로운 작품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본토 중국인들의 모습과 문화, 미국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모습과 문화, 정체성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케빈 첸(Kevin B. Chen), 애비 첸(Abby Chen), 그리고 엘렌 오(Ellen Oh)가 규레이팅했다. 



5/10/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