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회의(Faculty meeting)

것들 2007. 6. 20. 13:21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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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페이지나 되는 교직원 개발용 소책자



어제(6월 18일)는 기초(Foundation department) 교직원 회의에, 오늘은 대학원(Graduate department) 교직원 회의에 갔다.  그러니까 곧 여름 학기가 시작된다는 거다.  피곤해하면서 마친 봄 학기가 벌써 한 달 전. 

회의에 안가도 상관은 없는 데 그래도 그냥 안 거면 괜히 디렉터들한테 미운 털 박힐까봐 가기도 하고, 회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주기때문이기도 하다.  기초 교직원 회의는 교직원 개발 과정을 한 시간 정도씩 진행하는 데, 이게 한국에서 못보던 거라서 궁금하기도 하다.  보통 두 명이 교직원 개발(Faculty development) 부(?)에서 파견되어 나온다.  어제 파견나온 사람 둘은 모두 여자;레이첼과 마린이엇따.  마린은 경력이 오래된 듯 능숙하게 이야기를 술술 엿가락 늘어뜨리듯 잘 풀어낸다.  레이첼은 잘 나가다가 좀 그런 느낌을 받은 듯 갑자기 종이를 들고 있는 왼손을 사시나무 떨 듯 떨어서 보기 그랬지.  그래도 저번 학기 교직원 개발 과정보다 재밌었다. 

저번 학기 교직원 개발 과정은 시작을 종이 접기로 한다.  접을 종이와 종이 접기 매뉴얼을 나누어 준다.  매뉴얼에 네 마리 동물 접는 방법이 그려져 있다.  돼지, 뱀, 그리고 뭐, 뭐. (흠 둘을 까먹었군.)  난이도가 다 틀리다.  두 명의 개발자들이 다수의 선생들에게 접고 싶은 것을 접으라고 한다.  선생들이 종이 접기를 시작한다.  누구는 뱀, 누구는 돼지, 누구는 뭐, 누구는 뭐.... 그렇게 한 5분 지난다.
개발자들이
"시간 다 되가요."
"사, 삼, 이, 일, 땡."
한다.
그리고 같은 동물을 접은 선생들끼리 그룹을 짓는다.  그리고 각자가 자기가 만든 동물과 다른 서람들이 만든 동물을 비교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 돼지는 각이 깨끗하게 잘 잡혔네."
"저 돼지는 누가 안 시켰는 데 표정이 그려져 있어.  창조적이구만."
"저거는 접힌 비율이 약간 이상한데." 등등
일정 시간을 이야기하게 한후, 그렇게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을 갤러리 방문(Gallery visiting)이라고 샌각할 수도 있다고 개발자 둘이 설명한다.  그러구 나 다음에 그 일련의 과정을 수업에 적용시키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걸 도울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이 번 학기는 'The Kolb Learning Style Inventory, version 3.1"이라는 20페이지나 되는 소책자로 교직원 개발이 진행된다.  마린이 손바닥만한 녹색 종이를 나누어주며 서문을 시작한다.
"종이에 본인의 학습방식을 적어보아요."  
선생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는 화가라서 갤러리들과 뮤지엄들에 가서 그림들을 본다.  보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작가의 이름을 집어내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찾아 보거나, 책을 찾아본다.  그러는 과정에 내가 왜 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는 지 알게되고 또는 알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결과들이 생기는 과정이 재밌다.

글쓰기가 끝나고 설문지를 한 장씩 준다.  학습과정에 대한 12가지 문항이 쓰여진 설문지다.  마치면 숫자 네개가 생긴다.  네 개의 숫자들로 산수를 해서 4개의 항목-수용(Accommodating), 분기(Diverging), 동화(Assimilating), 수렴(Converging)이 그래진 좌표 중 자신이 속한 공간을 찾게 된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학습자인지를 알 수 있다.  나는 동화자(Assimilator)이다.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레이첼이 진행을 한다.
"분기자들 손들어 보세요?"
"동화자?"
"수용자?"
"수렴자?"
"다들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세요"
선생들이 여기 저기서 일인용 책상을 끼고 끌고 움직인다.
"서로 녹색 종이에 쓰인 내용을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학습방법을 다른사람들과 비교해 보아요."
선생들이 이러쿵 저러쿵 녹색 종이에 쓰여진 글을 읽기도 하고 그냥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선생들이 여기 저기서 일인용 책상을 끼고 끌고 또 움직인다.
"수용자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지요?"
"라라라라라" 선생 하나 둘이 모여서 이야기했던 걸 기반으로 대답한다.
"동화자는요?"
"라라라라라~라"
"수렴자는요?"
"라라라. 라라라라."
"분기자는요?"
"따따따다다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다른 학습 방식을 가지고 있고, 그 방식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 시작해서 한 레이첼의 말은 학생들이 선생과 다른 학습 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니까 자신의 방식으로만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네가지 학습방식을 골고루 섞어서 가르치는 게 좋다.  그런 이야기였다.  

반면에 대학원 교직원회의는 여름학기 스케줄 달력,  대학원 전화번호들, 임금 지불 달력, 대학원 교육안내들의 종이를 나누어 주고는 싱겁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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