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2007년. 비가 줄줄 내리다, 오후 12시가 좀 되기 전부터 시들해진다.  계획 이를 실행하기전에 틈을 타고 내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오늘도 린 밸리, 전번보다 좀 멀리 들어가본다.  이 시간이 지나면 더 깊숙히 들어갈 기회를 찾기가 힘들을 것 같다.  린 헤드워터스 트레일(lynn headwaters trail http://www.gvrd.bc.ca/parks/maps/LynnHeadmap.pdf)을 달리다 든 생각인데 밴쿠버가 괜찮은 이유 중 하나가 서울 서대문 집 동네와 비슷해서 이다.  서대문 집 뒤에도 금화산 자락이 누워 시간 날 때마다 산 등을 따라 달리기를 했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달리기를 할 산이 없어서 적적하다고 생각은 못했는데 지금 산을 만나고 나니 적적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린 루프 트레일(lynn roop trail)을 따라 들어가면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있는 벌채 흔적이 보인다.  한 팻말에 쓰인 말이 다음과 비슷했다.  여전에 벌채소가 있었는 데 폐쇄되었다.  벌채 산업의 흔적들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놓아둬라. 역사적인 자료다....등 린 루프 트레일을 지나다 세 사람 정도를 앞질렀다.  "하이." "헬로우." "하이." "하이." "헬로우.""하이." 

혼자서 숲이 우거진 산을 달리는 기분은 괜찮다.  길이 점점 좁아진다.  땅위에 얽혀진 나무 뿌리들은 미끄럽다.  비 온 후 여기저기 고인 물덩어리들을 피하기도 하고 밟고 지나고, 어떤 땅은 지표 밑에 나무들의 뿌리가 얽혀져서 발을 디딜 때마다 부드러운 바운싱이 느껴진다.  그게 달리기를 도와준다.

린 루프 트레일 끝에서 그만 돌아갈 까 하다가 다시 한 번 '지금이 아니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더 들어간다.  이제부터 삼나무 공장 트레일(cedar mill trail)이다.  길이 다르다. 험하다. 좁다. 주먹에서 어른 머리만한 크기의 자갈들이 깔려진 길들은 발목에 부담을 준다.  여기저기 나무 다리들이 놓여져 있다.  길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왼쪽에서 들리는 린 개울(lynn creek) 소리가 든든하다.  돌아가고 싶으면 뒤돌아서 물소리를 오른쪽으로 두고 내려가면 된다.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난다.  괜찮다.  근데 물론 모르는 소리들이지.
 침엽수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어른 허벅지만한 잎들이 땅에 깔린 곳도 몇 군데 있다. 길이 개울 옆으로 바짝 붙어잇는 곳도 있어서 달리기에 재미를 더한다. 꼬불꼬불 좁았다 조금 넓어졌다하는 길을 달리다 어느 순간 탁 트인 공간에 서게 된다.  바닥이 울퉁불퉁 자갈들로 덮혀있다.  둥그런 자갈밭이다.  자갈밭 끝에 팻말을 보니 여기까지가 삼나무 공장 트레일이다.  그리고 자갈밭은 헬기가 앉기 위해 마련되었다.  헬기는 조난자들을 위한 것이다.  사려가 괜찮네.  여기까지에서 돌아가야 할 듯 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편에 있다.  그래서 조금만 더 가본다.  이제부터 상류 트레일(headwaters trail)이다.

다시 한 번 길이 변한다.  나무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고 경사가 심해진다.  힘드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보자.  으싸으싸 하면서 조금 더 들어간다.  갑자기 칼날같은 정적이 귀를 후빈다.  헉.  어디에 곰이나 살쾡이가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조금만 있으면 뭔 소리가 나겠지.  조금 더 가본다.  아무소리도 안난다.  흠.  얼음짱같은 정적이다.  이제 돌아가야 겠다.  겁난다.

돌아가는 길은 대부분 나아가는 길 보다 쉽고 빠리지나 간다.  신나게 달린다.  내리막이 힘을 보태준다.  숙소에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 지나있다.

쉬다가 다시 심심해져서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으로 차를 몰아간다, 공원이 세계적인 이라는 이야기가 긴가 민가해서 이기도 하고.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지나자 마자 나오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서 공원으로 들어간다.  조금 달리니 사람들이 삼삼 오오 늘어지고 떨어져서 바다과 그 건너편 서(西) 그리고 북(北) 밴쿠버의 풍경을 즐기고 있다.  이쁘다.  바다 건너편에 집들이 삼삼하다.  밴쿠버의 집들은 좀 그렇다.  그런데 저쪽 집들은 괜찮네.

밴쿠버의 집들이 좀 더 이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 건 한 이 삼일 전이었던 것 같다.  백 중 구십 팔은 목재로 지어져있다.  물론 뱅쿠버가 벌목산업이 강세라는 걸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 누구러질 수 있는 불평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맴돈다.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평생보는 풍경인데 손톱만끔만 더 신경을 써서 디자인했다면 괜찮았을 것 같다.  그 손톱만큼의 노력이 이 판자 저판자의 색과 이 창 저창의 모양차이라면 할 말은 없지.  근데 그 노력이 모두 사각형을 이 변 저 변을 조금 달리하고 이 각도 저 각도를 조금 누이고 일으켜세운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누구는 이 사람들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보다 건축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속도로 근처의 방음벽이 나무판으로 되어있다는 게 누구의 좋은 예다.  고속도로의 나무 방음벽은 괜찮다는 데 동의한다.  나무가 시멘트보다 오래간다는 사실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더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 뒷덜미를 계속 잡아당긴다. 헤헤헤.

스탠리 공원은 자전거 천국이다.  여기저기로 조금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고, 주목나무들도 서있다.  무료주차할 곳이 없어서 잠깐 차를 세우고 빙그르 돌아본 것을 빼고는 차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았다.  귀차니즘으로 인한 주마간산.  

굶주리기 전에 리치몬드로 향하련다.  그곳에 맛난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가 있다.  공원을 나와 조지아가에 올라 다운타운을 지난다.  다운타운의 규모는 샌프란시스코보다 휠씬 크다.  엘에이랑 비슷하다고 생각이 안드는 이유는 건물의 키가 작아서이고 비슷한 이유로 시카고하고도 다르다.  흑인들과 멕시코인들이 안 보이는 것도 다르다.  아시안들과 백인들이 참 많다.  운전들도 착하게 한다.  길거리에 홈레스들도 없다.  간판들이 많고 그래서 인지 아기자기하고 바빠 보인다.  다운타운에서 밴쿠버로 들어가는 다리를 타기 위해서 조지아가에서 우회전을 하는 코너에 뮤지엄이 서있다.  곧 "모네에서 달리"라는 전시를 시작한다.  보고 휴가를 마칠 수 있으면 괜찮겠다.

밴쿠버는 날씨가 북 밴쿠버보다 밝다.  다운타운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 든 까닭은 줄지어선 간판들 대문이고, 다운타운이 아니라는 인상은 고층건물이 없어서이다. 70가까지 내리달려서 공항근처까지 다가간 후 넘버 2 길 위로 리치몬드를 달린다.  이대로 가다 스티븐슨길을 지나면 목적지다.  길 앞이나 옆을 바라봐도 별 생각이 안나는게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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