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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미 소리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2. 19. 14:36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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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바니, Drawing restraint, 

http://www.drawingrestraint.net/#

 

 

!” “! !” “! ! ! !” 잠자리에 들기 , 급박하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을 ,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도와줘~.”  겁에 질린 처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라 들었다.  우리 편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강 몸을 닦고,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문을 열었다.  겁에 질린 처의 얼굴, 손가락은 침실을 가리켰다.  열린 침실 문으로 얼핏 방안을 훑어 봤다.  방바닥에 , 책들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방안에 발을 밀어 넣는 순간, 살배기 딸아이가 품으로 뛰어들어왔다.  엄마 목소리 색에 젖은 겁이 아이의 눈에 번져있다. 아이를 안고 처를 바라봤다. 처가 침대 천장을 가리켰다. 아무 것도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모마에서 9 17일까지 열리는 매튜 바니(Matthew Barney) 설치, 비디오, 드로잉들은 시종일관 이채롭고 낯설다.  상상 동물 비디오.  억압된 상태에서의 드로잉 과정 비디오.  체계와 역사에 얽히지 않은 드로잉들을 둘러싼 드로잉들.  드로잉들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플라스틱 액자들.  낯섦과 이채로움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이 파도 소리에 힘입어 넓게 펼쳐진 새하얀 원유 젤리들과 대비된다.  작품들은 같은 건물 오층에서 보여지는 가드너(Tim Gardner), 말에리노 곤잘베스(Marcelino Gonçalves), 스미스(Zak Smith) 그림들과 다른 세계에 있다.   사람의 세계는 지난 미술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매튜 바니의 세계는 내일의 미술사라는 창으로 향해져 있다.

              거미 있어.  거미 잡아줘.”  처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침대 천장에 매달린 거미가 보였다.  침대 위로 올라가 거미를 손안에 집어넣었다.  쉬웠다.  어려웠던 , 거미가 손안에서 무척 빨리 기어 달아난다는 , 예측할 없이 하고 몸을 날린다는 .  놓쳤다. 침대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거미.   덮쳐서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몸을 재게 움직여 방안에서 벗어나 밖으로 던지려 했다.  거미가 익충이라는 생각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뿐, 현실은 달랐다.   놓쳤다.  방바닥에 떨어졌다.  그건 알았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방안, 개의 벽과 천장, 바닥이 스르르 뒤로 , 아래로 확장되었다.

              매튜 바니 전시를 관람한 , 모마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서로의 감상을 나눴다.  매튜 바니의 커다란 원유 젤리들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각설탕 사이를 지나가는 개미같았어.” 하는 그의 말이 재미났다.  매튜 바니의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 모마는 작가의 디자인에 따라 4층의 벽을 헐어버렸다.  벽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전형적인 관람객의 동선을 지워버렸다.  따라서 관객의 움직임이 해방되었고,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  작품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눈은 얼마나 공간을 즐기는지. 

              딸아이와 오션비치로 갔다.  태평양을 바라봤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바다를 있는 도시에 사는 호사다.  익숙하게 텔레비전 리모트콘트롤을 다루는, 심심하면 책장의 책들을 우르르 바닥으로 펼쳐놓고 장난을 치는 배기에게 바다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랫동안 자리에서 차가운 바람을 받아들이며 눈을 떼지 못하는 보니, 싫지는 않았던 같다.  마차 매튜 바니의 전시가 며칠 동안 살살 입에 감돌며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보지 않고 나온 그의 이상한 영화, 혹은 비디오 아트를 보러 다시 한번 전시를 찾아야겠다.  사사삭.  처가 새벽에 모두가 잠들어 조용할 , 침대 밑에서 거미가 기어다니는 소리를 들었단다.  사사삭.


2006년 7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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