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하나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04.02 22:51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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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2002 5 15 촛불 하나 그린 그림이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3,969,500 달러에 팔렸다.  그림 크기는 35 3/8 x 37 3/8 인치.  그러니까 현란한 색과 선명도를 자랑하는 50인치 텔레비전 정도 크기이다.  요새 텔레비전은 아마도 2000달러에서 300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  텔레비전은 대기업들에 의해 공장에서 제작된다.  그림의 작가는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라는 이름의 생존하는 독일인이다.  1966년에 사람이 읊은 구절은 사람이 말이라서 귀에 담겨 있다.  나는 많은 아마추어 사진들이 세잔(Paul Cézanne) 최고 작품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906년에 작고한 프랑스 화가 세잔이 말을 들었다면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나 리히터를 찾아 독일로 걸음을 향했을 것이다. 

              세잔이 누구인가?  19세기 마네(Manet) 시작해서 드가(Degas), 르느와르(renior), 카셋(Casset), 모네(Monet), 로트렉(Lautrec) 그들의 이름을 뮤지엄에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임레션니즘(impressionism) 물결 속에서 육면체, 원기둥, 원뿔만으로 세상을 그려내겠다고 고집을 부린 화가가 그다.  자신의 사람을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면서 원기둥, 욱면체, 원뿔이 !”하고 소리지른 사람이 그다. 

              고집이 반석이 되어서 20 세기 미술계의 슈퍼스타 피카소(Picasso) 마티스(Matisse) 작품 세계가 자라났다.  19세기 말과 20세기 미술계를 이어주는 다리로 미술사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작가 세잔피카소가 얼마나 큰지를 알아낸다면 세잔의 크기를 재는 어렵지 않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 샌프란시스코 모마(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쳐다본다.  2 말부터 5 말까지 피카소와 미국 예술(Picasso and American Art)’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의 주제는 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스페인 사람 피카소가 얼마나 쟁쟁하고 많은 미국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 주제이다.  

              전시 큐레이터는 스튜어트 메이비스(Stuart Davis), 윌리엄 쿠닝(Willem de Kooning), 알쉬일 고르키(Arshile Gorky), 그라햄(John Graham), 야스퍼 존스(Jasper Johns), 로이 리히텐스테인(Roy Lichtenstein),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데이브드 스미스(David Smith), 막스 웨버(Max Weber) 미국 작가들이 피카소의 그림을 열심히 공부했음을 보여준다.  이들 누구인가?  이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바꾸어버린 작가들이다.  그러니 피카소는 20세기 중반 출중한 미국 작가들의 영감이고 영웅이었던 것이다, 세잔이 피카소에게 그랬었던 것처럼.  

              이쯤에서 다시 리히터의 구절을 씹어 본다.  나는 많은 아마추어 사진들이 세잔(Paul Cézanne) 최고 작품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1966년의 리히터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리히터를 세잔과 비교한 사람이 있었을까? 

               리히터의 구절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구절이 겹쳐진다: “신은 죽었다(God is dead).”  구절의 공통 분모는 현실을 무겁게 눌러 내리는 오래된 버릇과 굳어진 사고 방식에 대한 단절이다.  그런 이야기를 있는 사람이 바라보며 그려온 그림이 과거의 그림들과 그리고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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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베이컨.

자화상을 위한 습작. 1980.



일요일 아침 운전, 라디오에서 농담 질문이 흘러나온다. ():“얼룩말을 어떻게 냉장고에 넣지?” ():“ 냉장고를 연다. 얼룩말을 집어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듣고 보니 어의가 없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코끼리는 어떻게 냉장고에 넣지?” (): “냉장고를 연다. 얼룩말을 꺼낸다. 코끼리를 집어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조금 게임에 익숙해지고 재미가 난다. 다시 (): “디즈니에서 만든 만화영화 라이언 킹을 봤다면, 처음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주인공 심바가 태어나고, 정글의 모든 동물이 모여 즐거워하는 장면. 가지 동물이 불참했다. 동물은 무엇인가?” (): “코끼리. 냉장고에 갇혀 있었다.” 게임의 힌트는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의 일관성. 마지막 질문. “정글에 악어 떼가 바글거리는 수렁이 하나 있다. 곳을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은?” (): “그냥 건너가면 된다. 악어 떼는 심바를 보러 갔다.” 정글의 대규모 동물 모임, 외딴 곳에 흔들거리는 냉장고 , 수렁을 건너 온몸에 진흙이 얼룩덜룩한 식구들이 그려진다.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녀, 매달 번씩 있었던 민방위 훈련 마다, 경계, 공습, 화생방, 해제 경보 사이렌을 들으며 책상다리 밑에 몸을 쪼그리고 눈코를 양손으로 막고 있었던 기억은 군사 정권의 잔재다. 시절 틈틈이 시간 마다 전쟁이 나면 가족들과 어떻게 피해야 하나를 진지하게 상상했다. 마당에 굴을 파서 특수 개인 기지를 만들어 핵폭탄으로부터도 피해를 받지 않고, 가족들과 피해 없이 살아남을 있는 방법이며, 곳의 구조를 그렸다. 물론 앞뒤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그렸던 많은 로봇들의 그림들이 있었다.

              80년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시카고(Art Institute of Chicago),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92) 전시를 보던 세대 일본계 미국 꼬마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전시장을 빠져 나온 꼬마. 삼십이 가까워 오는 그의 기억에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너머에서 울렁대던 상상의 세계는 칼날처럼 선명하다.   

              6 동안의 2 대전이 끝나기 일년 전인 1944, 십자가 인물들의 습작 (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 시대의 황폐함을 여지없이 그려낸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일차 세계대전 황폐해진 유럽에서, 십대 중반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유럽의 나라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자라났다. 시대의 발자국이 각인된 그의 정서와 사고가 재능을 타고 드러난 그의 그림들. 그것들이 담아내고 있는 인간들, 형상들의 뿌리는 벨라즈퀴즈(Diego Velázquez, 1599-1660), 드가(Edgar Degas, 1834-1917),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전함 뽀쫌킨, 엑스레이 사진들, 초기 연속 사진들로 뻗쳐져 있다. 남들과 전혀 다르게 등뼈가 굵은 그의 청소년기를 상상해본다면, 그림 형상들이 삐뚤어지고 터져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좋게 루시엥 프로이드(Lucian Freud, 1922-) 등의 재능 있는 화가 친구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카리스마와 상상력으로 독자적 시각 언어를 창조했다. 오렌지 색의 선명함과 암울하고 폭력적인 인간성, 개인의 불안정함과 격자화가 합창하는 그림들은, 끝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으로 앤디 와홀(Andy Warhol, 1928-1987) 데이빗 호크니(Dadvid Hockney, 1937-) 비롯 2006 작업실에서 열심히 붓을 놀리는 화가들의 상상 속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는 터너(Joseph Mallord Turner, 1775-1851) 이후 최고의 영국화가로 일컫어지기도 한다.

2006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