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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과자들의 힘

그림들 2009. 4. 27. 13:59 posted by 긴정한


Wayne Thiebaud, Cake bell, 17 5/8 x 18 7/8 inches, oil on wood, 2009, Courtesy of Paul Thiebaud Gallery, San Francisco.


어처구니 없이
, 혹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일들이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생기면, 침착한 사람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 지 모르면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  그러다 그 기간이 물론 다른 여느 날들처럼 지나간다.  그 후 남게 되는 것은 먼지가 뒹굴고 있는 마루바닥.  먼지처럼 마음에 쌓여져 있는 감정들.

지난 몇 주가 그랬다.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어디에 계시든 평안하게 쉬시길).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사건들로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다 돌아온 LA로의 주말여행.  침착해 보려고 노력했던 덕분에 딱딱하게 굳어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와중에 평화로웠던 시간은 이런 저런 갤러리들에서의 몇 시간들. 

놀스 비치(North Beach)에 자리잡고 있는 폴 티바우 갤러리(Paul Thiebaud gallery)가 새로운 장소(645 Chestnut Street, San Francisco)로 이전하여 문을 열며 6 27일까지, 웨인 티바우(Wayne Thiebaud,)-작고한 리차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과 함께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화가로 생각되는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살아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의 새로운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의 이름은 과자 기억들(Confection Memories)”.  웨인 티바우는 갤러리 주인 폴 티바우의 아버지다. 

웨인 티바우는 1920년에 태어나, 1938년부터 49년까지 상업미술가로 일하며, 간판, 일러스트레이션, 카툰 등부터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의 미술가로도 활동했다.  1949년부터 50년까지 샌 호세 주립 대학(San Jose State University),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을 다닌 그는 1960년대에 케이크, 사탕 등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로 유명해진다.  그 그림들은 그 당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중산층을 겨냥해 그려졌고, 아이러니컬하게 그 그림들은 이제 중산층들이 꿈도 꿀 수 없는 가격들로 거래되고 있다.  그런 측면은 앤디 와홀(Andy Warhol)을 연상시킨다.  또한 가게 창문에 진열된 듯한 티바우의 그림들 속 케이크, 사탕 등은 팝 아트(Pop art)에서 보여지는 상품에 대한 시선의 전조로 보여진다.

1960년대에 자신이 그린 과자들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같은 대상을 그린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발상이다.  마치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 일기장을 몇 십 년이 지난 후 다시 그리는 것 같다.  갤러리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옛날의 사탕과 새로 그려진 사탕, 옛날의 케이크와 새로 그려진 케이크 사이에 있는40년이라는 시간이 놓여있다.  40년 동안에 팝 아트, 행위 예술, 컨셉츄얼리즘,  미니멀, 비디오 아트,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놓여져 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시간이 좀 지난 후, 머리 뒤쪽에서 떠오르는 생각: 무려 40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기에, 앞서 열거된 커다란 장르들을 간단하게 뛰어넘으며 다시 과자 그림들이 표면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시장에서의 그 이상하게 초연하고 담담한 과자들은 이제 나의 상상 속에서 그 형형한 색들이 광원으로 변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는 달콤한 열쇠들이 된다.    


2009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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