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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9 불꽃의 혼

불꽃의 혼

그림들/sf 중앙일보 2007. 1. 29. 06:56 posted by 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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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호

 

 

31일 중 25일 동안 비가 내려, 102년 동안의 기록을 갱신한 3월이 지났다. 4월에는 좀 나아지겠지 했지만, 오늘 아침 내린 비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일요일 조기 축구 재미도 못 봤다. 비 때문에 징징거리지 말아야지 해도, 시애틀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는 샌프란시스코라면, 비싼 월세며 물가를 감당하는 맛이 덜하다. 그나마 기분을 풀어주는 건, 처가 오랜만에 끓여준 김치찌개. 싸구려 대학 시간 강사 임금에 가끔 팔리는 그림으로 생활을 만들어가는 화가에게 미국인들의 외식 문화가 쉽게 걸맞아 주지 않는다. 불평 없이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고 절약하며 생활하는 처에게 고마울 다름.

 

며칠 전에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 들렀다, 비는 당연한 듯 내렸고. 뮤지엄은 샌프란시스코 시청과 씨빅 센터 플라자를 사이에 두고 자리잡고 있다. 씨빅 센터 역에서 내리기 전, 바트에 앉아 손에 주워진 전단지를 읽었다. 가끔 시청 앞 씨빅 센터 플라자에서 중국 사람들 대다수에 백인들 몇이 끼어서 법륜공 모임을 하는, 느릿느릿 팔 다리를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본 사람이 나만은 아닐 듯 싶다. 중국에 살며 법륜공을 하는 사람들이 공산주의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고 있다는 고발이 적나라하게 늘어져있는 종이 쪽지.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쪽지 위의 탄압은 정도가 악랄하다. 역에서 나와 뮤지엄으로 향하는 길, 뮤지엄 옆 지붕 아래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볕 좋은 날이 면 풀풀 흘러오는 그 사람들 악취가 비 때문에 가려진다. 비가 좋은 일도 한다.

 

뮤지엄은 에버리 브룬데이지(Avery Brundage)의 소장품들을 기초로 골든 게이트 공원 안에1966 6 10에 서 개장했다.  2001년 10월 7 그곳은 폐문, 2003년 3월 20 새집 문이 열렸다. 입구 옆, 종문씨 얼굴 조각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아시안 예술과 문화 이종문 센터라고 불리는 이유와 같다. 일천육백만 불 기부. 성인 입장료 10불을 내며 왜 이곳은 학생 할인은 있고, 선생님 할인은 없나 하는 사람도 있는데.

 

뮤지엄은 미국 내 최대 아시안 미술품 소장을 자랑한다. 샌프란시스코답다. 슬그머니 입 꼬리가 올라가며, 기분이 풀어지고, 세계에서 제일 큰 아시안 뮤지엄이 아닐까 해본다. 108개 한국 현대 도자기들이 놓여진  불꽃의 혼전시는 3월말에 시작, 5 21일까지 이어진다. 전통과 현대의 그림자가 겹쳐진 공간에서 생활하는 작가들의 모습이 도자기들에서 우러나온다. 사발 종기에 막걸리 받아 마시고, 김치 한 조각 찢어먹는 아저씨들, 안방 구석 할머니 요강이며, 아버지 붓 글씨 쓰실 때 사용하던 연적은 어디로 갔나, 별 생각이 다 떠오른. 우리 도자기들, 멀리서 보니 옛날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반갑고 좋다.

 

뉴욕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모던 아트 뮤지엄이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는 아시안 아트 뮤지엄이 있다. 뮤지엄 일, , 삼 층을 천천히 감상하면10불이 싸다.  아직 들러보시지 않은 분들은 비가 와도 꼭 한 번 가족들과 가보시길. 김치찌개 끓여주는 처의 손을 꼭 잡고 돌아다녀 본 게 언제 적이었더라.

 

http://www.asianart.org/


4월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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