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침

그림들 2008. 10. 1. 13:49 posted by 긴정한

뭐...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입장은 아니니까, 원티드(Wanted)에서 들었던 노래처럼, 내일을 볼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그렇다고 과거를 잘 돌아보는 것도 아니다:몇 주 전에 축구하다 물 먹은 잔디때문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찌릿 거리는 허리를 '얘가 왜 이러지?'하고 생각한 것.  그래도 별 불편해도, 뭐 살다가 불편해지는 게 그런거지 하며 살아봤으니, 그냥 그럭저럭 할 일하고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제일 쪽 팔렸던 일은 휘겨 드로잉 첫 수업 중 핸드 아웃 나눠주다가 넘어진 일.  첫 인상이 참... 좀 그렇게 됐다.  아직까지 태어나서 안해본 일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 ㅠ.ㅠ

그렇게 9월이 지나갔다.


9월 29일,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대학원 수업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늦잠을 자서 허둥거리다, 강의 폴더도 빠트리고 가다가(물론 학교에 도착해서야 그걸 깨닫고), 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맘을 끌어서... 흠... 늦었는데 사진을 찍어야하나...그냥 가야하나... 하다가...지금 기록 안하면 기억도 못할 장면이지 생각하고, 늦어서 허둥거리면서도, 허리가 찌릿거리는 데도 백팩을 풀고 열고, 도시락에 밀려 한 구탱이에 쳐박혀있는 사진기를 낚시질해서, 찍은 사진.  

...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를 점심 먹기 전에 한 잔, 점심 먹으면서 또 한 잔, 그렇게 휘겨 스튜디오 클래스를 마치고 나니 손에 들어온 그림.

24"x18" , charcoal on newsprint.

 
Trinitte이라는 흑인 여자 모델이다.  큰 키에 몸을 신경과 시간을 많이 들여서 지방이 없이 근육이 골고루 발달된 처음 본 모델이었다.  수더분하게 말도 별로 없고, 틈틈히 크게 웃어주는 모습으로, 성격도 별로 모나지 않은 듯.
반면에 만년 고참 모델 밥은 느릿느릿... 슬슬 웃으면서... 편하게 자세잡고 시간 때우고, 이런 저런 실실한 이야기하다가는 끝나니 땡큐 질리온 하고 또 실 웃고 사라진다.  겉 모양만 읽으면, 속 편한 펑퍼짐한 아저씨다. 

아.... 허리 지리리,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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