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와 죠지 02

그림들 2008. 2. 23. 16:33 posted by 긴정한

어제, 그러니까 2월 21일, 해부학을 가르치고 나서인지, 오래가고 있는 감기몸살 덕인지, 작업실에 곳장가지 않고 사우스 파크에 멍하게 앉아있다가 배가 고파졌다.  사우스 파크 입구 오른쪽에 붙어있는 멕시코 레스토랑에 들어간 이유는 부리토(Burrito)가 아니다.  칠레 레레노(Chile Relleno)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localdifference.org 에서 가져온 칠레 레레노 사진



커다란 녹색 페퍼에 치즈(모짜렐라인 듯)를 꽉채워서 튀김옷을 입혔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핫소스와 체다 치즈를 페퍼 위에 장식한 후, 전자렌즈에 돌려 뜨슨하게 만든다.  그 후 전자렌즈에서 빠져나온 접시 위에 실린, 오뉴월 X개처럼 몸이 녹아 축 늘어져 녹은 페퍼(그속의 치즈는 더 늘어져 있다) 옆에 찐 검은 콩, 잘게 썬 양배추를 쌓는다.  양배추 위에 한 조각 토마토는 빠질 수 없는 액센트.  그리고 사워 크림과 과콰몰레(Guacamole)가 엄지 손가락만한 그릇에 담겨져 함께 나온다.

사워 크림은 오븐에 익힌 감자에 체다 치즈와 함께 먹는 것으로 유명하고, 과콰몰레는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복용하게 되는 거의 짜장만큼 중독성이 심한 음식이다.  처음 미국와서 뭐 이런 야리꾸리하면서 느끼한 과일 맛이 다 있나 싶었던 아보카도에 중독되기까지는 경미가 크게 일조했다. 

다시 사우스 파크 안의 이 멕시칸 레스토랑으로 돌아가자.  이 곳이 사람받을 수 빡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살사(Salsa) 바가 있어서다.  춤이 아니라 옥수수 과자를 찍어 먹는, 혹은 부리토에 뿌려먹는 소스라기보다는 장이다.  꼭 된장, 고추장같다.  5가지 신선한 살사가 바에 늘어져 있다.  옥수수 칩을 살사에 찍어먹으면 머리 속이 텅빈다.  그리고 입하고 손만 계속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계속 풀 뜯어먹는 소가 된다고 보면 된다. 

칠레 레레노를 테이블에 놓고, 샌프란 가디언을 집었다.  가디언은 무가지다.  그래서 예전엔, 뭐 그냥 그렇고 그런 글쟁이들이 모여 바글거리고 나면 생기는 주간지거니하고 생각해왔다.  근데 그게 아니다.  일개 무가 주간지 가디언에 미술 전시 섹션을 담당하는 인간이 당연한 듯, 길버트와 죠지, 올라퍼 엘리아슨, 매튜 바니를 만나고 다닌다.  ㅠ.ㅠ 진짜 부럽다.  글도 별로 재미없는 데, 매주 지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들은 꼬박 꼬박 챙겨서 쉽게 만나고 다닌다.  아 자슥들 제발... 글에다 패션너블한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속어하고, 쓰잘 데 없는 미술 전문용어 좀 안 썼으면 좋겠다.  풀어서 쉽게 쉽게 쓰면 좀 좋을 까. 지들이 의사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구만... - -;;; 그래도 칠레 레레노가 앞에 있으니 뭐 개안타.

그래도 길버트와 죠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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